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민간인사찰 재수사 발표 맞춰 해외로

해외출장은 11~21일…김미화·보선스님 등 추가 피해자 확인

이명박 정권에 의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오는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등 야당에 의해 불법사찰의 당사자로 지목받고 퇴진 요구에 직면한 권재진 법무장관은 결과가 발표되는 날 국내에 없다. 법무부는 권 장관이 11일부터 9박11일 일정으로 미국 및 브라질 순방을 떠났다고 밝혔다.

▲권재진 법무장관. ⓒ뉴시스

권 장관의 출장은 12일 미국 워싱턴DC 인근의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열리는 '한미 양국 간 자동 출·입국심사 프로그램' 개막식 행사 참석 등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7일 브라질에서는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법무부는 권 장관의 출장은 '원래부터 예정돼 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민간인 사찰사건 수사결과 발표라는 부담스러운 일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수사결과를 오는 13일로 못박아 밝힌 것은 권 장관의 출국이 이뤄진 11일의 일이다.

권 장관은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등의 범죄행위에 폭넓게 개입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라디오 방송에서 "민간인 사찰의 사실상 몸통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밝혀지고, 당시 민정수석인 권 장관이 여러 정황으로 개입돼 있는 것이 사실인데도 아직 장관이 변명을 하고 있다"며 "(권 장관) 본인이 물러가든지, 대통령 해임을 해야 한다"고 사퇴를 촉구했었다.

또 증거인멸 사건의 '실행범'인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과장은 지난해 수감 당시 "2010년 증거인멸의 진범은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실에 근무했던 인사들"이라고 말한 사실이 지난 4월 알려지기도 했다. 권 장관은 바로 당시 민정수석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권 장관에 대해서는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으며 수사 선상에서 밀어놓았다.

김미화, 보선스님 등 추가 피해자 나오기도

한편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둔 검찰이 민간인 사찰 피해자들에게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과거 제기됐던 의혹이 확인되거나 새로운 사찰 피해자가 밝혀지기도 했다. 연예계와 종교계 등 전방위적인 사찰이 자행된 것으로 보여, 수사결과 발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방송인 김미화 씨에 대한 사찰 문건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이어(☞기사 바로보기)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과 중앙종회 의장인 보선 스님을 사찰한 정황이 나왔다고 12일 <한겨레>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조계종 중앙종회 관계자는 "수사팀이 최근 보선 스님에게 전화해 '지관 스님에 대한 사찰 자료를 살펴보던 중 (보선) 스님에 대한 내용도 발견됐는데 피해가 있느냐'고 문의했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기자회견과 총리실 항의방문 등 강력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