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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눈엣가시' 룰라, 브라질 대선서 '역전승'…"누구의 뒷마당도 안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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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눈엣가시' 룰라, 브라질 대선서 '역전승'…"누구의 뒷마당도 안 될 것"

결선서 1차 투표 결과 뒤집고 첫 4선 성공…'선거 불복 쿠데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아들, 패배 인정 미루고 선거 무효 요구

25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80) 대통령이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1차 투표 결과를 뒤집고 극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대선 결과 불복으로 '브라질판 의사당 폭동'을 야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45) 상원의원을 꺾은 것으로, 정치적 함의가 크다.

브라질 고등선거재판소에 따르면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룰라가 51.79%, 플라비우 보루소나루가 48.21%를 득표해 룰라가 브라질 첫 4선 대통령으로 재임하게 됐다. 노동자 출신으로 2003~2011년 집권하며 남미 좌파의 상징이 된 룰라는 2022년 대선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누르고 3선에 성공했다. 이번 대선에서 룰라와 맞붙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당선 확정 뒤 승리 연설에 나선 룰라는 브라질이 "누구의 뒷마당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간섭을 거부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국민들이 투표장으로 간 건 우리가 그들의 투표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고 확신시켰기 때문"이라며 특히 "브라질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젊은층에 감사를 표하며 이번 선거가 "부정론과 거짓의 패배"를 뜻한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선거재판소의 룰라 승리 확정 뒤 "오늘 일어난 일은 정상적이지 않았고 용납될 수 없다"며 투표 시간이 2시간 연장된 것은 "경기 도중에 규칙이 바뀐 것"이라며 투표 결과 무효화를 요구했다. 다만 이날 투표 시간 연장은 보우소나루를 포함한 양 후보 모두가 제기한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보우소나루는 자신이 유리한 브라질 남부 지역 폭우 등 악천후를 이유로, 룰라는 자신이 우세한 상파울루 등에서 투표소로 가는 대중교통에 차질이 생겼다는 이유로 투표 시간 연장을 법원에 요청했다.

<AP> 통신은 투표 종료 3분 전에 내려진 연장 결정이 모든 투표소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통신은 자사 기자들이 브라질리아,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투표소들이 원래 투표 종료 시간이 오후 5시 직후에 문을 닫는 걸 목격했다고 전했다. 카시오 누네스 마르케스 선거재판소장은 룰라 당선 확정 뒤 투표 시간 연장이 개표나 선거 과정에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의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자신이 룰라에게 패배한 2022년 대선에서 선거 전부터 부정선거론을 퍼뜨리다 결과에 수일 간 승복하지 않고 사실상 선거 불복 시위를 독려한 바 있다. 결국 이듬해 1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브라질 의회·대통령궁·대법원을 습격해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져 큰 혼란이 빚어졌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관련해 쿠데타 시도 혐의로 징역 27년형을 선고 받았다.

보우소나루가 대체로 아버지의 성향을 계승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선거 결과에 곧바로 승복하지 않으며 또 한 차례 혼란이 일어날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보우소나루는 아버지와 폭동 가담자들에 대한 사면, 이들을 투옥하는 걸 감독했던 대법관 탄핵, 헌법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을 밝혀 왔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위험분석업체 RANE의 라틴아메리카 분석가 마리오 브라가는 향후 며칠간 우익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그로 인해 선거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 정치학자 크리스티안 린치는 "이곳 사람들은 그들이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며 룰라 승리가 브라질인 다수가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룰라의 이번 집권기 동안 브라질 경제는 완만히 성장했고 실업률 및 물가상승률도 하락했지만, 생활비 문제는 불만으로 대두됐다. 그럼에도 룰라가 재선에 성공한 데 대해 <뉴욕타임스>를 보면 브라질 대통령 언론 비서를 지낸 정치분석가 토마스 트라우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변화를 원하지만 보우소나루식 변화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룰라는 지난 4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선 45.16%를 득표해 47.03%를 득표한 보우소나루에 2%가량, 득표수론 약 230만표 뒤진 뒤 결선에서 역전했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한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한 건 1980년대 브라질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결선에서 룰라는 보우소나루보다 440만표 가량을 더 얻었다. 이 득표차는 2022년 대선에서 룰라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꺾었을 때의 표차(210만표)보다 두 배 크다.

높은 투표율이 이변의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룰라 쪽은 선거 운동에서 1차 투표 때 기권한 3300만 명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오는 데 초점을 맞췄고, 결과적으로 결선 투표 기권율이 1차 투표보다 낮아져 추가로 300만명이 투표에 더 참여하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했다. 이 표가 룰라에 몰렸을 거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번 대선 1차 투표 투표율은 78.52%, 결선 투표 투표율은 80.78%로 집계됐다.

룰라 정부는 최근 몇 주간 저소득 가정에 대한 현금 지원 확대, 가계 부채 해결 지원 프로그램 등 저소득층을 겨냥한 경제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결선에서 저소득층 및 노동자 계층과의 유대를 다시 다지고자 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룰라가 1차 투표 이후 온라인 전략에도 힘을 써, 선거운동 계정 팔로워 수가 5만 명에서 1100만 명으로 급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지지가 룰라 승리의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브라질에서 여성 살해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선거운동 과정에서 보우소나루의 과거 여성혐오 발언, 출산 휴가 연장 반대 등이 부각됐다. 미 CNN 방송은 이달 중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여성 유권자 사이에서 룰라 지지율이 보우소나루에 49% 대 40%로 앞섰다고 설명했다. 남성들 사이에선 보우소나루 지지율이 52% 대 40%로 더 높았다고 한다.

룰라의 승리로 최근 라틴아메리카 각국 선거에서 우파가 연속 승리하며 불러 온 '블루 타이드(우파 집권 물결)'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지난 2년간 중남미 콜롬비아, 칠레, 온두라스,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선거에서 줄줄이 우파가 승리했다.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가 1위를 차지하며 브라질도 우파 집권 물결에 합류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남미 영향력 확대 전략의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룰라 승리라는 이변으로 이러한 전망도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중남미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범죄 협력 수준을 넘어 넘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체포, 마약운반 의심 선박 공습, 쿠바 연료 수입 봉쇄 등 이 지역에 이전보다 훨씬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 CNN 방송은 보우소나루가 승리했다면 라틴아메리카 최대 경제권인 브라질이 특히 안보와 조직 범죄 소탕 측면에서 미국과 더 가까워졌겠지만, 룰라는 다자주의, 글로벌사우스 및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도 저항해 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결과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과 함께 라틴아메리카에 미국 연계 보수 블록을 구축하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에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브라질 선거에서 어떤 후보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룰라는 이어지는 임기에서 브라질의 급증하는 공공부채 및 가계부채 등 경제 문제와 씨름하게 될 전망이다. 의회의 우파 강세로 정책 추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우파 주도 의회가 기업 친화적 구조개혁안 통과를 시도해 대중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이 있다고 봤다.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가운데)이 이날 치러진 대선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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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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