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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위 '최후 보루' LA 농성장 철거…"눈앞 불만 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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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위 '최후 보루' LA 농성장 철거…"눈앞 불만 껐을 뿐"

"선거 정국 본격화하면 다시 기지개 펼 것"

미국 월가 점령 시위대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로스앤젤레스(LA) 농성장이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LA를 끝으로 미국 주요 도시의 대형 농성장이 모두 사라지면서 앞으로 월가 시위대들은 거점 없이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LA 시청 인근 공원에 꾸려졌던 LA 월가 시위대의 농성장에 11월 30일 0시 30분경(현지시간) 1400명의 경찰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헬멧과 경봉, 고무탄으로 무장한 경찰은 잔디밭을 에워싸고 10분 간격으로 해산을 명령했다.

시위대가 3번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자 경찰은 공원으로 진입해 강제 해산에 나섰으며 이에 저항하던 300명을 체포했다. 해산 과정에서 격렬한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고 심하게 다친 시위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A 경찰과 시 당국은 철거 작전이 최대한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밝혔지만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이 시위대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경봉으로 가격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타이슨 헤더라는 35살의 시위 참가자는 체포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고 카메라를 빼앗겼다고 밝혔다.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 공원에 차려진 월가 시위대 농성장이 강제 철거당했다. 한 시위 참가자가 퇴거 명령에 불응해 체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경찰이 공원에 설치된 약 500개의 텐트를 철거한 후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 시장은 경찰이 큰 불상사 없이 철거 작전을 마무리했다고 치하했다. 시 당국은 이날 해산 작전에 투입된 경찰이 수가 지난 2000년 미국 민주당의 전당대회 이후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텐트가 사라진 공원에는 방역복을 입은 시 직원들이 투입돼 청소를 했고, 시 당국은 공원에 특별한 위생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소는 이날 오전 6시경 완료됐지만 시위대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필라델피아에서도 이날 오전 1시경 시청 인근의 딜워스 플라자에서 2달째 농성하고 있는 100여 명의 월가 시위대가 강제 해산됐다. 필라델피아 경찰 측은 해산 과정에서 50명의 시위대가 체포되고 3명의 경찰관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시 당국은 그 동안 농성장에 전기를 공급해 주는 등 시위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약 5000만 달러가 투입되는 딜워스 플라자의 보수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해산이 불가피 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들은 이날 농성장에서 쫓겨난 이후에도 거리에서 시위를 이어나갔고 경찰의 추격을 몇 시간 동안 피해 다녔다.

월가 점령 시위가 처음 시작됐던 뉴욕의 주코티 공원이 지난달 15일 강제 철거당한 이후 오클랜드와 디트로이트, 세인트루이스 등 주요 도시에서 잇따라 시위대가 해산되면서 LA와 필라델피아는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시위 장소로 꼽혔다. 하지만 이날 경찰이 전격 해산에 나서면서 이제 월가 시위가 종착점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약 100여 개의 텐트가 남아있는 보스턴과 워싱턴의 농성장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와 캔사스시티, 포틀랜드 등에서도 계속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월가 시위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AP>도 이날 미국 주요 도시 시위 활동가들의 말을 인용해 당분간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추위가 풀리고 선거 정국이 본격화되면 다시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농성장 철거는 시위대들에게 불리한 일이지만 SNS 등 IT 기기를 통한 소통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위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토드 지글러 컬럼비아대 교수는 1960년대 미국에 불어 닥친 반전 시위 열풍이 몇 년간 지속됐고, 1968년 대선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절정을 이뤘다고 설명하면서 월가 시위가 과거의 사회운동과 비슷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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