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동영상 올렸다고 민간인 사찰"
<PD수첩> 제작진은 "공직자, 공기업 종사자들의 비리를 암행, 감찰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윤리지원관실에 의해 한 민간인이 경찰,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는 제보가 왔다"며 "제보자는 공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민간인, 전직 은행원 김종익씨였다"라고 밝혔다.
김종익 씨는 지난 2005년 명예퇴직 후 국민은행의 하청업체인 '뉴스타인 한마음'의 대표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2008년 인터넷에서 크게 유행한 이명박 대통령의 BBK와 전과 문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 의료 민영화 정책 등을 비판하는 이른바 '쥐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링크했다.
이후 김종익 씨는 후배인 국민은행 노무팀장으로부터 '쥐코' 동영상을 링크했다는 이유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그를 조사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후 국무총리실은 김 씨의 회사를 찾아 회계 관련 자료들을 강제로 회수해 가는가 하면, 김종익 씨 회사 직원들을 국무총리실로 불러 취조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김 씨의 회사에 하청을 주던 국민은행을 통해서도 압박을 가했다. 국민은행 간부들은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별도의 회사를 만들어 하청을 주겠다'며 김 씨의 회사대표직 사임과 주식 이전을 강요했다. 결국 김 씨는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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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이 입수한 수사기록. ⓒMBC |
"정부의 사찰과 수사로 김종익씨는 모든 것을 잃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금횡령과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가진 피의자로 김종익 씨를 경찰에 이 사건을 이첩했다. 국무총리실은 경찰청도 아닌 일선 경찰서인 동작 경찰서에 직접 공문을 보냈다.
<PD수첩> 제작진이 확보한 공문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김 씨가 실제로 활동도 하지 않은 '노사모 핵심 멤버'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경찰은 김 씨와 김 씨 회사의 관계자들을 불러 김 씨가 노사모의 핵심멤버인지, 김 씨가 촛불집회에 자금지원을 했는지 여부를 두고 집중 추궁했다. 또 김 씨의 고향이 이광재 전 의원과 같은 강원도 평창이었다는 것도 수사의 핵심이었다.
김 씨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노사모면 어떻고, 촛불집회에 나가면 또 어떻습니까. 이광재를 후원했으면 또 어떻습니까. 그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저를 이렇게 했다면, 실제로 그랬던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어떻게 했겠습니까?"라며 분노했다.
결국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고 2009년 10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PD수첩>은 "정부의 사찰과 수사로 인해 김종익씨는 모든 것을 잃었다"면서 "모든 사회활동을 접은 그는 지금 정치적 실직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알고 있었다…책임자는 답변 회피"
또 <PD수첩>은 "취재과정에서 청와대가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상황이 포착됐다"면서 "김 씨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청와대 법무비서관 소속 행정관이 전화를 걸어와 '청와대도 이 사건을 알고 있다'면서 헌법 소원을 제출한 이유를 물었다"고 밝혔다.
한편 <PD수첩>은 국무충리실에 대해 이 문제에 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어떠한 대답도 듣지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책임자에게 이 사건에 관한 질의를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회의 도중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 자리를 빠져나가 무산됐다.
<PD수첩>은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을 포착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가버렸다"며 "그가 PD수첩의 취재를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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