1일(현지시간)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한이 지칭한 '위성' 발사는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 행위(highly provocative act)가 될 것"이라면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어떠한 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제제로 1874호 결의안이 채택됐으며, 이 결의안은 다른 나라는 몰라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를 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북한이 실제로 위성 발사를 한다고 해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조건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지난 4월 발사를 강행하자 당시 안보리는 의장 성명으로 '방아쇠 조항'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조항은 북한이 추가 발사나 핵실험에 나설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안보리가 자동으로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발사를 강행하면 이번에도 이사국의 별도 소집 요구가 없어도 안보리가 자동 개회된다.
내년 1월부터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임기를 시작하는 우리나라는 지난달 1일부터 안보리 회의를 참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4월과 달리 사실상 안보리 회의에 보다 긴밀한 참여가 가능해졌고, 내년 1월부터는 안보리 논의에 직접 참여하게 되고, 2월부터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활동하게 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 12월 중순 전후로 예고된 북한의 발사는 오는 17일 김정일 사망 1주기와 김정은의 권력 승계 1년을 맞아 체제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대내외적 정치적 고려에 무게가 실려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뉴시스 |
"북한 기술자들, 발사 준비 완료 설득한 듯"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통상 3년 주기로 해오던 발사를 8개월만에 다시 하겠다고 나선 배경을 두고, 갖가지 억측이 나돌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대선과 중국의 권력교체가 마무리된 뒤에 남한의 대선과 일본의 총선을 앞두고 '발사 예고'를 했다는 시기의 선택이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오는 10~22일 사이에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을 전하면서 "한국은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일본도 16일에 총선이 예정돼 있는 등 국제정세에서 매우 민감한 시기"라면서 "북한의 발사가 한국의 대선에서 어느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북한의 이번 시도는 한국의 대선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발사가 한국의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발사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와 일본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결과적으로 집권 2기에 들어가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 중국의 새 지도부에 대해 메시지를 전하는 대외적인 목적도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내부적 요인에 더 큰 무게를 두기도 한다. 오는 17일이 김정일 사망 1주기이고, 김정은 체제가 확고한 안정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국제적인 대형이벤트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처럼 '대내외적 다목적 포석'을 깔고 있는 '김정은 표' 행사라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대북전문가인 김용현 동국대 교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으로서는 성공적인 발사는 권력 승계 첫해에 자신의 업적을 보여줄 최선의 카드로 생각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발사 성공하면 다목적 효과"
대북 전문가인 존 들러리 연세대 교수도 "이번 발사 계획은 김정은이 체제의 정당성을 강화시킬 공개적인 위업을 원하는 등 내부적인 정치적 고려가 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기술자들이 발사 준비를 마쳤다는 점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들러리 교수는 "한국이 자체 위성 발사가 거듭 실패한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안되지만, 북한이 이번 발사에 성공하게 된다면 남북간의 경쟁에서 승점을 올리는 것이 될 뿐 아니라, 남한에게는 허용되고 북한에는 허용되지 않는 것은 위선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부각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발사가 남한의 대선에 미칠 영향이 결과적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할지,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할지에 대해서는 들러리 교수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박근혜 후보가 군복무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불리할 수도 있지만, 보수 유권자들을 결집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면서 "반면 문재인 후보는 북한의 발사를 대북 강경책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을 결집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섣부른 단정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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