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가 문화방송(MBC)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논의했으나 공식 의결은 하지 않고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는 수준의 의견 전달에 그쳤다. 이미 법원에서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정치적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PD수첩> 자체조사 의견 전달하기로"
방문진은 3일 정기이사회에서 최홍재 이사가 발의한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안을 논의했으나 "<PD수첩>이 이미 형사 소송, 손해 배상 소송 등에서 승소한 상황에서 진상조사위 구성은 적절치 않다"는 반박과 "정정 보도 청구 1심에서 패소한데다 MBC 스스로도 일부 허위를 인정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차기환 이사는 "진상조사위 의결을 요구하는 공식 의결은 하지 않고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보도, 취재 절차를 마련하면 좋겠다는 다수 이사의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면서 "개별 이사의 의견 표명과는 비중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은 지난 26일 <PD수첩>이 방송한 '무죄 판결 근거는' 편에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차 이사는 "26일 방송으로 또 사회적 갈등과 파문을 일으켜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이라며 "만약 <PD수첩>이 이런 방송을 또 하게 되면 방문진이 '진상 조사' 요구를 또하지 않으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 이사는 두 달 가까이 공백 상태를 맞고 있는 보궐 임원 선임과 관련해서도 사견임을 전제하며 "지난 26일 방송은 TV제작본부장이 없어 (조직이) 느슨해서 생긴 일 아닌가 싶다"면서 "현재 정해진 것은 없으나 본부장 선임을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PD수첩> 빌미로 '낙하산 사장' 투하하려고?"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는 이날 방문진이 '<PD수첩> 진상조사위 구성'안을 논의한 것을 놓고 강하게 반발했다. MBC 노조는 방문진 사무실 앞에서 "정권의 앞잡이 김우룡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케팅을 하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근행 위원장은 "진상조사위 안건 상정 자체가 방문진 이사들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 경영진 교체까지 이 사건을 연장시켜서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낙하산'을 MBC 사장으로 투하시켜 조직적으로 장악하려고 기도할 개연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방문진은 <PD수첩> 무죄 판결 이후 허탈감에 빠져 이성을 상실한 이명박 정권과 수구보수 진영의 청부로 다시 MBC를 물어뜯으려 하고 있다"면서 "낙하산 사장을 투입하려는 기도가 현실화되면 즉시 강력한 총파업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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