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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보수 정권이 결심하면 더 쉽게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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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보수 정권이 결심하면 더 쉽게 풀려

[한반도 브리핑] 2010년 한반도, 어떤 순환 고리를 택할 것인가?

한 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해가 밝았다. 실상은 인간이 만든 단순한 숫자의 변경임에도 우리는 해가 바뀌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특별한 기대를 한다.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2009년은 상반기가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으로 파국으로 치달았다면, 후반부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해빙의 조짐을 보였던 한해로 정리할 수 있다. 비록 지난 여름의 추진력이 김이 빠져버린 듯도 하지만, 긍정적인 전망은 아직 유효하다.

게다가 연말과 연초에 의미 있는 사건들이 이어졌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으로 북미간 직접대화의 길을 열었고,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냉랭했던 분위기도 많이 누그러졌다. 선(先)핵폐기론에 대한 집착은 다소 약화되었으며,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까지 거론할 정도가 되었다.

신종플루 치료제의 전격 지원과 함께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를 통한 인도적 지원금 규모도 집권 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 등은 앞으로 상황이 보다 긍정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더욱이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대남 비방을 자제하고, 그동안의 선군사상이 무색할 정도로 '경제우선'을 전면에 내걸었다. 1월 9일자 <노동신문>에서 김정일은 매우 이례적으로 '쌀밥에 고깃국'으로 요약되는 김일성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했음을 시인하면서 주민생활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리고 11일에는 북한 외무성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까지 제안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기에는 다른 변수들이 존재하지만, 호재임은 분명해 보인다.

전진패스보다 횡패스가 반복될 2010년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낙관만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근본적인 변화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온건해졌고, 대북 관계 개선의 의지도 표명하고 있으나 선핵폐기론에 근거한 강경론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온건 행보들은 남한 정부의 자발성이나 진정성보다는 북미대화의 급진전에 대비한 일종의 대증적 입장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작년 10월 북미관계의 변화에 편승해서 남북관계가 해빙의 조짐을 보이며, 정상회담까지 거론되던 상황에서도 남북 비밀접촉 사실을 언론에 흘리면서 실질적 진전에 스스로 제동을 거는 양면성은 바로 그 때문이다.

북미대화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천명하면서도, 일정 부분 제동을 거는 일을 반복했다. 게다가 일련의 남북접촉에서 처음부터 국군포로나 납북자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는 등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한 서해교전이라는 사건 자체가 가지는 악재적 함의를 넘어 남한 정부가 보여준 대응의 양상은 대북관계 개선에 큰 의지가 없음을 재차 보여 준 것이다.

물론 북미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경우 한국 정부의 실질적 변화를 기대해볼 여지는 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파국은 피했지만, 획기적 해결의 가능성 역시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북핵 문제는 일종의 '항구적 위기'(perpetual crisis) 상태로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유관국들 모두 북핵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국익이나 국내정치적 고려로 인해 적극적 해결에는 주저하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의 관성 또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 이미 생겨버렸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가진 미국마저도 북핵 문제 해결이 중요한 당위이지만, 당면한 우선순위에서는 계속 밀리는 모습이다. 중국 역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핵 보유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북한을 밀어붙이는 것에도 반대하는 이중적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대규모 원조를 통해 유엔 제재를 무력화시킨 것은 물론이고, 북한의 대남 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유인도 감소시켰다.

일본이나 러시아는 변수로서의 영향력도 약하고, 해결에 대한 적극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2010년에도 전진패스보다는 횡패스가 반복되는 긴 인내의 시간을 더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순환의 고리냐 악순환의 굴레냐

이런 와중에서 당사자인 남북한의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2009년 일련의 강경책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판단하고 현재는 평화공세에 나서고 있는 반면, 남한 정부는 여전히 이중적 내지는 소극적이다.

내치나 외교에서 왜 이명박 정부를 구시대적이라고 하는지 이 시점에서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통제 기제에 의한 통치에 집착하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외교적으로는 냉전회귀 현상을 보인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있어 여전히 '안보관성'에 사로잡혀, 전향적인 평화체제의 실현은 뒷전이다. 한미동맹을 남북관계보다 절대적으로 우선시할 뿐만 아니라, 이 둘을 철저한 대치관계로 본다. 따라서 이들 간에 선순환의 고리가 생길 리가 없다.

진보 정권 10년 동안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 남한이 구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로 인해 해결을 도출하는 데는 역부족이었지만, 완충 역할을 했었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초기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완충하는데 전력했으며, 이런 노력은 한미동맹의 초기 갈등을 이겨내고 후반으로 갈수록 선순환의 고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국제정세의 변화와 함께 부시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큰 역할을 했지만, 아무튼 북미관계의 개선이 남북관계의 개선을 가져오고, 남북관계의 개선이 북미관계 개선을 촉진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단기간이나마 마련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순환의 고리는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다시 틀어져버렸다. 여기서도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북한의 핵실험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촉매의 역할을 했다. 다행히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부시식 강경책 실패의 결과로 결론내리고,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기본노선을 견지한 탓에 악순환의 고리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지만, 남한의 대북 강경책이 현재까지도 선순환 고리 형성의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을 북핵 문제와 분리함으로써 남한의 개입변수적 역할을 제고했던 전임정부와 달리, 북핵 문제 해결을 모든 문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움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은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판을 깨지 않고 북한과의 극적 타결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한국이 배제된 상황에서의 타결은 시간이나 비용의 측면에서 우리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선순환의 고리를 남한이 선택하지 않는 한 우리는 영원히 한반도 문제에서 객(客)일 수밖에 없게 된다.

▲ 지난 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대통령의 눈물 '악어의 눈물' 되지 않으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자주 눈물을 보여 화제다. 과거에 장애인 시설을 방문해서도 그랬고, 최근 한 기초생활수급자의 사연을 들으면서도 그랬다. 북한 주민들의 피폐한 삶과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해 매우 애통해한다고 한다.

개인의 감성까지 악어의 눈물이라고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공인으로서 보면 악어의 눈물일 수 있다. 빈곤층의 안타까운 사연에 눈물 흘리지만, 실제로는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것이나, 북한의 실상에 대해 가슴 아파한다면서도 실질적인 남북화해에는 전혀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 않는 것 등이 바로 그렇다.

부시 대통령도 재임시절 북한 주민의 피폐한 삶을 두고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물론 나름의 논리 및 윤리적 근거는 있을 것이다. 악한 정권을 심판해서 핍박받는 사람들을 단박에 구해내는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며, 이미 부시 정권에서 실패했다. 사대주의 사고가 아니라, 칼자루를 손에 쥐고 있는 미국의 강경책도 실패한 마당에서 한국의 강경책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진보정권 10년, 그 중에서도 대북정책을 전면 부정함으로써 탄생한 정권이기에 이를 뒤집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그가 정치적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민족의 장래를 생각해서 대승적으로 바라보기를 새해 벽두에 바래본다.

남한 사회에서의 대북 문제는 역설적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이념의 굴레에서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보수정권이 결심하면 더 쉽게 풀릴 여지가 많다.

최근 북한의 유화책을 오히려 적극 수용함으로써 미국과의 협상 진척을 위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만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20년 묵은 북핵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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