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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테러범 김현희에 칙사 대접…외신들은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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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테러범 김현희에 칙사 대접…외신들은 '갸우뚱'

김현희의 화려한 일본 '데뷔', 새로운 사실은 없었다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범인 김현희가 한국의 유족들과는 만나지 않으면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는 성대한 만남을 갖는데 대해 외신들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김현희가 115명의 생명을 앗아간 테러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방문해 국빈 대접을 받는데 대해 "최고의 스파이 스토리"라고 비꼬았다.

"체포됐어야 하지만 VIP가 됐다"

<인디펜던트>는 지난 20일 일본 정부의 특별기편으로 도쿄 하네다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김현희에 대해 "냉전의 이국적인 산물(공작원)이 철통 경비 속에 도쿄 땅을 밟았다"면서 "정부에 의해 미디어의 접근도 차단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현희가 KAL기 폭파범으로 한때 사형수였던 점을 언급하면서, 공항에서 체포되었어야 할 그가 일본에서 국빈과 비슷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러한 '김현희 스토리'가 "너무나 믿기지 않는 스파이 스토리의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면서 "이 아름다운 북한 여성은 공작원으로서의 삶을 택하는 대신 여배우가 될 팔자였다"고 평했다.

이어 "일본인 납북 피해자들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었다는 점, (항공기 폭파범인데도) 극적으로 살아남은 점 등 김현희의 스토리는 일본을 사로잡았다"면서 "그것은 김현희의 방일이 원래는 금지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기존 법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를 일본에 서게 만든 흥밋거리였다"고 전했다.

▲ 전 북한공작원 김현희. 사진은 지난해 3월 부산에서 열린 기자회견 당시의 모습. ⓒ뉴시스
일본 정부는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의 면담을 위해 김현희의 입국을 추진해왔고, 한국 정부도 이에 협조했다.

범죄자 신분이기 때문에 입국이 어려운 김현희를 위해 일본 법무대신이 특별 허가를 내는데 힘을 썼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起夫) 전 총리는 그의 숙박을 위해 자신의 별장까지 내주었다. 이렇듯 극진한 대접에 언론의 뜨거운 관심까지 가세해 김현희는 테러리스트에서 신데렐라로 탈바꿈했다.

<인디펜던트>는 이러한 점을 비꼬고 있는 셈이다. 신문은 "일본의 비판자들은 이미 김현희의 방문이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쇼라고 낙인을 찍었다"면서 "납치 피해자들의 운명에 대해 김현희가 넘겨 줄만한 새로운 정보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20일자 <가디언>도 김현희의 방일에 맞춰 그의 동향과 KAL기 폭파사건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미가 합동 해상훈련의 일정을 공개하고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한미동맹의 위력을 보여주는 등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시점에 김현희의 방일이 겹쳤다고 전했다.

<가디언> 역시 김현희의 등장에 대해 "납치 피해자들의 운명을 밝히는데 실패한 일본이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기 위해 마련한 쇼라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현희는 이미 피해자 가족들에게 할 이야기를 한 바 있으며, 새로운 정보는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현희에 대한 과도한 대접과 관심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일본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재일한국인인 변진일 <코리아 리포트> 편집장은 21일 <제이캐스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15명을 죽인 전 사형수가 한 나라의 총리였던 사람의 별장에서 묵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변 편집장 역시 김현희로부터 새롭게 나올 정보는 없다고 지적하면서 납치 문제 해결은 북일 정상회담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자민당이 과거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함으로써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것이 (납치자 문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일본 민주당 정부의 '쇼'에는 내각 지지율과 관련한 고민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에서 납북자 문제는 손쉬운 정치적 카드다. '외부의 적'을 부각시켜 정부에 대한 지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자민당 내각이 납치자 문제를 크게 부각시켜 정치적 이득을 챙긴 후 이 문제는 일본 정치권의 단골 메뉴가 됐다.

"새로운 얘기는 없었다"

언론들이 지적한대로 21일 김현희와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의 면담에서 새로운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납치 피해자인 요코타(橫田) 메구미의 부모는 22일 기자회견에서 김현희와의 면담에 대해 "우리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메구미의 안부)은 모르고 있었지만 (김현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김현희가 가족들에게 전한 정보는 "구체적인 시기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동료의 권유로 한번 메구미를 만났고, 그녀가 만들어준 부침개를 나눠 먹었다"거나 "메구미가 수많은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다"는 정도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김현희가 또 다른 납북자인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의 가족에게 "(북한에 있을 때) 몇 명인가 일본인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 것은 성과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납치문제담당상은 22일 일본 국가공안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다구치씨가) 6~7년 전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고 밝혀 그 정보원과 진위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매우 이례적으로 북한이 이미 '숨졌다'고 밝힌 다구치에 대해 생존 정보를 입수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납치자 문제는 한동안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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