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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과학의 양심을 지켜라"

[기고] 송태호 교수의 '자기모순적' 천안함 과학을 반박한다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시민사회의 거센 추궁을 받던 이명박 정부에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역설적인 표현으로 '기회'였다. 연평도 포격 6일 전 <KBS> '추적 60분'이 폭로한 충격적인 사실들은 서해의 포화 속에 묻혀 버렸다. 그 후 '천안함과 연평도'는 북한의 도발을 상징하는 한 묶음의 표현이 돼버렸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 원인에 관한 진실 공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방부는 작년 9월 최종 결과보고서를 발표하고 입을 닫아 버렸지만 과학자들과 언론, 시민단체가 제기한 의문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심을 품는 이들에게 '북한이 아니라면 누구란 말이냐?'고 되묻는 태도가 만연해 있다. 그러나 이는 논쟁의 본질을 은폐하는 한편 입증 책임의 소재를 망각한 것이다. 논쟁의 본질은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폭침됐다는 정부의 설명에 과학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모순점이 많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한 문제 제기는 여론의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그걸 받아서 다시 설명을 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은 북한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것은 심각한 논리적 비약이다. 북한의 소행 여부는 사회적으로 제기된 문제점을 정부가 충분히 설명한 후에 결론을 내려도 늦지 않다.

그러던 와중에 송태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가 뉴라이트 계열의 계간지 <시대정신> 2010년 겨울호에 천안함과 관련된 기고를 했다. 송 교수는 작년 8월 초 어뢰가 폭발해도 추진체의 '1번' 글씨는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했던 인물이다. 송 교수는 이 기고에서 천안함 과학 논쟁을 주도했던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정치학)와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를 재차 논박하며 몇 가지 추가적인 주장을 폈다.(☞<시대정신> 기고문 바로가기)

그러자 이승헌 교수는 재반박문을 작성해 <시대정신> 게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시대정신> 측은 '1번' 글씨에 대한 논의만 가능하다며 이른바 '흡착물질'에 관한 분석이 담긴 이 교수의 글은 실을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이 교수는 △ 흡착물질 문제는 '1번' 글씨를 포함해 일련의 과학적 의문을 제기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고 △ 송태호 교수도 <시대정신>에서 흡착물질 형성의 온도 조건을 논했기 때문에 재반박문에도 흡착물질에 관한 내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대정신>은 끝내 이 교수의 요청을 거부했다.

<프레시안>은 송 교수와 이 교수의 1차 공방이 벌어졌던 작년 8월 기자 칼럼 형식의 글 "이제 '1번' 글씨를 머릿속에서 지우자"(☞바로가기)를 통해 '1번' 글씨 논쟁이 천안함 진실 규명의 전부인 양 부각되는 것은 논점 일탈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번' 표기는 북한산 어뢰뿐만이 아니라 남측의 무수한 다른 표기 방법과도 일치하는 등 증거로서의 효력을 이미 상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레시안>은 흡착물질을 빼 놓고 '1번' 글씨만을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이승헌 교수의 입장에 동의하며, 그의 재반박문을 아래와 같이 게재한다. 아울러 <프레시안>은 송 교수가 이 글에 대해 재차 반박하길 원한다면 그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다. <편집자>


▲ ⓒ프레시안 자료사진

천안함과 과학의 절대성

I. 들어가는 말

천안함 침몰의 진상 규명은 진보/보수의 경계를 넘어 절대성을 지닌 '과학의 영역'에 속한다. 이 중요한 본질이 정치적 이해에 퇴색되어 '믿음의 영역'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성적이고 과학적 논쟁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점에서 <시대정신> 49호(2010년 겨울호)에 실린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송태호 교수의 글 '천안함, 과학인가 정치인가?'에 나타나는 서재정 교수와 필자에 대한 비과학적이고 인신공격적인 태도는 학자적이지도 않고, 상식인으로서도 바람직한 태도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글에서 자기모순적이지만 송 교수도 천안함 사건의 진상은 정치적이 아니고 철저히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송 교수는 자신의 <시대정신> 기고문을 필자에게 이메일로 전달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는 송 교수가 전문가들 간의 과학적 논쟁을 원한다는 의사 표시로 필자는 해석하며, 이러한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논쟁의 장으로 필자를 초대한 송 교수에게 먼저 감사를 드린다.

필자는 천안함 사건의 진상은 과학적으로 규명되어야 한다는 송 교수의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과 송 교수의 주장이 맞는지, 많은 상식인들 및 필자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가 맞는지는 과학적 검증을 통해 명확히 밝힐 수 있는 사안임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본 글에서는 송 교수가 <시대정신>에 게재한 논문의 오류를 지적하고, 논쟁 자체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원래 이 글은 송 교수 글이 실린 <시대정신>에 실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되어 <시대정신>에 기고했다. 그러나 '1번' 글씨에 대한 논의만 가능하고 소위 '흡착' 물질에 대한 논의는 허용할 수 없다는 <시대정신> 편집자들의 결정에 실을 수가 없었다.

<시대정신>의 그러한 결정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첫째, '흡착' 물질 논의는 필자가 '1번' 글씨를 포함해 일련의 과학적 의문을 제기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기 때문에(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책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에 설명되어 있다) 필자의 과학자적 양심과 식견에 대한 송 교수의 인신 공격적인 비판은 '흡착' 물질에 대한 논의가 없이는 검증할 수 없다. 둘째, 송 교수 자신도 <시대정신>의 글에서 '흡착' 물질 형성 과정의 온도 조건에 대해 논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반박은 '흡착' 물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글을 싣지 않기로 한 <시대정신>의 결정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합조단과 송 교수의 견해가 과학적이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음을 반증하지 않나 하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II. '1번 어뢰'

합조단은 천안함 침몰의 원인으로 '북한 어뢰설'을 내세우고 그 증거로 '1번' 글씨가 써 있는 어뢰추진체를 제시했다. 문제의 핵심은 그 '1번 어뢰'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고 그 어뢰가 북한제(製)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합조단이 '1번 어뢰'가 천안함 침몰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는 근거로 내세운 것은 흡착물질의 에너지 분광(EDS)과 엑스레이 회절(XRD) 데이터이고, '1번 어뢰'가 북한제라는 물증으로는 파란색의 '1번' 글씨를 제시했다.

합조단의 논리는 (1) 흡착물질 분석 데이터는 '1번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물질적 증거이고 (2) '1번' 글씨는 이 어뢰가 북한제라는 증거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가 입증되었으므로 북한제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구조 때문에 합조단은 (1)과 (2)를 모두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며, 이중 하나만 입증하는데 실패해도 결론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필자가 아래에서 입증하는 바와 같이 합조단은 (1)과 (2)를 입증하는데 모두 실패했다.

1) 수중 폭발, 버블, 그리고 '1번'

'1번' 글씨에 쓰인 파란색 잉크의 화학 성분이 한국의 문구제조사 모나미가 특허를 낸 잉크 성분과 같다고 합조단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합조단 최종보고서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며 '1번'이 북한제라고 단정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는 없음을 시인하고 있다.

과학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합조단은 북한이 '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등의 정황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정황적 증거는 '1번'이 북한제라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송 교수가 <시대정신>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1번'이 북한제인가라는 핵심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어뢰가 폭발했는데도 잉크로 쓰인 글씨가 타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사안이므로 그의 주장에 대해서 검토해 보자.

송태호 교수는 자신이 7월 26일에 발표한 글과 <시대정신>에 발표한 글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첫째, 250kg의 TNT가 폭발하면 체적 150리터(반경 33cm : 이승헌 주), 온도 섭씨 3000도, 압력 20,000기압의 기체로 변한다.

둘째, 이후 가스 버블은 팽창하는데, 버블의 압력 P, 체적 V는 다음과 같은 수식을 만족한다. PV(1.3승)=C(이 수식은 팽창과정이 가역적이라는 가정에서 나온다 : 이승헌 주)

셋째, 따라서 버블의 반경이 6.2m가 되었을 때는 압력이 0.2기압, 온도는 섭씨 영하 37도가 된다.

필자는 송태호 교수의 이러한 주장이 과학적으로 오류라고 본다.(필자의 책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2010년 8월 10일 인터뷰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인터뷰 전문 보기) 초기 고온 가스 버블의 압력은 20,000기압이고 수면 6m 아래의 물 기압은 2기압이다. 따라서 초기 가스 버블 팽창은 버블 안과 밖의 압력이 동일하게 유지되면서 일어나는 가역적이 아닌, 내외부의 압력차가 큰 상황에서 발생하는 비가역적 과정과 유사하다. 이런 비가역적 과정에서는 팽창 전과 팽창 후의 온도가 같다. (가역/비가역적 과정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프레시안> 기사 참조 ☞바로가기) 따라서 250kg의 TNT가 터지면, 현장에 사람이 있으면 공기 중이건 수면 6m 아래이건, 형성된 고온 가스에 의해 화상을 입을 것이다. 반면 송태호 교수 주장이 맞다면, 그 사람은 얼어 죽을 것이다.

그러면 이 두 상반된 주장 중 어느 것이 맞는지 어떻게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을까? 해답은 합조단이 했던 모의 폭발 실험과 여러 나라 군대에서 실행한 실제 어뢰 폭발 실험에 있다. 합조단은 0.015kg의 폭약을 투명한 물탱크 안에서 터뜨리는 모의 폭발 실험을 수행했고 전 과정을 비디오로 담았다.(☞영상 보기) 그리고 <그림1>은 합조단의 최종 보고서에 발표된 사진 중 하나이다.

<그림1> 합조단 최종 보고서 <천안함 피격 사건> 224페이지에 실린 0.015kg 폭약 폭발 실험 비디오 사진

<그림1>에는 폭발 후 형성된 반경 25cm 정도의 고온 가스 버블이 보인다. 색깔이 노랑·빨강인데, 이것은 흑체 복사라는 물리적 현상으로 가스 버블의 온도가 4000도가 넘음을 뜻한다. 따라서 0.015kg의 소량의 폭약이 수중에서 터졌을 때 25cm 반경의 4000도가 넘는 고온의 가스 버블이 생겼음을 합조단 모의 폭발 실험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송태호 교수는 TNT 250kg가 폭발하면 33cm 반경에 3000도 가스 버블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0.015kg 폭약의 효과와 거의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만약 그의 주장이 맞다면 세계 모든 국가는 엄청난 군비 절감을 할 수 있다. 0.015kg의 폭약으로 TNT 250kg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어뢰의 폭약 양을 키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 어느 해군도 폭약 0.015kg만을 달랑 넣은 어뢰를 생산하지 않고, 모두가 어뢰의 파괴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폭약의 양을 늘린다는 사실은 송 교수의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반증한다.

보다 엄밀하게 보자면 가스 버블의 반경은 폭약 질량의 1/3승에 비례한다. 따라서 0.015kg의 폭약으로 실시한 합조단의 폭발 실험 결과로 유추하면, 250kg TNT가 터지면 6m 넘는 반경의 4000도 이상의 가스 버블이 생기게 된다. 다시 말해 '1번'이 써진 디스크는 4000도가 넘는 기체에 휩싸이게 된다. 해난사고 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1번' 글씨를 써 놓고 토치로 가열해 봄으로서 '1번' 글씨가 순식간에 타버리는 걸 실험으로 보여주었다.(☞영상 보기) 송 교수가 했던 열전도 계산을 할 필요도 없이 '1번'은 4000도 이상의 기체에 직접 노출되고, 이 고온 때문에 타버려야 한다.

송태호 교수의 주장이 틀렸음은 물기둥도 입증해주고 있다. 송 교수는 어뢰 폭발 이후 100m 이상의 물기둥이 아닌 2m 정도의 파도가 형성될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또한 틀리다. 실제 합동조사단의 최종보고서도 TNT 250kg이 수심 6m에서 폭발 했을 때 82m 정도의 물기둥이 생긴다는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고(최종보고서 219페이지), 호주 군대의 실제 어뢰 폭발 실험(☞영상 보기)이나 한국국방과학연구소의 백상어 실험(☞관련 기사)등도 이를 확인하고 있다. 이렇듯 송 교수의 주장이 틀렸다는 사실은 합조단 실험 결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군대의 실제 어뢰 폭발 실험으로 입증되었다.

즉, TNT 250kg을 장전한 어뢰가 수중에서 폭발했다면 그 어뢰 내에 써진 잉크 글씨는 고열로 타버렸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뢰추진체에 '1번'이 원상태대로 남아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순이다.

2) '흡착' 물질인가 '침전' 물질인가

합조단은 어뢰 폭발의 증거로 소위 '흡착' 물질의 EDS와 XRD 데이터를 내세우며 그 물질은 어뢰 폭발 후 생성되는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시대정신> 기고에서 그 물질은 '반데르발스 힘'에 의해 어뢰 후미에 흡착되며 고온이 아니고 저온이어도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 문제는 '흡착' 물질이 흡착되는 온도가 아니라 그 '흡착' 물질이 무엇이고, 그것이 폭발의 결과물인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합조단이 작년 5월 20일 천안함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부터 합조단의 데이터와 주장에 모순점이 있다고 지적해왔다. 천안함 선체와 어뢰 부품에서 추출한 '흡착' 물질은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 아님을 지적했으며, 모의 폭발 실험에서 추출한 '흡착' 물질의 EDS 데이터는 조작되었음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아무런 과학적인 반론을 내놓지 못하였다.

<그림2> 5월 20일 합조단의 조사 결과 발표 때는 결정적인 증거의 하나로 발표되었다가, 9월 13일 발표된 최종보고서 <천안함 피격사건>에는 본문이 아닌 부록 257페이지에 실린 모의 폭발 실험에서 추출했다는 '흡착' 물질의 EDS 데이터. 폭발로 생성된 물질이면 산화알루미늄이 되므로 산소(O) 피크와 알루미늄(Al) 피크 크기의 비율이 그림처럼 ~0.9가 아닌, 0.23이 되어야 한다.(☞관련 기사) 이 데이터는 모의 폭발 실험 '흡착' 물질의 EDS 데이터가 천안함 선체와 어뢰 부품에서 추출한 '흡착' 물질의 EDS 데이터와 같고 따라서 두 '흡착' 물질들도 폭발의 결과라고 주장하기 위해 조작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최근에 광물 분석 분야의 전문가들인 두 지질학자들도 그 '흡착' 물질들이 폭발로 생성되었다는 합조단의 주장을 부정하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학과 분석실장 양판석 박사와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정기영 교수가 그들이다. 두 학자들은 각각 독립적이고 여러 실험 기구들을 이용한 물질 성분과 형성 과정 분석을 통해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의 결론은, 천안함 선체와 어뢰 부품에 붙어있던 소위 '흡착' 물질은, 폭발 후 형성되어 한꺼번에 흡착된 산화알루미늄이 아니라, 화학적 상변화 후 '침전'되어 순차적으로 층상구조를 이루며 성장한 수산화알루미늄 계열인 알루미늄 황산염 수화물이라는 것이었다.(☞관련 기사)

'흡착' 물질에 대한 과학적 논의의 핵심은 그 물질이 폭발의 결과로 형성된 것이냐이다. 천안함과 '1번 어뢰'에서 채취한 흡착물이 폭발의 결과로 형성된 물질이라면 '1번 어뢰'가 천안함을 파괴시킨 원인이라는 주장을 지지할 수 있는 반면, 이 물질이 폭발과 관계가 없다면 '1번 어뢰'와 천안함의 침몰을 인과적으로 연결시켜줄 물증 자체가 부인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이 핵심적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양 박사와 정 교수는 '흡착' 물질이 수산화알루미늄 계열이며 폭발로 형성된 물질이 아니라고 입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자는 열처리실험을 통해(☞관련 기사) 합조단의 최종보고서(258~259페이지)도 '흡착' 물질의 열처리실험 결과 데이터에서 이 물질이 폭발로 형성된 산화알루미늄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음을 밝혔다.

'흡착' 물질은 천안함과 '1번 어뢰'를 연결해주는 유일한 물증이다. 이 물증이 폭발과 상관없는 것이라면 합조단은 '1번 어뢰'가 천안함을 파괴했다는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III. 맺는 말

이 글에서 필자는 합조단이 '북한 어뢰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입증해야 하는 '1번'과 흡착 물질에 대한 두 가지 주장 중에서 단 하나도 입증하지 못한 것임을 보였다. 두 가지를 모두 입증해야 하는 합조단이 둘 다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은 합조단 주장의 치명적 결함으로 남아 있다.

현재 문제의 핵심은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의해 격침되었느냐는 것이고, '북한 어뢰설'을 내세우는 합조단이 이 가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데 성공했느냐는 것이다. 송 교수는 <시대정신> 논문에서 흡착물질은 잘 모른다며 이 핵심적 문제의 하나는 비켜갔다. 송 교수 논문의 결정적 오류이다. 필자는 흡착물이 폭발과 관계없는 물질이므로 합조단은 '1번 어뢰'가 천안함을 파괴했다는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라고 입증했다. 이에 반해 송 교수는 이에 대해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했다. 따라서 핵심적 논쟁은 이미 끝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논쟁할 거리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필자는 모든 논쟁을 깨끗하게 종식시키기 위해 공개적인 실험을 할 것을 제안한다. 합조단이 실시했던 모의 폭발 실험을 다시 해서 폭약 0.015kg과 0.15kg의 폭발 실험을 하면 버블의 크기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송 교수가 옳은지 필자와 전 세계의 군대가 옳은지 쉽게 확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실험은 또 하나의 논란을 불식시킬 것이다. 필자가 주장한 합조단의 모의 실험에서 추출했다는 흡착물질의 EDS 데이터 조작 혐의가 그것이다. 합조단은 그 흡착물질의 공개를 거부했는데, 재실험을 해서 흡착물질을 다시 추출한 후 EDS를 찍으면 조작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다.

이러한 실험이 남북 군사 당국자들의 참관 하에 실시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최근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천안함에 관한 의견차이로 결렬되었는데, 진상 확인이라는 차원에서 남북 공동의 실험이나 공동 참관은 남북 군사 당국자들의 의견차이를 좁히는 좋은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이므로 국내와 해외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과학적 검증을 하는 것이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키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필자 이승헌 :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학사·석사) 미 존스홉킨스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국립표준연구소 물리학자로 있었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중성자와 엑스레이 산란을 이용한 고체물리학 전공. 미 국립표준연구소 젊은과학자상을 받았으며 재미한국물리학자협회의 젊은과학자상과 미 중성자산란협회 과학상을 수상했다. 5편의 <네이처> 자매지 논문을 포함해 현재까지 약 100여 편의 SCI 논문을 출판했다. 2010년 천안함 문제를 다룬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창비)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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