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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사퇴는 없다"…시위대 '분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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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사퇴는 없다"…시위대 '분노의 눈물'

"9월까지 대통령직 유지" vs "이집트 폭발할 것"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하야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점쳐졌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즉각 사퇴를 거부하고 9월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기대에 부풀었던 시민들은 격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텔레비전 방송 연설을 통해 9월 대선까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대통령의 권한 중 일부를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한 이양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사므에 슈크리 미국 주재 이집트 대사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연설에 따라 술레이만 부통령이 '사실상 국가의 수장'이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자신은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반응해야 한다는 것에 당황하지 않았다며, 시위 과정에서 보안군과의 충돌 등으로 사망한 시민들의 가족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사건에 책임이 있는 자는 곧 처벌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또 계엄법은 '조건이 충족되면' 철폐될 것이라며 비상조치법의 즉각 철폐를 요구한 시민들을 다시 한번 실망시켰다. 계엄법 철폐를 요구하는 국제사회를 의식한 듯, 자신은 '외세의 압력'은 무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무바라크 대통령은 시위는 끝나야 한다며 "현재 이집트는 이런 상황을 허용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위로 인한) 경제 위기는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뒤를 이어 연단에 오른 술레이만 부통령은 좀더 직접적으로 시위대 해산을 요구했다.

"이집트의 젊은이들이여, 집으로 돌아가라. 일터로 돌아가라. 국가는 여러분에게 스스로를 개발하고 창조하기를 바란다. 이집트를 비하하려는 것이 목적인 TV와 라디오를 보고 듣지 말라."

▲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0일 밤(현지시간) 국영TV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예상과는 달리 퇴진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AP=연합

시위대 격분…엘바라데이 "이집트 폭발할 것"

타흐리르(해방)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이들의 연설에 격분했다. 그들은 구호를 외치고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흔들며 그가 즉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발을 흔드는 것은 아랍 문화권에서는 깊은 적대감과 경멸감을 표시하는 모욕적인 제스처다.

무바라크의 연설에 앞서 대통령의 퇴진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위대는 매우 고무됐었다. 무려 수십만 명이 타흐리르 광장으로 모여들어 대통령의 연설을 기다렸고 분위기는 마치 축제와도 같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일부는 이집트 국기를 흔들며 "이제 (승리까지) 거의 다 왔다"고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자 일순간 광장은 조용해졌고 연설이 끝나기도 전에 분노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불과 30분 전까지만 해도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던 사람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시위에 참가한 변호사 압둘 라프만은 "이 연설은 도발적이었다"며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적 성향의 판사인 히샴 바스타위시는 지금 무바라크 대통령은 '뇌사 상태'라며 "더 늦기 전에 군이 개입해서 그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화학자 하짐 칼리파는 "그는 과거에도 국민들을 분열시키려 시도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국민들을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검은 법복을 차려입은 법조인들과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대거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에 합류하면서 시위의 새로운 동력이 됐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군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의 연설로 인해) 이집트는 폭발할 것"이라며 "군이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대했다가 '낚였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이 처음 언급된 것은 10일 오후. 아흐메드 샤피크 이집트 총리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곧 (TV연설에서) 모든 것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송은 '무바라크 대통령, 아마도 퇴진할 듯'이란 보도를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무바라크가 샤피크 총리에게 권한을 넘기고 사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았다.

이집트 군과 집권 여당인 국민민주당(NDP) 관계자들도 미국 <AP> 통신에 "무바라크 대통령은 시위대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가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었다.

이에 따라 거의 모든 외신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지난 17일간의 시위를 돌아본다', '이집트 역대 대통령들과 이집트 현대사 정리', '무바라크 대통령의 약력' 등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무바라크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 무바라크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실망한 시위대가 신발을 흔드는 등 분노를 표현하며 대통령의 즉각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아랍권에서 신발을 벗어 흔드는 것은 모욕의 제스처다. ⓒ로이터=뉴시스

금요기도회 후 대규모 시위 예고

시위대들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어 다음날인 11일 예고된 '100만 인 행진'이 주목되고 있다. 시위 주도세력은 카이로 시내 6곳에서 개별적으로 집회를 연 뒤 각각 타흐리르 광장으로 행진해 모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요일인 이날엔 이슬람교의 금요기도회가 열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시위의 규모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에도 금요기도회가 끝난 후 수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이로 인해 민주화의 불길이 거세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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