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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핵무기 생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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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핵무기 생산 중"

<위키리크스> 미국·영국이 파키스탄 핵무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미국과 영국 외교관들은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으로 인해 핵물질이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가거나 인도와의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터넷판이 전했다.

이 신문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電文)을 분석한 결과 "파키스탄이 국내 정치의 불안정과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핵물질 생산량을 늘리고 있으며 외교관들은 이를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나아가 이스라엘 등 똑같은 비공식 핵보유국가 중에서도 미국과 영국 이 유독 파키스탄의 핵확산에 대해서 크게 우려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다. 그래서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개발하자 세계에서는 이슬람 최초의 핵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경우 파키스탄의 핵무기가 이슬람 과격세력에게 넘어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파키스탄 군과 정보기관 일부가 아프간의 탈레반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둘째. 파키스탄의 정치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정권 자체가 이슬람 과격세력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의 저농도 우라늄 농축에 대해서도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태도를 감안하면 이같은 사태는 그야말로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셋째, 파키스탄은 이웃국가인 인도와 끊임없는 분쟁상태에 있는데 대체로 군사력 측면에서 인도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경우 파키스탄은 부족한 재래식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전술핵 무기 등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외교전문에는 파키스탄이 전술핵무기를 생산 중이라는 첩보도 있다.

이처럼 파키스탄은 국가 정체성이나 지정학적인 위치를 봤을 때 핵무기 확산, 특히 과격세력에 대한 핵무기 확산 그리고 핵무기 사용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서방측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메리어트 레슬리 영국 외무성 방위·정보국장(director general of defence and intelligence)은 2009년 9월 미국 외교관들에게 "영국은 파키스탄 핵무기의 안전성과 보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이 담긴 전문은 '비밀'(secret)이며 '외국에 알리지 말 것'으로 분류돼 있었다.

같은해 2월 앤 패터슨 주 파키스탄 미국 대사도 본국에 전문을 통해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은 이슬람 반군이 핵무기를 통째로 훔쳐가는 것이라기보다는 핵 시설에서 일하는 누군가가 핵물질을 야금야금 빼돌려 결국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양을 (외부로) 유출시키는 것"이라고 보고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핵무기에 관해서는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 전문은 전했다. 파키스탄은 지난 2009년 7월 미국과 이미 합의된 원자로 폐연료봉 처리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이 프로그램은 고농축우라늄의 확산이나 도난 우려를 없애기 위해 추진됐었다.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만약 우리 언론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미국이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가져가는 것으로 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앤 패터슨 주 파키스턴 미국 대사가 유수프 라자 질라니 파키스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뒤로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모습이 보인다. 패터슨 대사는 기사에 나오는 전문 중 일부는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EPA=연합

미국의 파키스탄에 대한 두려움은 2008년 정보 브리핑에서부터 비롯됐다. 브리핑의 내용은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핵무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레슬리 국장은 2009년 9월 런던 군축 회담에서 미국 외교관들에게 영국 역시 이에 대해 불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인들은 "미국이 우리의 폭탄을 가져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슬리 국장은 파키스탄은 영국 기술자들로부터 "핵 안전성 원조"(nuclear safety help)를 받을 준비가 돼 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 과정을 감독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전했다.

전문은 레슬리 국장이 핵확산은 세계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지만 "사람들은 테러보다 핵확산 위협을 더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군축 회담에 참석한 또다른 영국 관리인 존 데이 영국 국방성 안보정책국장(director general for security policy) 또한 당시의 정보를 종합하면 파키스탄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영국뿐 아니라 러시아 역시 파키스탄의 상황을 우려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 외무성 관리인 유리 코로레프는 미국 측 관계자에게 "이슬람주의자들은 파키스탄에서 권력을 추구할 뿐 아니라 핵무기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레프는 파키스탄의 현황이 "매우 불안정"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레프는 2009년 2월에도 파키스탄 핵시설 문제를 미사일 감축 회담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지난 몇 년간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은 파키스탄 핵시설에서 관계자들을 태우고 출입하는 차량을 공격해 몇 명은 죽이고 상당수를 납치했으며 현재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레프는 "파키스탄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의 수만 해도 12~13만 명이나 된다"며 "이들 모두가 100% 충성스럽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이 핵무기에 '목숨 거는' 이유는?

헤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왜 파키스탄이 핵물질 처리 협상에 응하지 않는지 미국 당국자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 적이라는 것"이라며 파키스탄군 지휘관들은 자국 군대가 인도군보다 약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의 미국 외교관들도 파키스탄이 인도군과의 전투에 대비해 소형화된 전술핵무기를 생산하는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파키스탄이 대량의 핵무기를 빠른 속도로 생산하는 것은 인도와의 적대관계로 인한 안보 불안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도 측은 '콜드 스타트'(Cold Start)라고 암호화한 대응 방안을 작성한 것으로 미국은 비밀리에 분석했다. 인도 관계자는 파키스탄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도를 도발한다면 인도군은 신속히 파키스탄을 침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9년 2월 팀 로머 주 인도 미국 대사는 핵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인도 측에 이 작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전해졌다.

이 신문은 "이번에 공개된 외교 전문들은 미국과 파키스탄 간의 긴장관계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양국 간의 긴장은 핵 문제 뿐 아니라 대테러 전략, 아프가니스탄 전쟁, 재정 지원 등 다양한 주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파키스탄과 관련된 전문에는 아래의 내용들도 포함돼 있었다.

△ 미국은 파키스탄 군이 탈레반과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 스왓밸리 등지에서 (이슬람 율법에 따른) '보복 살인' 행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파키스탄 군이 이와 관련된 조치를 취하도록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패터슨 대사는 2009년 9월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파키스탄 군에 의해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다는 주장에 믿음이 간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그러나 패터슨 대사는 보복살인을 포함한 '문화적 전통'은 "각자의 명예를 유지해 주는 핵심"이라고 판단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는 "대사관은 이번 사태에서 미국이 보복살인이라는 관습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며 "미국 정부가 이번 사고에 대해 크게 비난한다면 (아프간의 미국에 대한) 선의는 쉽게 없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대사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대화와 원조라는 전략을 유지할 것을 충고한다"는 내용으로 전문을 작성했다.

이 신문은 전문에서 1997년 제정된 미국의 '레히 법'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레히 법이란 군대에 의해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미국 정부는 지원을 중단할 것을 의무화한 법이다.

△ 아시프 알 자르다이 파키스탄 대통령은 자신이 암살될 경우를 대비해 폭넓은 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자르다이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역시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 중 자살폭탄 테러 공격으로 암살됐다. 자르다이 대통령은 패터슨 대사에게 "내가 암살될 경우 내 딸인 파르얄 탈푸르를 대통령으로 지명할 것"을 자신의 아들인 빌라왈 자르다이에게 지시해 놓았다고 말했다.

△ 자르다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에게 "군대가 나를 제거하려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적도 있다. 실제로 파키스탄의 군사 지도자인 아쉬팍 카야니 장군은 현재의 정치적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켜 자르다이 대통령을 추방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외교 전문은 전했다.

△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외교관들에게 미 국방부는 아프간 국경 지대의 난민 캠프 위치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미 공군의 공습 목표와 관련된 정보를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

△ 소규모의 미군 부대는 파키스탄 정부의 허락 하에 이 나라 영토 안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지만 파키스탄 선임장관은 미군 무인폭격기에 의한 공격을 개인적으로 지지해 왔다.

△ 패터슨 대사는 미국이 아무리 많은 돈을 지원한다 해도 파키스탄 군대는 이슬람 반군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봉기 세력에 대한 지지(backing)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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