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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에 테러리스트 침투" 독재자 뻔한 거짓말 "안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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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에 테러리스트 침투" 독재자 뻔한 거짓말 "안 믿어!"

시리아 대통령 '무늬만' 타협안, 반정부 시위에 기름 부어

3개월 넘게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로 흔들리는 시리아 대통령이 개헌을 논의할 국민 대화 제의를 골자로 하는 타협안을 내놨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를 진정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지난 3월 시위 발생 이후 3번째로 국민들 앞에 나타났다. 그는 한 시간 남짓한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시리아의 미래는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국민 대화에 달려 있다"면서 "국민 대화는 헌법의 개정 또는 새 헌법의 제정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아사드 대통령은 정부 내 만연한 연고주의와 부패를 일소하겠다고 선언하고 국민의 개혁 요구를 진지하게 다룰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혼란에 휩싸인 시리아를 떠나 터키로 피난해 있는 자국민들에게 본국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아사드 대통령은 현재의 시위 사태는 소수 '난동꾼들'(saboteurs)의 짓이라며, 파괴 활동으로는 개혁을 이룰 수 없을뿐 아니라 경제 활동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사드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외신들은 과거에 비해 다소 유화적이긴 하지만 시위대에 대한 강경한 태도는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자비를 베풀 수 없다. (시위로 인한) 피해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시위대를 "병균"(germs)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날 아사드의 연설에 대해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납득할 수 없는 실망스러운 연설"이라고 논평했다. <BBC> 방송은 관련 보도에 '아사드 대통령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는 제목을 달았으며, <가디언> 또한 "이전의 강경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아사드는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 대국민 연설에서도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개혁 추구 세력이 아닌 무장 폭력배와 외국의 음모로 일어난 소요라고 주장했다.

▲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TV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과 반정부 시위대는 개혁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연설을 맹비난했다. ⓒAP=연합뉴스

"다마스쿠스에서 폭동 일어나도 놀랄 일 아니다"

시리아 시민들은 아사드에 대해 "거짓말쟁이!"라는 함성으로 대응했다.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특히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수많은 시위대가 거리로 몰려나왔으며, 알레포와 데라, 하마 등 지방 도시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는 "시리아 민중은 정권 퇴진을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우리는 오직 한 가지를 원한다. 정권을 몰아내는 것이다"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두르고 행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다마스쿠스는 전통적으로 아사드 부자(父子)에 대한 지지가 높은 지역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시리아 민중의 마음이 정권에서 얼마나 돌아섰는지 보여준다는 관측이다.

<가디언>은 "만약 지난해였다면 (이날) 아사드의 연설이 받아들여졌겠지만, 지금 우리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는 현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전문가는 "아사드는 개혁에 대해 말했지만 지금 민중이 원하는 것은 자유"라며 "민중은 법 위에 아무도 군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기자로 널리 알려진 로버트 피스크는 이날자 칼럼을 통해 "다마스쿠스에서 폭동이 일어난다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아사드의 연설은 산 자와 죽은 자 모두를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피스크는 특히 시위의 배후에 아랍 테러리스트들이 있다는 아사드의 주장을 강력 비판했다. 피스크는 "시위 군중 속에 '테러리스트'들이 섞여서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활용한다는 아사드의 주장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에서, 프랑스군이 알제리에서, 영국군이 북아일랜드에서, 나토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들을 죽일 때 수십 년간 사용됐던 변명"이라며 "아사드는 참 종은 친구들을 뒀군!"이라고 비꼬았다.

사면초가에 빠진 아사드 정권

아사드가 시위대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거두지 않고 있으며 특히 퇴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미 아사드 정권에 등을 돌린 분위기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아사드는 공허한 약속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면서 "개혁하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아사드 체제에 전달될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압력을 행사해줄 것을 우리의 터키 동료들에게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군대와 보안군의 폭력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고 수감자에 대한 고문과 인권침해를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역시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시리아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고, 프랑스도 유럽연합(EU)의 대 시리아 경제제재 조치가 확대될 것이라며 아사드 정권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EU는 최근 시리아 제재를 강화했으며 20일에도 외무장관 회의를 소집해 제재 조치를 더욱 보강할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역시 시리아가 이른 시일 내에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해 개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유혈 진압을 비난한 유엔(UN)의 대 시리아 결의안을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리아 반정부 세력은 지난 19일 "시리아 내외 모든 공동체와 정치세력을 규합해 시리아의 혁명을 주도할 것"이라며 '국가위원회'(National Council)를 설립해 아사드 정권을 '내우외환'에 빠트렸다.

이같은 국내외의 비난은 특히 지난 12일 시리아 북부의 지스르 알수구르 마을에 대한 정부군의 무자비한 탄압을 계기로 나온 것이다. 현지 인권단체들은 3월 중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1400여 명이 숨지고 1만 명 가량이 체포됐다고 집계하고 있으며, 1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드의 연설에 시리아 안팎에서 거센 분노와 실망감이 터져나온 것은 이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되는 연설이었기 때문인 셈이다. 시리아 현지의 한 전문가는 <가디언>에 이렇게 말했다.

"시리아를 통치하는 아사드와 그 일족은 정치인들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치적 해결을 쉽사리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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