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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진 프랑스', 올랑드-사르코지 결선투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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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진 프랑스', 올랑드-사르코지 결선투표로

[분석] 극우 또다시 18% 득표 돌풍…올랑드 최종 승리할 듯

한국 시간으로 23일 새벽에 끝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 프랑스는 2주일 후인 내달 6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끼리 결선투표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96% 개표 시점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28.5%를 차지해 27%를 얻은 현직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극우 후보 마리 르펜은 18.1%로 3위에 랭크됐다.

투표일 날씨가 좋지 않아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투표율은 8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나 이번 대선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뜨거운 관심이 그대로 반영됐다.

지금까지의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랑드 후보는 결선투표 양자 대결에서 10% 안팎의 우세를 꾸준히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변이 없는 한 최종 당선이 유력하다.

▲ 22일(현지시각)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1차 투표 1위를 기록하자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
사르코지, 31년만에 재선 실패한 우파 대통령되나

올랑드 후보가 예상대로 최종 승리한다면, 결선투표 열흘 뒤인 16일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이렇게 되면 사르코지는 1981년 이후 31년만에 처음으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굴욕을 겪게 된다.

사르코지가 위기에 몰린 이유는 우선 경제적인 요인이 꼽힌다. 유로존 재정위기 속에서 프랑스 역시 심각한 경제난과 재정난을 면치 못하면서 세계 5위 경제국이자 유럽에서 독일과 함께 양대 경제국인 프랑스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이른바 '프랑스 쇼크'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실제로 프랑스는 '트리플 A'라는 최고의 국가신용등급을 잃으면서, 국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사르코지의 정치적 입지도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실업률도 13년래 최고 수준으로 10명 중 1명이 실업자이고, 재정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 사르코지가 강력한 긴축정책을 밀어붙이다 보니 사르코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경제문제뿐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인기를 잃게 만든 사적인 언행들도 사르코지의 위기를 초래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르코지는 5년 전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이혼하고 모델 출신 카를라 부르니와 결혼했다.

대통령 등 공인에 대해서도 사생활에 비교적 관대한 프랑스에서도 사르코지의 이 결혼은 내내 구설수에 올랐다. 예를 들어 화려한 생활에 익숙한 젊은 여성과 결혼해서인지 사르코지는 국민에게는 긴축정책을 강요하면서 당선 축하연을 샹젤리제의 최고급 식당에서 열고, 몰타 섬에서 호화로운 휴가를 보냈다.

또한 사르코지는 불과 130㎞ 떨어진 지역을 방문할 때 전용기를 띄웠다든가, 우크라이나에서 배탈이 난 아들을 위해 전용기를 동원하는 등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이렇게 몰염치한 대통령은 처음봤다"는 비난을 샀다. 그뿐이 아니다. 반이민자 정책을 강화해온 사르코지는 이민자 추방을 추진하는 등 직설적인 표현이나 강압적인 방식의 스타일로도 인기를 많이 잃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프랑스 우파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등 그동안 사르코지의 편으로 알려진 유력 우파 인사들조차 올랑드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나선 것도 사르코지에게는 큰 타격을 주었다고 영국 <BBC>는 지적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올랑드 리스크' 우려

대선 승리가 유력한 올랑드는 어찌보면 운이 좋은 경우다. 집권당 후보에 대한 심판론이 거세고 사회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사회당 내에서 1순위 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가 성추문으로 돌연 낙마하면서 올랑드는 손쉽게 사회당 후보가 됐다.

올랑드는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엘리트 학교들을 거쳐 판사, 변호사, 대학교수를 지냈고, 돈이나 여성 관련 추문이 거의 없었던 '모범생'으로 통한다. 또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11년간 사회당 대표도 무리없이 수행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 번도 장관직을 맡아본 적이 없어 행정 경험 부족이 단점으로 꼽힌다.

유럽 다른 나라들도 프랑스의 대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올랑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독일에 휘둘려 맺은 유럽 재정개혁안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한 EU 정상회의에서 맺어진 신재정협약은 회원국 재정적자·국가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3%, 60% 이하로 제한하는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SGP)'을 위반한 회원국에 보다 강력한 제재 규정을 도입했다.

이에 대해 올랑드는 "과도한 긴축은 경기 침체를 부추길 뿐"이라면서 신재정협약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입장을 보여 시장에서는 '올랑드 리스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올랑드는 100만 유로 이상을 버는 사람에게 무려 75%의 소득세를 물리겠다는 '부자 증세'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하는 등 최저임금을 동결한 사르코지의 긴축정책과 크게 다른 공약을 내걸고 있다.

유권자 절반 이상이 1,2위 후보 외면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찢겨진 프랑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1, 2위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을 만큼 기존 주류 정치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민전선이라는 극우정당의 마리 르펜에게 5명 중 1명이 표를 주었다"면서 "주류 엘리트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올랑드 후보도 "르펜이 기록한 놀라운 득표율은 국민의 분노와 좌절을 반영한 '새로운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4위를 기록한 극좌파 후보 장뤽 멜랑숑은 11%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고, 5위인 중도파의 프랑스와 바이루도 9%가 넘는 득표율을 보였다. 10명의 후보가 나선 1차 투표에서 5명의 후보에게 10%에서 20%대로 표가 분산된 것이다.

사르코지는 르펜 등 우파 진영의 표를 결집해서 결선투표에서 막판 역전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결선 투표에 대한 여론조사는 표의 이합집산까지 반영한 것이어서 사르코지의 희망대로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극우파 결집으로 역전 노리는 사르코지

1차 투표가 끝난 뒤 나온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발표에 따르면, 멜랑숑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대부분 결선투표에서 올랑드를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르펜을 지지한 유권자 중 60%는 사르코지를 지지한다고 응답했지만, 나머지는 부동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극우파 유권자 중에는 보다 강력한 우파 정책을 원했는데, 사르코지가 실망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던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이민자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이 높고, 이에 기반한 극우파의 득세가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는 흐름 속에서 국민적인 갈등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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