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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확산만 막고 '북 핵보유' 용인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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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확산만 막고 '북 핵보유' 용인할 수도"

세종연구소 백학순 "美 대북정책 부재…MB 전쟁정부로 보여"

북한 전문가인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북한 핵의 폐기지만 실질적으로는 확산을 막는 것에 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백 위원은 14일 서울 하이원빌리지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서 "현실적으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어 있어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에게)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가 여전히 달성해야 할 목표지만 핵 비확산문제가 실질적으로 보다 더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북핵, 북한과 미국의 속내는?'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백 위원은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요구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물으며 미국에게는 북한보다 이란 핵문제가 더 급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북한의 경우나 이란의 경우나 미국의 가장 큰 관심은 이 핵무기나 핵 관련 기술이 테러리스트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백 위원은 보았다. 물론 미국은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으며 지난 4월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핵안보(nuclear security)' 역시 비확산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 위원은 토론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 "(한국, 미국 등은) 6자회담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핵보유가 인정되고 비확산만 방지하는 중간지점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김연철 인제대 교수,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뉴시스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은 '북미 대화 원한다'는 메시지

백 위원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는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북한이 경수로 짓겠다, 연료확보 위해 우라늄 농충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한 것은 허풍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북한은 그 말을 그대로 지킨 꼴이 됐다"며 이번 우라늄 농축시설이 영변 한가운데 있는 점과 눈에 잘 띄는 파란색 지붕의 건물로 지은 점을 주목했다. 백 위원은 북한의 우라늄 시설 공개를 "'전략적 인내'를 취하는 미국을 깨워 핵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판단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의 중간선거 패배와 북한에 비해 이란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점 등도 있지만 다른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백 위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북한에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보낸 모양인데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했다"며 "미사일 발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개인적으로 큰 모욕으로 느껴졌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면전에서 주먹을 날린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 위원은 오바마 행정부의 리더십 부재도 문제라며 북한 문제를 비확산 전문가들,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들에게만 맡겨 놓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백악관 관료들은 책임을 면하고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기 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 위원은 "정전체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서해상에서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 이런 성격의 문제를 다룰 리더십 자체가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했다.

정책에서 리더십이 사라지다 보니 "기술적인 문제, 비확산 이슈만 마치 정책인 것처럼 남아 있는 상황"이 됐다며 그는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핵사찰은 통상 수준을 넘어선 것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보통은 신고한 시설에 대해서만 사찰을 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신고하지 않은 것을 찾기 위해 모든 부문의 사찰을 다 해야겠다고 한 셈이라는 것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신뢰가 없는 분위기가 미국 정가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백 위원은 설명했지만 한편으로는 "곧 있을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의 방중과 내년 1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통해 뭔가 큰 틀거리를 만들어내지 않을까"라며 미·중모두 "서해 같은 상황을 그냥 둘 수는 없다"는 인식에서부터 합의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이번의 연평도 사태는 "서해라는 곳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위험한 곳인가 하는 것을 너무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 사건"이라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더 문제…MB정부, 정치의 ABC도 몰라"

백 위원은 또한 미중 간의 대결 구도는 비교적 오랫동안 존재했던 갈등이 표면화한 것인 반면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다음부터 급속히 악화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남북 간에 완전히 험악한 상황이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또 백 위원은 "외국에서 봤을 때 이명박 정부는 전쟁을 할 수 있는 정부"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라면) 내치에서는 아무리 속이 썩더라도 통합과 단결을 말해야 되고 외치에서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와 긴장완화 등을 말해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정치의 ABC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또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관계국들의 전략에 대해 설명한 다음 "이 모든 (관계국들의) 노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북·미·중은 나서서 뭐라도 하려 하는데 우리 정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외국에서 봤을 때는 한반도에서 남한 정부가 긴장 완화와 평화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토론회를 주최한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토론 시간을 통해 "한반도 문제가 미중 협조하에 진전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이 문제가 미중사이에서만 협의되고 남북한은 따라가는 그런 모양"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장관은 "미중이 주도하면 평화체제라도 분단이 고착되는 그런 체제가 되고 만다"며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로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남북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하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남북이 주도해서 평화회담을 추진하려 했는데 지금 집권 정부에서는 어렵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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