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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문재인에 거듭 싸늘한 반응…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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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문재인에 거듭 싸늘한 반응…왜?

감정 골 생각보다 깊어…단일화 협상 중단 길어지나

18대 대선 최대의 정치 이벤트로 여겨졌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채로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두 후보의 독대 후 발표한 '후보등록일 이전 단일화'라는 시한까지는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태이지만, 양 측 사이 감정의 골이 생각보다 깊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15일 오후 일정을 소화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분들을 실망시켜 드리지는 않겠다"면서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거듭된 사과에 대해서는 "일정이 있어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정확하게 못 들었다. 확인해 보겠다"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유민영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대응이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했고, 정연순 대변인도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문재인 후보가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할 테니 이제 화를 풀고 단일화 협의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했지만 이전의 기조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앞서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깊은 실망을 느꼈다"며 "그렇지만 이대로 가면 대선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문 후보의 "제가 대신해서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한 아침 발언 이후 나온 말이었다.

전날 '협상 중단' 선언이 안 후보 측에서 나올 때만 해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기싸움 정도가 아니겠냐며 곧 협상이 재개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안 후보 측의 태도가 누그러들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일 회동 당시의 문재인,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협상 중단 이틀째까지 안 후보 측 관계자들은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 일부 실무자들 선에서는 민주당이 '극악한 정치', '구태 정치'를 한다는 볼멘소리가 여과 없이 나왔다. 민주당 측에서 '겨우 이런 걸로 뭘 그러나'는 식으로 대응한 것이 불에 기름을 얹는 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서는 협의 중단의 직접적 뇌관이 됐던 전날 회의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양측 캠프 복수 소식통에 따르면, 전날 회의장에서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양보론' 발언의 출처로 캠프 내 모 인사를 지목하면서 문제를 제기하자 "○○○ 형이 원래 그런 사람 아니냐. 그게 그렇게 잘못한 거냐"는 식으로 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 한나라당 출신인 안 후보 측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에 대한 백원우 전 의원의 '인신공격' 논란에 대해서도 회의장에서 직접 설전이 오갔다고 한다. 안 후보 측 협상단의 일원으로 회의에 참석한 이 실장의 면전에 대고 문 후보 측 핵심 인사가 "(이 실장이) 잘못 살아온 거 아니냐. 더한 문제제기도 많은데 말을 안 한 것"이라며 "이런 걸 문제 삼으면 그 쪽이 불리하다"는 식의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문 후보 쪽 관계자는 "우리 쪽에선 당연히 문제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표현과 관련해서는 일부 석간신문 보도를 언급하며 "'뭐 그런 걸 문제삼냐' 그런 정도의 말은 한 적이 없다고 우리 쪽에서 확인을 했다"고 전했다.

또 민주당의 단일화 여론조사 대응 지침 문자메시지 건 등에 대한 안 후보 측의 격한 반응의 배경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 있었다. 안 후보 측 복수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여론조사 응답을 위해 집 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전환해 달라고 하거나 '안 후보로 단일화돼도 안 후보는 무소속으로 남을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자와 '호남인' 들의 자존심을 공략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은 이에 대해 "여론 조사 부분은 문자 활용은 선거법 내"라며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시민캠프의 자원봉사자가 친구들에게 문자 보낸 내용이 있는 것 같다. 확실히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 지난 13일 양측 단일화 룰 협의팀이 'TV 토론을 실시한다. 공식 발표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등 5개 항 공동 합의문을 발표할 때, 안 후보 측에서는 원래 '조직 동원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문구에 넣자고 요구했으나 '그렇게까지 할 게 있느냐, 그런 내용이 들어가면 오히려 보기에 더 이상하다'는 민주당 측의 거부로 문안에서 빠졌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결국 여기서 문제가 터지자 안철수 캠프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출구전략이 있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견임을 전제로 "출구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이대로 가면 후보는 안 하자고 할 수도 있다"고 심상치 않은 반응을 전했다. 오히려 안 후보, 박선숙 본부장, 유민영 대변인의 언급은 '젠틀'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 "이건 새누리당이 본선에서 하는 전략을 단일화에서 그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안 후보한테도 똥 묻히고 흙 묻히면서 '아사리판' 만들어 이기겠다는 건데, 그렇게 이기면 뭐하냐"고 거칠게 말했다.

이와 관련한 문 후보의 언급이 눈에 띈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경남 창원시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협의팀으로 인해 이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들었다"면서도 "실제로 협상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그 부분까지 검토하겠다"고 협상팀 교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14일 협상장에서 있었던 일이 단일화 협의 중단의 '뇌관' 역할은 했을지 몰라도, 단일화 국면으로 넘어오면서 명분과 지지율 등 많은 면에서 안 후보 측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대로 끌려가기보다는 '판을 흔들어 봐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안 후보 입장에서 (협상 중단은)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며 "본인은 어렵게 단일화를 받아 줬는데, 민주당이 그걸 빌미로 정치 혁신은 미뤄두고 단일화에만 '올인'하고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안 후보로서는 자시 의제(정치혁신)를 희석시키는데 대한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볼 것"이라며 "본인이 얻는 게 없는 이런 구도는 마땅치 않을 것이다"라고 짚었다.

이 소장은 "지금 단일화 협상이 되면서 정치개혁이 '동력을 어떻게 만들 거냐'가 아니라 '문서를 어떻게 쓸 것이냐'가 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문 후보가 사과한다는 포용적 자세만으로 문제가 풀릴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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