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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사태, 이미 사상 최악의 3대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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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사태, 이미 사상 최악의 3대 사고"

[해외시각]"방사능 대량 유출 배제못할 아슬아슬한 상황"

일본의 원전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13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 이어 3호기에서도 원자로가 있는 건물이 폭발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미 1호기는 전날 노심용해(멜트다운)로 수소가 대량 생성되면서 원자로 밖으로 새어나와 산소와 결합하는 '수소 폭발'을 일으켜 건물이 뼈대만 남긴 채 날아갔다.

문제는 노심용해가 대량 방사능 유출로 이어지느냐다. 아직 원자로 자체나 격납용기가 폭발하는 지경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본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주변 주민들이 방사능 오염 검사를 받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AP=연합

"폭발은 없다" vs "차단시설 충분하다는 보장 없다"

나오토 세키무라 도쿄대 교수 같은 전문가는 "제1원전 1호기처럼 비등형 경수로에서는 체르노빌과 같은 참사는 가능하지 않다. 최악의 경우에도 일부 방사능 누출이나 시설 손상이 있을 수 있지만 폭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과는 안전 기술면에서 훨씬 선진화된 시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구 언론들은 대체로 심각한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내진설계가 최대 규모 7.9의 지진으로 설정했는데, 9.0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해 방사능 유출과 건물 폭발 상황까지 간 것과 마찬가지로, 비상 냉각시스템까지 전멸하는 상황에서는 강철 격납용기가 녹아 대량의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 정책연구소(IPS)의 핵전문가 로버트 알바레즈는 "차단 시설이 충분히 버텨준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 지금 매우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바닷물을 퍼붓는다는 것은 최후의 필사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 제한된 시간 내에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격납용기가 녹아내릴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자로 냉각에 실패한다면 체르노빌과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알바레즈는 "안정적인 전원 공급시스템이 복구되어 냉각기능이 회복된다면, 우리는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사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과 정부 대응실패, 스리마일아일랜드 사고와 꼭 닮아"

이런 논란과 관련, 현재 일본 원전사태의 진행 상황만으로도 최소한 세계 원전 사상 체르노빌에 이어 두 번째로 악명높은 스리마일아일랜드 사고와 유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다음은 미국의 진보성향 권위지 <애틀랜틱> 인터넷판에 12일(현지시간) 게재된 '일본판 스리마일아일랜드?(A Japanese Three Mile Island?)'의 주요 내용이다.

필자 크리스틴 러셀은 과학과 건강 환경 전문가로 하버드 공공정책대학원(HKS)의 과학 및 국제문제 벨퍼센터의 시니어펠로이며, 과학저술 증진협회장을 맡고 있는 저명한 수상 작가다.

러셀은 이 글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와 일본 정부의 어설픈 대응으로 볼 때 1979년 스리마일아일랜드(TMI) 원전 사고를 꼭 닮았다"고 경고했다.

부분적인 노심용해(멜트다운)이 일어났던 스리마일아일랜드(TMI) 원전 사고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고였다. 노심 용해가 대량의 방사능 유출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격납 용기도 녹아내려야 한다.

바로 이 문제에 대해서 지금 일본의 원전들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일본 정부가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TMI의 경우 2개의 원자로에서 심각한 노심 용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격납용기가 녹아내리지는 않아 아주 소량의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됐다.

사건 이후 광범위한 조사에 따르면 TMI 사고로 유출된 방사능 수준은 주민의 건강이나 환경에 상당한 피해를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사고 자체도 기계 오작동과 인간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TMI와 현재 일본의 원전 사태와 유사한 점이 있다. TMI 사고 때 5일 동안 미국 정부가 보여줬듯 일본 정부도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고,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극도로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으며, 혼란과 상호 모순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TMI 사고 당시 정부와 원전 운영사 간의 협력 대응은 핵 비상사태에 어떻게 하면 속수무책일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연구'가 되었다. 그 결과 언론과 주민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현재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 리처드 레스터 MIT 교수는 전문가로서 차분한 진단을 내려주었다. 레스터 교수는 노심용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연료봉이 녹는다고 반드시 외부로 상당한 방사능이 유출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레스터 교수는 "TMI 사고에서도 상당한 노심 용해가 진행됐지만, 대량의 방사능 유출이 되지 않았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아닐지라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원전 의존국들, 상당기간 후폭풍 시달릴 것"

물론 강력한 여진이 닥칠지도 모를 상황에서 일본의 원전 사태가 어떤 상황까지 가게될 것인지 단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노심용해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한 채 쏟아지는 언론 보도들이 많아지면서 상황은 이미 악화됐다.

TMI의 경우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여론과의 소통이 부적절했던 탓에 원전에 대한 공포가 지속됐고, 이런 공포로 인해 새로운 원전 개발은 중단됐다.

TMI 이후 1986년 세계 원전 사상 최악의 사고인 체르노빌 사태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인간의 실수, 부실한 설계, 그리고 격납 시설 미비 등이 겹쳐 대규모로 방사성 물질이 확산된 것이다.

두 사고 모두 현재 일본의 원전 사고처럼 원자로의 냉각시스템이 문제가 생겨서 일어난 것이다. 미국에서는 석유 에너지의 대안으로 오바마 정부 들어서야 원전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가 형성됐다.

일본의 원전 사태도 기존의 원전과 새로운 원전 건설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틀림없다. 게다가 오늘날 통신 수단이 TMI나 체르노빌 사태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초스피드화된 시대에 일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온갖 뉴스와 추측이 전세계에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에 차분한 논의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 일본과 미국 등 원전에 의존하는 세계 여러 국가들은 예측 가능한 상당한 기간 동안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후폭풍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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