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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못미' 노회찬? '진보의 아이콘'은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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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못미' 노회찬? '진보의 아이콘'은 돌아올까?

[4.11 총선현장⑦] 서울 노원병, 새누리 허준영 vs 통합진보 노회찬

27일 오후 7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허름한 아파트 상가 3층 사무실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를 통해 4.11 총선에서 노원병 선거구 단일후보로 뽑힌 노회찬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문.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 지역구 17대 국회의원이었던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팬클럽 '미권스.' 이들이 사무소로 몰려든 이유는 다음의 사진 한 장에 담겨있다.

▲27일 오후 노회찬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이들. 왼쪽부터 민주당 우원식 후보(노원을), 김용민 후보(노원갑), 영화배우 박중훈 씨, 노 후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인> 기자, 조국 서울대 교수 ⓒ노회찬 선본

노원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인 노원갑의 김용민 후보와 노원을의 우원식 후보는 노회찬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자임했다. 단일화 경선에서 노 후보에게 쓴잔을 마시고 불복 기자회견까지 했던 민주당 이동섭 전 후보도 참석해 지지 연설을 했다. 이동섭 후보는 "노회찬 후보에게 승복한다"면서 "제3기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노회찬을 그냥 도울 게 아니라 '확실히'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민 후보는 함께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진행하고 있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같이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김용민 후보는 "살면서 '갑'이 돼본 적이 없는데 선거구 때문에 갑이 됐다"며 자신의 출마 지역구를 은근히 알리는 한편 이번 총선에 대해 "가카 헌정 선거"라고 선언했다. 김 후보는 즉석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이 "재용아, 노회찬이 국회로 돌아온다고 하는데…"라며 걱정하는 성대모사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어준 씨는 스스로 "김용민의 '장기', 쓸개"를 자처하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노원구의 야권 후보 3명이 모두 국회에 진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진우 기자는 "정치인 한 사람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노회찬에게 배웠다"면서 "이제 노회찬을 여의도에서 볼 수 있게 되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 서울대 교수가 연단에 서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환성이 터져나왔다. 조 교수는 과거 인천에서 야학을 할 때 역시 인천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노회찬 후보와 알게 됐다며 오랜 인연을 소개하고 "노 후보는 현재 야권 전체의 화두가 된 재벌개혁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앞서서 싸웠다"고 추켜세웠다. 조 교수는 현재 노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개소식에는 영화배우 박중훈 씨도 참석했다. 박중훈 씨는 지난 2008년 총선 때에도 노 후보를 도왔다가 함께 낙선의 눈물을 삼켰다고 했다.

바람, 4년 전의 '뉴타운 광풍'과 '지못미 열풍'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인사들의 면면은 이처럼 초호화급이었다. 뿐만 아니다. 노회찬 후보는 지난 19일 발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이번 총선의 맞상대인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를 56.9% 대 27.8%로 크게 앞서고 있다. 통합진보당도 28일 현재 노원병 지역을 '확실한 우세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같은 '노회찬 바람'은 지난 2008년 총선 직후 불었던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열풍에서 이미 예고됐었다. (☞관련기사 보기) 노 후보는 낙선 후에도 지지자들의 성원에 답하기 위해 선거운동 하듯 상가방문, 지하철 퇴근인사 등 '낙선사례'를 했다. 당시 노 후보는 "노원 주민들께 약속한 대로 노원에서 다시 진보정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스타 진보 정치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4.9 총선에서 노 후보가 패배한 이유는 어디 있었을까. 노 후보는 당시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와의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줄곧 앞서나갔다. 3월24일 조사에서는 <조선일보>와 <SBS>의 공동 조사에서 7%포인트 앞섰고, 같은 날 <KBS> 조사 결과도 7% 우세였다. 사흘 후인 27일에는 3~4%포인트까지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앞서갔다. 그러나 결과는 1500표 차의 석패였다.

그의 패배를 설명하는 이유 중 하나는 2008년 특히 서울 전역에 강하게 불었던 '뉴타운 광풍'이다. 노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홍정욱 새누리당 의원의 공약 중 하나가 상계 뉴타운 건설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홍 의원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뉴타운이나 창동 기지 이전 같은 큰 사업은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했다"며 "지역 주민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개소식에 이어진 주민 간담회에서는 지난 총선 이후 노 후보가 '지역에서 진보정치를 다시 시작'한 영향력이 엿보였다. 뉴타운 예정지역에서 온 주민들은 노 후보에게 후원금을 내겠다며 '돈봉투'를 건넸다. 한 주민은 "몸에 좋은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전립선 치료제를 내밀었고 사무실에는 폭소가 터졌다. 노 후보는 "뉴타운은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면서 "(뉴타운 반대라고 하니) '이대로 살란 말이냐' 하는데 이대로 살자고 한 적 없다. 그대로 내버려두기 힘든 곳도 많다. 다만 2억씩 내고 아파트 들어가는 게 아니라 조금씩 고쳐가면서 사람 사는 동네처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재기의 날개 '야권연대,' 하지만…

패배 4년 후, 같은 지역구에서 재기를 노리는 노회찬 후보에게는 기존의 지지세 못지않게 민주당과의 야권연대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노원을의 민주당 우원식 후보는 "운동의 형이고 인생의 선배인 고(故) 김근태 고문이 살아계실 때 늘 '민주대연합'을 얘기했는데 김 고문이 돌아가시고 나니 이뤄졌다"면서 "(야권연대는) 민주당, 통합진보당의 승리가 아니라 '내일 문 닫을지도 모르겠다'고 울먹이는 아주머니들의 승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도 "후보로서의 책임감과 영광을 이동섭 위원장과 나눠 짊어지고 싶다"며 "공동 공약도 발표하고,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공동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노 후보는 "야권연대가 상층연대 뿐 아니라 하방연대로, 후보와 시민들에 의해 촘촘하고 탄탄하게 이뤄져 국민들이 신뢰와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노 후보 측도 야권연대의 효과에 대해 자신하고 있다. 노 후보는 개소식 이후 가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다른 지역 후보를 만났는데, 인사했더니 하는 말이 '야권연대 때문에 죽겠다'고 하더라"면서 "야권연대는 국민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앞선 여론조사 결과와 '야권연대 효과'에도 "자신감은 있되 자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신중함을 보였다. 4년 전의 막판 뒤집기 같은 결과가 준 교훈인 듯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과거에도 여론조사 이기다가 진 적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모든 주민들과 1회 이상 스킨십 한다는게 목표"라며 "마음을 비우고, 맨손과 맨발이라고 생각하고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50대 남성, 새누리 허준영에 "1번? 악수 안 해도 찍어줄게"

노 후보는 "지금은 내가 '더블 스코어'로 이기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후보가 확정된지 얼마 안 됐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새누리당의 고정 지지층이 있다고 본다"면서 "민주당과 진보 쪽 지지자는 수가 더 많음에도 투표 참가율이 굉장히 신축적"이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노 후보 측 관계자도 "경험적으로 보면 새누리당 기본 지지층이 30~40%는 있다"면서 "새누리당 후보가 막 와서 그렇지 선거 막판에는 지지층이 결집될 것"이라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도 이런 판세 분석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허준영 후보는 19일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묻자 "그때 막 왔는데…"라며 별다른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답하면서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지금까지 계속 인지도와 호감도가 올라가고 있는 중"이라며 "선거운동기간 동안 열심히 하면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희망적인 관측을 내놨다.

허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는 노 후보 측에서 염려하는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층의 존재도 보였다. 한 50대 남성은 허 후보가 악수를 청하자 "됐어, 악수 안 해도 찍어줄게"라며 강한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기자가 다가가 '원래 허 후보를 아시냐'고 묻자 당연하다는 듯 "몰라. 근데 1번이잖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허준영, 낮은 지명도와 시위농민 사망사태가 약점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 ⓒ뉴시스
그러나 허 후보에게 가장 큰 숙제는 낮은 지명도다. 4호선 전철 노원역 근처에서 만난 시민들 중 '허준영'이라는 이름을 들어봤다는 사람은 드물었다. 심지어 한 50대 남성은 "노회찬은 나쁜 ×"이라며 절대 노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새누리당 후보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시민들도 지지 여부를 떠나, 노 후보는 이름이라도 들어봤지만 허 후보에 대해선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데…"라는 반응이었다.

이날 허 후보는 지하철 7호선 마들역 출입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이름 알리기에 힘썼다. 허 후보는 인지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 "주민들이 저에 대해 공무원으로서, 경찰 및 철도 일을 많이 했다고 기억하고 계시지만 그 사람이 이 사람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래서 지나가다가 저만치 가서야 '아 그 사람이구나' 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허 후보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적성에 딱 맞다"며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게 정치인의 기본자세를 가다듬는 일"이라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또 이번 선거에서 정계에 첫 발을 디디게 됐지만 "경찰이 하는 일이 사회와 다 연결돼 있다"면서 "각 부처가 일을 잘 못하면 그게 정치 불신과 데모로 나타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게 범죄로 나타나지 않느냐"고 과거의 공직 경륜을 내세웠다.

그는 "내 자신이 부족한 게 많은데, 내가 보기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다 훌륭한 사람들만 있으면 아예 (정치를) 안 하지"라며 "국가와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게 쉬운 게 아니다"라고 자부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공직 경험도 있고 실제로 책임성 있게 일 제대로 해 검증된 사람"이라며 "바르게 살았고 청렴하게 살았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장과 한국철도공사 사장이라는 두 개의 주요 경력을 대변하듯 허 후보는 도봉 면허시험장 이전과 천호 철도차량기지 이전을 지역발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다만 경찰청장 경력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2005년 쌀 개방 반대 시위에 나선 농민들이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일로 허 후보는 경찰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미 노회찬 후보는 22일 라디오 방송으로 생중계된 토론에서 시위농민 사망 사태를 쟁점화했다. 허 후보는 이에 '정당한 진압'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이날 허 후보 측 한 관계자는 "7년 전인데, 해도 너무 한다"면서 "그래 좋다, 포괄적 지휘책임이 있다고 하자. 그래서 그만뒀잖나"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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