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은 26일 오후 '교과용도서 검정조사 심의회'를 열어 '한국의 일방적 점거', 'ICJ(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한 독도 문제 해결' 등의 내용이 담긴 사회과 교과서를 승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승인 대상인 일본사(9종), 세계사(3종), 지리(2종), 정치·경제(7종) 등 총 21종의 사회과 교과서 중 독도 관련 표현이 담긴 교과서는 15종으로, 이 가운데 짓쿄(實敎)출판, 시미즈(淸水)서원, 도쿄(東京)서적 등 종전에 독도 관련 기술이 없었던 3개사의 일본사 및 세계사 교과서에 독도 관련 내용이 추가됐다.
일본 교과서의 독도 관련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검정 대상이었던 39종의 교과서 중 22종의 교과서에도 독도와 관련한 기술이 있었는데, '한국이 점거했다,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다,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독도를 둘러싼 문제가 있다' 등의 표현이 담겨있었다. 한국이 독도를 '일방적'으로 점거했다는 것과 ICJ 문제가 교과서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일본 역사 교과서 ⓒ연합뉴스 |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외교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여전히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는 내용을 포함한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의 근본적인 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재론의 여지가 없는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여전히 일본 영토로 부당하게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데 대해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는 바"라며 "일본 정부는 '역사에 눈감는 자, 미래를 볼 수 없다'는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사 인식 수준, 출판사에 따라 달라
한편 일제 강점기 당시 역사 기술에 대해서는 교과서별로 다소 편차를 보였다. 위안부에 대해서는 검정 대상 역사 교과서 12종 중 9종에 관련 내용이 게재됐다. 게재 내용을 살펴보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군의 책임을 비교적 분명히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 또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암시적으로 언급한 표현이 증가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고노담화 등 위안부 관련한 역사의식의 진전을 보여주고 있는 표현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교과서에는 '위안부로서 연행되는' 이라는 표현이 '일본군에 의해 연행되어' 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며, 이는 연행의 주체를 일본군이라고 명확히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시상식 장면 사진과 당시 <동아일보>가 일장기를 지워서 기사를 발행했던 사건을 실은 교과서도 있었다. 또 황민화 정책의 강제성을 부각시키고 창씨개명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는 등 식민지 지배의 실태를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선시대를 부르는 명칭을 기존 '이씨조선'에서 '조선'으로 변경하여 기술한 교과서도 등장했다.
그러나 일부 교과서에서는 태평양 전쟁 말기에 벌어진 강제 징용 및 징병에 대한 내용이 삭제돼 여전히 역사 인식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교과서 별로 내용이 다른 것은 어떤 출판사에서 교과서를 집필했느냐에 따라 다르다"면서 "이번에는 보수 우익 출판사의 교과서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자극적인 표현이 적고 역사 기술 측면에서 진전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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