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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출신 후보 "진보, 말부터 좀 쉽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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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출신 후보 "진보, 말부터 좀 쉽게 해라"

[인터뷰]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김순자 후보

대학 청소노동자 출신 국회의원. 김순자(56) 후보의 꿈이다. 김 후보는 4.11 총선에서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 지난 20일 진보신당 당사에서 만난 김 후보는 여태껏 언론에 소개된 어떤 노동자 출신 정치인들과도 달랐다. 대학생 출신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한 '학출'들이나 오랜 기간 노동운동 '판'에 몸담아 온 운동가들과도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표정이 비장하지 않았다. 눈빛도 부드러웠다. '변혁'이니 '계급'이니 하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청소노동자로 일하다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에 대해 김 후보는 '밥', '시급', '휴게실' 등 쉽지만 절실한 현장의 언어로 설명했다. 진보정치를 지향하는 정당 및 사회단체들이 '어려운 말'을 쓰는데 대해 순수한 비판을 건네기도 했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토론회라든가 이런 데를 가 봅니더. 가 보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하겠어요. 분명히 한국말은 한국말인데. 이런 부분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저도 말귀는 알아듣는다고 저 나름대로 생각하는 사람인데, 너무 어려우니까 나조차도 못 알아 듣겠는데 이걸 우리 조합원들한테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되겠노…." (웃음)

그는 "좀 쉽게 하면 안 되나? 너무 어렵다. 어려워서 머리가 딱딱 아프다. 하고 나면 뭐를 했는지 하나도 머리에 남는 게 없다. 꼭 이렇게 어려워야만 할 수 있나"라며 "이 얘기를 당에 많이 건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은 김순자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새누리당 비정규직 공약? 표 얻기 위한 속임수"

스스로 "학식은 없다"고 하는 그가 국회 입성을 바라보게 된 까닭을 물었다. 그는 "진보정치와 보수정치가 너무 다르다"고 답했다. "보수정치는 표를 얻기 위한 속임수고, 진보정치는 몸소 실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도 비정규직 문제와 복지에 대한 정책공약을 쏟아내고 있는데 대해 그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표 얻기 위함이라'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마저 비정규직 차별 완화, 이런 식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정규직을 못 끌어안으면 표를 못 얻을 것 같으니까. 하나의 속임수라고 봅니다."

이같은 인식에는 배경이 있다. 김 후보는 청소노동자들이 집회를 벌이거나 대학을 상대로 싸울 때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서 자신들을 찾아오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다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말로만 심각하다고 하면서 우리를 이용해 '표를 어쩌면 좀 얻겠노' 이런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현장이 중요하다"면서 "국회의원이 된다 해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내 지역구의 문제점과 현안이 없는가 하는 것에 비중을 둘 것"이라고 다짐했다. 당장 조합원들이 김 후보에게 "언니가 의원 되 가 가뿌면 (학교에서) 더 탄압하고 이러면, 막아주던 언니가 없으면 우짜꼬" 하는 걱정부터 하고 있다면서 그는 '그건 되고 난 이후에 걱정하자'고 하고 있지만 '현장'을 버리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내보였다.

딸은 대학생, 엄마는 대학 청소노동자

김 후보는 50줄에 접어들어 청소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1995년 남편을 잃고, 아버지도 형제도 없는 외동딸이 걱정돼 돈을 벌러 집을 비우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딸이 대학에 진학하고 2003년에 일자리를 찾으니 마땅한 일이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대학교 청소노동자의 일이었다.

▲김순자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고 김 후보는 회상했다. 그는 "대학에 처음 입사했을 때 '지식인들이 있는 대학은 어떨까' 했고, 보람이 있을 것 같았고 그런 분위기를 접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면서 "그런데 처음 가보니까 진짜 기업체들보다도 더 못됐다고나 할까, 교직원도 그랬고 교수도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제일 부당한 건 '직영'과의 차이였다"면서 당시 대학에 직접고용된 이들은 같은 일을 해도 월 200만 원씩 급여를 받고 상여금도 1000%나 나왔는데 자신이 처음 손에 쥔 월급은 60만2000원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청 노동자들은 근무시간도 1시간 더 긴데 식사 제공도 안 됐다. 주말 근무를 해도 시간외근무수당이 없었다. 고용 불안에도 시달렸다.

그러던 중 민주노총 울산연대노조에서 청소노동자들을 만나러 왔다. 당시 김 후보의 첫 질문은 "비정규직도 노동조합 해도 됩니까?"였다고 한다. 그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우리도 노동조합 해도 되는구나 싶었다"라며 "그 동안에는 부당함이 있어도 '참아야 되는갑다' 했다. 참는 건 이골이 났다"고 말했다.

노조를 만든 김 후보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던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학교 측과 직접 협상을 했다. 협상안을 가지고 조합원들과 논의했고 결국 시급 4500원에 명절상여금 20만 원이라는 성과를 냈다.

김 후보 본인보다 먼저 청소 일을 시작한 직장 선배들도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라 주었다. 이같은 '리더십'의 비결을 묻자 그는 수줍은 듯 "제가 말한 만큼 책임졌다"고만 했다. 대학생인 딸도 대학이 일터인 어머니의 활동에 대해 이해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딸하고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집에 가면 학교의 이런 것들을 불평불만 하니까, 딸은 노동조합 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노조를 만들 때도 '분노하더니만 결국 했구나'라고 이해해 줬습니다. 총선 출마한다 하니 딸래미 말이 '우리 엄마 멋있다. 화이팅' 이러데요."(웃음)

"건물이 있으면 청소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왜 공간은 1평도 없나"

김 후보가 '조직'한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산하다. 통합진보당 지지 입장인 민주노총 소속 조합장으로 왜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는지를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노선이나 이념의 선명성 차이가 아니라 '친해서'라는 대답이다.

"노동조합을 하니 연대(해준) 동지들이 민주노동당에서도 오고 진보신당, 사회당에서도 오고 많은 단체가 연대했습니다. 저는 다 좋았습니다. 이 분도 고맙고, 저 분도 고맙고. 제가 뭘 압니까. 그런데 조합에 들어와서 보니 분열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아무 당에도 가입을 안 했습니다. 이쪽 저쪽 가입하란 제의도 많이 받았지만 눈치가 보여서…. (웃음) 그런데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합쳤다는 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평소에 사회당 분들과 인간적 관계도 많았고. 진보신당은 비정규직 등 가장 낮은 곳을 어루만져 주는 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주노동당에 비해서 욕심이 없다고나 할까. 그쪽으로 마음이 더 갑니다. 우리 말을 더 많이 들어주고. 미포 투쟁도 봐 왔지만 진보신당 분들이 진짜 고생도 많이 하고 두드려 맞기도 많이 맞았습니다."

김 후보와 가까운 '현장'에서 살을 부대끼고 지낸 것이 주로 진보신당과 구 사회당 활동가들이었는데 이들이 합당을 하면서 거취를 정했다는 설명이었다. 김 후보는 실제로 당직자들과도 막역해 보였다.
ⓒ프레시안(최형락)

원내에 진출하면 어떤 정책을 펼 것이냐는 질문에 김 후보는 "가장 우선적인 게 용역-하청이라는 제도적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비정규직 법안은 잘못돼 있다"면서 특히 하청노동에 대한 부분을 가장 많이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등 처우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쉽고 생생한 '정책제안'이 나왔다.

"제가 청소 일을 하다 보니 가장 힘든 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왜 한 사람이 쓰는 학장실은 20평도 넘는데, 건물을 지으면 청소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우리들 공간은 한 평도 없을까가 가장 절실한 것 아닙니까. 쉴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휴게실) 한 평도 없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픕니다. 그리고 밥을 안 주는데, 어느 노동자 할 것 없이 밥은 줍니다. 일일공(일용직 노동자)으로 일을 해도 밥을 주는데 청소노동자들은 밥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실질적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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