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경고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심상치 않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메시지에서 북한은 교전 발생 후 처음으로 '군사적 조치'를 언급했다.
경고 대상은 '한정' 강도는 '상승'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대표단장은 이날 남측 단장에게 통지문을 보내 "서해에는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만이 있다"며 "지금 이 시각부터 그것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 단장은 통지문에서 "위임에 따라 (최근) 벌어진 사태의 엄중성에 대한 다음과 같은 우리 군대의 원칙적 입장"을 통지한다며 4개항의 입장을 밝혔다.
제3항에서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를 언급한 북측은 2항에선 "남측의 북방한계선 고수 입장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똑바로 알고 시대의 요구와 민족의 지향에 맞게 분별을 가려 처신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1항에서는 "남측은 이번 사건을 계획하고 행동으로 옮긴 데 대하여 민족 앞에 사죄하고 그 주모자들을 동족대결의 광신자, 평화의 파괴자로 즉시 매장해버리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북측은 또 제4항에서 "남측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파괴하고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행위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지고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지문은 "지금도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고수하려고 부질없는 군사적 모험에 매달리는 것은 파렴치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우리 함선의 자위권 행사를 '월선'으로 매도하고 불명목표 확인에 나선 우리 함선과 군인들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경고사격'이 아닌 직접 조준사격과 '파괴사격'으로 선불질을 한 것은(…) 의도적이며 노골적인 군사적 도발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통지문은 이번 사태에 대해 "완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조선반도 정세의 흐름을 제3의 서해교전으로 가로 막아보려는 남측 우익 보수세력들과 군부 호전집단의 계획적인 모략행위"라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한은 교전이 발생한 당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를 통해 '사죄'와 '책임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이틀 뒤에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각각 개인 필명 논평을 통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오바마 방한 전 행동 가능할까?
서해교전이 우발적 충돌이 아니라 북한의 의도적 행동이었다는 전제 하에, 그 의도가 무엇이었나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뉜 바 있다.
하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18~19일)과 북미 양자대화(11월 말 혹은 12월 초)를 앞두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시급함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남측이 8월 이후 이어진 북측의 유화 제스처에 화답하지 않자 '더 이상 굴욕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었다.
북측 대표단장의 이날 통지문은 북한이 대남 강경 모드로 회귀하려 한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리게 한다.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지만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를 언급한 대목에서는 추가 행동을 암시하고 있고, "위임에 따라서"라는 표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 상황을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1999년 일방 선포한 해상 군사분계선에 경비정을 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군사적 충돌을 유도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측이 통지문에서 4개 항을 언급하며 "원칙적 입장"이라고 한 점,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 수사 외엔 모두 선언적인 경고라는 점, 비난의 대상을 여전히 '군부'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당장 행동을 개시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전에 또 한 번 '일'을 벌일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북 강경 자세를 설득할 것이고, 그렇다면 오바마도 마냥 거부할 수는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도 북한은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약 행동에 돌입하더라도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태도를 보아가며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보고, 이처럼 예민한 순간에는 남측의 대응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비한 협상 전략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며 '남북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번 교전에서 압도적인 화력을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NLL 일대에 함정 2척을 증강 배치하고 '승전'을 강조하는 등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전 직후 남측이 먼저 항의 전통문 보내
한편, 군 관계자는 "북한은 올해 초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겠다거나 NLL과 관련한 모든 합의가 무효라고 반복적으로 위협해왔고 이번 역시 그런 차원의 수사적인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군은 추가적인 도발에 대비해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교전 이후 북한도 경계강화태세를 취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도발을 상정할만한 특이동향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북한의 전통문이 10일 교전 직후 남북 장성급회담 수석대표인 류제승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명의로 북측 단장인 김영철 중장에게 보낸 항의 전통문에 대한 답신 성격이라고 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통지문 전문 최근 발생한 서해무장도발사건을 두고 남측이 흑백을 전도하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13일 북남장령급군사회담 우리측 대표단 단장은 벌어진 사태의 진상과 우리 군대의 원칙적립장을 밝히는 다음과 같은 통지문을 남측에 내보내였다. 시대가 달라진 지금도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고수하려고 부질없는 군사적 모험에 매달리는 것은 파렴치한 정치적 도발이다. 우리 함선의 자위권행사를 《월선》으로 매도하고 불명목표확인에 나선 우리 함선과 군인들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경고사격》이 아닌 직접조준사격과 《파괴사격》으로 선불질을 한 것은 그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의도적이며 로골적인 군사적 도발행위이다. 여러 척의 함정을 일시에 동원하여 수천발의 총포탄을 쏘아대며 부린 란동은 완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조선반도정세의 흐름을 제3의 서해교전으로 가로막아보려는 남측 우익보수세력들과 군부호전집단의 계획적인 모략행위이다. 위임에 따라 벌어진 사태의 엄중성에 대한 다음과 같은 우리 군대의 원칙적 립장을 통지하게 된다. 1. 남측은 이번 사건을 계획하고 행동에로 옮긴데 대하여 민족앞에 사죄하고 그 주모자들을 동족대결의 광신자, 평화의 파괴자로 즉시 매장해버리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2. 남측의 《북방한계선》고수 립장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똑바로 알고 시대의 요구와 민족의 지향에 맞게 분별을 가려 처신하여야 할 것이다. 3. 조선서해에는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만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면서 지금 이 시각부터 그것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무자비한 군사적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다. 4. 남측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파괴하고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행위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지고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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