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비례대표 선출 경선 부정사태와 관련해 통합진보당 내부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당권파 측의 김선동 의원과 비당권파 측의 천호선 공동대변인은 8일 오전 각각 라디오 인터뷰를 갖고 사태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과 해법을 밝혔다.
천호선 "당원명부가 부실한데 당원 총투표 가능한가"
천호선 대변인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이정희 공동대표와 이석기 당선자 등 당권파 핵심인물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천 대변인은 먼저 이석기 당선자가 '비례대표 및 대표단 사퇴를 당원총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한데 대해 "당원들의 총투표로 중요한 문제를 결정한다는 것은 어떤 정당에서든지 어려운 문제에 대한 최후의 방법일 수 있다"면서도 "조사가 한 달이 걸릴지 두 달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말씀드렸던(정치적) 방법들이 하나의 원칙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이어 "지금 문제제기된 것이 바로 선거와 투표자체의 대전제인 당원명부의 심각한 부실함, 유령당원의 존재 같은 것"이라며 "이런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당원 투표를 실시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다시 걸리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천 대변인은 또 "이정희 대표께서 공청회 주장을 하시는데, 공청회는 (4~5일 당 전국운영위원회 회의) 첫날 18시간 동안 회의를 하면서 진상조사위에서 보고한 보고서 일부의 문제점이나 미흡한 점을 갖다 놓고 수십 번 반복하면서 문제제기를 했다"고 꼬집었다. 천 대변인은 "그때 회의 분위기도 굉장히 좋지 않았다. 참관인들이 회의를 방해했다"며 "공청회를 다시 연다는 것은 그런 상태에서 (논의를) 다시 반복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이정희 공동대표가 진상조사보고서를 '무고(誣告)'라고 주장한데 대해 "보고서를 보면 어느 한 곳에도 어떤 자료가 특정인과 관계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보고서를 낸 적도 없고,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적시 같은 게 하나도 있지 않다"면서 "특정인을 고소한 게 아니고 선거 전체의 총체적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특정세력을 겨냥해 기득권을 빼앗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성립할 수 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천 대변인은 "진상조사위의 결과는 총체적 부실이 있었고 분명한 부정의 증거, 또는 분명한 부정으로 의심되는 증거들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에 선거자체의 정당성 자체가 무너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정희 공동대표는 전날 비례경선에서 1위를 한 이석기 당선자가 얻은 표 중 60%가 중복 IP 투표에서 나온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통합진보당 대변인실에 따르면, 득표율 대비 '중복 IP를 출처로 하는 표'의 비율은 최고 65.3%, 평균 52.07%다. 61.5%가 중복 IP 출처 표인 이석기 후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투표 전체의 신뢰도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천 대변인은 "지금 누가 부정을 했다거나 특정인, 특정세력이 부정을 했다는 증거까지는 아직 조사되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국민들께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며 "진상조사위 결과는 특정인, 특정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국민에게 보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그래서 '정치적 결정'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김재연 당선자의 경우 별도의 청년비례경선을 거친 후보로 진상조사위 조사보고서에는 청년비례경선 관련내용이 없다'는 김 당선자의 입장에 대해 "청년비례대표 인터넷선거에서도 다른 비례대표 인터넷선거 때와 똑같은 의혹들은 제기됐었다"고 맞받았다. 그는 "김재연 후보가 부정에 책임이 있다는 뜻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청년비례대표는 공식적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분명하다"면서도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데서 예외의 대상이 되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선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선동 "뭉텅이 투표용지, 풀이 다시 살아나 붙는 경우도 있다"
반면 당권파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선동 의원(전남 순천, 재선)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와는 반대되는 입장을 밝혔다. 김선동 의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이에 기초해서 목숨도 걸었던 것이 전세계 진보파의 영혼"이라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실체적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조준호 공동대표의 진상조사위원회 발표가 구체적 사실에 대해 왜곡돼 있거나 거짓으로 돼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면서 "청년비례대표는 별도로 100% 온라인 투표인데 이에 대해서 부정이나 잘못된 것을 하나도 밝히지 못하면서 온라인 투표 전체가 부정이라는 식으로 매도한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국민들은 부정이 부분이든 전체든, 중복투표 비율이 60%든 65%든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김 의원은 "중복투표라고 하는 게 뭐냐 하면, 예를 들어 저희 집에도 컴퓨터가 있지 않나. 제 아내와 제가 저희 집에서 인터넷 투표를 하게 되면 동일 IP의 중복투표다. 이것을 부정투표라고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뭉텅이 투표용지'와 관련해서는 "실제로 부정을 저지를 사람이 있었다면 뭉텅이째 넣겠느냐"며 "우리 투표용지 관리가 부실해서, 그것이 절취선에 절묘하게 잘려서 계속 넣다 보면 그 풀이 다시 살아나서 다시 붙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접착제 부분이 여전히 있어서 그런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실제로 부정의 근거인지 하는 것들을 모두가 다 인정할 수 있도록 조사해야 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실체적 진실을 묻어놓고 정치적 공세로 문제를 풀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진실에 기초해 책임을 물을 건 묻고, 국민 앞에 사죄할 건 하고, 혁신할 건 하고, 실질적 대책을 내놓을 건 내놔야 된다"며 "그래야 국민들도 '아, 진실은 저거였고 진보당이 이렇게 대응을 하고 있구나. 그러면 한 번 기다려보자'라든지 (아니면) '진보당은 정말 가망이 없겠구나' 이렇게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고도 했다.
한편 김 의원은 전날 비공개로 진행된 당 대표단과 19대 국회 당선자들 간의 만남에서, 이정희 공동대표가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던 때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지금 당권파의 상황에 비겨 '부엉이 바위에 오르던 노무현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행자가 '이 대표가 지금 부엉이 바위에 오르고 싶을 정도인가?'라고 묻자 김 의원은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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