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원자력 산업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은 2일 시즈오카(靜岡) 현에 있는 하마오카 원전에 대해 대지진과 관련한 이번 정부의 발표를 상정한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하마오카 원전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유사시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훨씬 능가할 '핵폭탄급 재앙'이 될 것으로 우려되는 곳이다.
거대한 쓰나미가 닥칠 것으로 알려진 해안가 마을에서도 당장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시즈오카 현 누마즈(沼津) 시의 한 마을은 주민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높은 지대로 집단 이주하기로 했고, 이런 사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총리 "수도 기능 대체지 검토"
또한 3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수도권 대지진에 대비해 "정부 차원에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수도 기능의 대체지 등을 포함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1년만에, 이를 능가하는 대지진이 서일본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가 나오면서 일본 열도 전체가 느끼는 공포는 외부인들이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본 내각부 산하 전문가검토회의 발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 중부의 시즈오카현에서 남부 규슈(九州)의 미야자키(宮崎) 현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의 난카이(南海) 해구에서 리히터 규모 9.1의 거대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한 마을에 거대한 쓰나미가 덮치는 장면. 일본 정부가 서일본 앞바다에서도 기존 예상보다 더 충격적인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공식 인정했다. ⓒAP=연합 |
게다가 일본 정부는 30년 내에 이런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7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런 예상이 현실화될 경우 종전의 예측보다 피해 규모가 2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도쿄대 사카이 신이치 교수 등 지진전문가들조차 "이런 대지진이 하루 뒤에 일어날지, 한 달 뒤에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분명한 건 가능성이 확실히 높다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라는 점이다.
대지진에 따르는 쓰나미의 규모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됐다. 대지진이 발생하면 최고 34m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쓰나미가 닥칠 것이며, 해안에 도달하는 속도도 대피시간이 없을 정도로 빠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대 쓰나미가 처음으로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 해안 마을에는 최고 34m에 달하는 쓰나미가 지진 발생 불과 2분 뒤에 해안에 들이닥치는 등 태평양 연안 일대 해안에 10분대에 쓰나미가 도착한다는 것이다.
당초 하마오카 원전도 쓰나미 예상 높이를 8m로 상정했다가 후쿠시마 사태 이후 18m로 높였으나, 이번 정부 발표에서는 하마오카 원전 인근에 21m 높이의 쓰나미가 닥칠 수 있다고 상정하고 있다.
동시다발적 대지진, 수도권 직하형 지진 경고 잇따라
더 큰 문제는 지진이 일어나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열도 일대가 앞바다의 활성단층대가 연동되면서 중부에서 남부에 이르는 서남지역이 동시에 대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마치 지난 2006년 개봉한 <일본침몰>이라는 영화와 비슷한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는 지각 균열의 연쇄 작용으로 일본 열도 전체가 침몰할 위기에 몰리는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또한 내각부 발표 바로 전날인 지난달 30일 문부과학성 프로젝트팀은 30년 내에 도쿄 만 북부에서 리히터 규모 7급의 직하형 지진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지진이 발생하면 목조건물 39만 채가 완전히 파손되는 등 약 2500만 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좌우로 흔들리는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는 잘돼있으나 수직으로 흔들리는 직하형 지진에는 속수무책인 상태다. 정부 산하 지진조사위원회는 수도권에서 향후 30년 내 리히터 규모 7급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7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1995년 1월 발생해 6400명이 숨진 한신 고베 대지진이 바로 규모 7급의 직하형 지진이다.
정부의 충격 발표 직후 후쿠시마 앞바다 또 강진
영화 <일본침몰>의 시나리오를 연상케 하는 이런 충격적인 정부 발표가 이어지자 일본 국민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공포다. 영화에서는 1년 내에 일본 열도가 침몰하는 대재앙이 불가피하다는 과학적 판단이 내려진 뒤, 패닉 사태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부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기는 하지만 몇 년 뒤에 일어날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의 TV와 신문, 잡지들은 정부의 충격적인 발표가 잇따르자, 도시가 순식간에 폐허가 되는 시뮬레이션 영상 등 지진 관련 특집 프로그램과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무시무시한 경고성 발표만 하지 뾰죽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체념하는 듯한 반응도 적지 않다. 한 일본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지진이 곧 온다고 생각한다. 30년이 아니고, 더 빨리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수도권 직하형 지진과 서일본 대지진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발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후쿠시마 현 앞바다에서 또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했다. 도쿄 일부 지역에서도 진동을 느낄 정도의 강진이었다.
부산에 '저팬 타운' 생기나
일본인들이 대재앙에 대한 대책으로 아예 해외로 각자도생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특히 부산 해운대 일대에 '저팬 타운'이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 국민의 해외 체류를 지원하는 공익재단인 '롱스테이 재단'이 부산 해운대구에 한국 지부를 설립하고 5월부터 부산에 장기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상담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는 실제로 일본인들의 부동산 매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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