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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바라는 세계적 운동의 2막, 장거리 경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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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바라는 세계적 운동의 2막, 장거리 경주다"

[월러스틴의 '논평'] "아랍의 봄, 점령하라, 분노하라 모두 같은 흐름"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세계적 운동의 두 번째 단계
(The Second Wind of the Worldwide Social Justice Movement)


지난달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해방) 광장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참가자 모하메드 알리(20)는 자신이 왜 그곳에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사회 정의를 원할 뿐이다. 그것은 우리가 누려야 하는 최소한이다"라고 답했다.

운동의 첫 번째 단계는 세계 전역에서 다양한 형태를 띠었다. 이른바 '아랍의 봄', 미국에서 시작된 '점령하라' 시위, 그리스의 '거부하라'(Oxi) 시위, 스페인의 '분노하라' 시위, 칠레의 대학생 시위, 그리고 더 많은 사례들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환상적인 성공을 거뒀다.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한 미국 경제학자 로렌스 서머스가 <파이낸셜타임스> 21일자에 기고한 '통상적인 아이디어로는 더 이상 불평등을 막을 수 없다' 제하의 칼럼에서도 그 운동들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알 수 있다.

서머스의 칼럼은 이례적이다. 그가 명성을 얻은 분야는 원래 이런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20년 간 우리를 끔찍한 세계 경제 위기로 몰아넣은 세계 경제정책의 설계자 중 하나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 칼럼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첫째, 세계 경제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서머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시장의 보상(market reward)과, 극소수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시장의 보상의 차이가 크게 변화한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둘째, 이런 현실에 대한 대중들의 두 가지 반응이 있다는 것이다. 시위대의 반응과 강력한 반(反) 시위대의 반응이다. 서머스는 자기 역시 "양극화"에는 반대한다면서도, 미국 사회를 분열적으로 양극화시키는 쪽은 바로 시위대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와 동시에, 불평등 증대에 대한 우려의 표현을 부적절한 것이라거나 계급투쟁의 산물로 재빠르게 낙인찍는 것은 더더욱 틀린 것"이라고도 했다.

서머스의 칼럼은 그가 급진적 사회 변화를 대변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코 그렇지 않다. 이는 오히려 그가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세계적 운동의 정치적 충격, 특히 그가 '산업화된 세계'라고 부르는 나라들에서의 충격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이를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전지구적 운동의 성공으로 본다.

이 성공에 대한 반응은 여기저기서 작은 양보들이 있었다는 것과, 모든 곳에서 탄압이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점령하라' 시위에 대한 조직적 제거(clearing out)가 있었다. 경찰의 행동이 사실상 동시에 이뤄졌다는 것은 고위급 수준에서 모종의 조율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이집트에서 군부는 자신들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모든 것에 저항하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는 독일과 프랑스의 압력에 의해 긴축정책이 실행됐다.

▲미국 뉴욕의 금융가인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점령하라' 시위는 전 세계로 파져나갔으며 다양한 이슈들을 포괄하는 운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지연

그러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운동은 2막(second wind)이 시작됐다. 이집트의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을 재점령했고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최고군사위원회 의장에게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 보냈던 것과 같은 경멸과 냉소를 보내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하루 파업으로 전체 교통 체계가 마비됐다. 연금 삭감에 항의하는 영국의 파업은 런던 히스로 공항의 교통량을 50%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히스로 공항이 세계 교통 시스템에서 갖는 중심성을 감안할 때 세계적으로 큰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스에서는 정부가 전기요금 고지서에 높은 재산세를 병행 부과함으로써 가난한 연금생활자들을 쥐어짜려 하고 있다. 재산세를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겠다는 위협이다. 여기에 대한 조직된 저항이 있었다. 지역 전기공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수가 줄어들어 그 법을 집행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전기를 재공급했다. 이는 지난 10년 간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 교외의 흑인 거주 지역 소웨토에서 성공적으로 사용됐던 전술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점령하라' 시위가 도시 중심부에서 대학 캠퍼스로 번졌으며 시위대는 겨울 동안 점령할 대안적인 장소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칠레 학생 시위는 중고등학교까지 확산됐다.

현재의 상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노동조합이 훨씬 더 전투적으로 됐으며,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세계적 운동에서 노조가 능동적인 참여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더 열린 자세를 취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의 일부이자 그 결과이기도 하다. 아랍권, 유럽, 북미, 남부 아프리카, 심지어 중국에서도 그렇다.

둘째, 세계의 모든 운동들이 수평적인 구조를 가지려는 전략(horizontal strategy)을 강조하고 그걸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운동은 관료제적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단체, 조직, 영역에 속한 사람들의 연합체로 구성돼 있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전술과 우선순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스스로 배타적인 운동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언제나 순조롭게 기능할까? 물론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노력이 명확한 지휘체계와 집합적 규율체계를 갖춘 새로운 수직적 운동을 다시 건설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일까? 지금까지는 분명 더 나았다.

우리는 이 세계적인 투쟁을 장거리 경주로 생각해야 한다. 장거리 경주에서 주자들은 지치지 않기 위해 에너지를 현명하게 써야 하고, 그러는 동안에도 눈은 언제나 결승점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결승점은 지금 우리가 가진 어떤 체제보다 훨씬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다른 종류의 세계체제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2월 1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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