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정치개입' 지시, 오타까지 그대로 퍼뜨려

65개 트위터 계정 발견… '국정원 여직원' 발각 날 활동 종료

국가정보원 원세훈 원장이 국내 정치에 개입을 지시한 내부 자료가 공개된 데 이어, 문건의 지시 내용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 트위터 계정들이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일 <한겨레>에 따르면, 원 원장이 국정원 내부 인트라넷에 올린 지시 내용을 리트윗한 트위터 계정 65개가 발견됐다. 특히 원 원장의 지시 내용의 오타까지도 트위터에 그대로 옮겨져,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에서도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됐다.

원 원장은 2012년 11월23일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최근 IAEA 사무총장이 '한국과 같이 자원 없는 나라가 원전 활용하는 것은 현명. 관리도 잘한다'고 호평한 내용을 원전지역 주민들에게 홍보할 것"이란 지침을 게시했다. 그러나 원 원장이 인용한 발언을 한 인물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아니라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었다.

닷새 뒤 트위터에는 이같은 오류가 고스란히 포함된 글들이 올라왔다. 2012년 11월28일 한 트위터 이용자(wlsdbsk)는 "IAEA 사무총장, '한국과 같이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 원전을 활용하는 것은 현명하며, 관리도 잘하고 있다'고 호평"이라는 글을 남겼다. 같은 날 또다른 트위터 이용자(taesan4)도 "IAEA 사무총장, '대한민국과 같이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 원전을 활용하는 것은 현명하며, 관리도 잘하고 있다'고 호평... 이런 전문가 의견에도 토달고 시비걸려나?"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계정들은 지난해 6~7월 생성된 후 12월11일을 마지막으로 활동이 중단됐고, 지난 1~2월 완전히 폐쇄됐다. 지난해 12월11일은 민주통합당이 인터넷 댓글 조작 혐의로 국정원 직원 김모 씨의 오피스텔을 급습한 날이다. 또, 두 계정을 리트윗한 트위터 계정 65개는 모두 12월11일 이후 활동을 멈췄다.

<한겨레>는 또 앞서 이들 계정들로 작성된 글 내용이 김씨가 '오늘의 유머'(오유) 게시판에 쓴 글과 유사하다며 '국정원 댓글 여직원 사건'과 국정원장의 국내 정치 개입 지시 문건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국정원 정치 개입 비판 '한 목소리'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은 이와 관련,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의 국내 정치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국가정보원인지 국정홍보원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자세한 공개질의사항을 내고 답변에 따라 고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방침을 밝혔다.

시민사회에서도 일제히 비난에 나섰다. 원 원장이 내부 지시 글을 통해 '국내 내부의 적'이라고 지목한 민주노총은 전날 논평을 내고 "헌법이 규정한 노동3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조직에 대해 대놓고 종북 딱지를 붙이고 권력기구를 동원하여 탄압에 나섰다는 것은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반헌법적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음습한 정치공작을 일삼은 국가정보원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함께 '국내 내부의 적'으로 거론된 전교조 역시 명예훼손이나 국정원의 정치관여금지, 직권남용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검토해 원 국정원장과 관련자를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