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6일 '북핵 문제 해법과 남북관계 발전 방향'을 주제로 전문가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보수, 진보, 중도 등 다양한 진영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20여 명이 참석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의지와 철학이 관건"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발표에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방법론이 아니라 정부의 철학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철 소장은 박정희 정부가 7.4 남북공동성명을 합의하고, 전두환 정부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켰으며, 노태우 정부가 북방외교와 남북대화를 적극 추진했던 것은 당시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한 필요성을 느끼고 남측이 능동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을 상대하면서 철학과 전략이 없고 "협상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선수임에도 관중처럼 행동하는 소극성, 북한 조문단이 왔을 때 보여준 정부의 대화 회피, 외교보다는 국내정치에 집착하는 근시안적 사고 등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관해서도 김 소장은 "왜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동기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정부의 대북정책 조정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책의 확고한 지향점을 갖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대북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국내정치적으로 그러한 전략적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정리된 입장이 있어야 정부 내부의 관료적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복되고 있는 부처간 혼선,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정책 담론, 북한이라는 상대를 고려하지 않은 자극적 발언의 배후에는 정책 목표의 부재가 있었다"며 "흡수통일론에 대한 관성적 집착과 대결주의적 인식론 역시 즉흥적 대응과 진지함의 결여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조기 개최해야"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정낙근 정책개발실장은 남북대화에서 북핵 문제를 의제화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정낙근 실장은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들어간 패키지 외에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재래식 무기를 감축하며, 북한의 군사적 안전을 보장하고, 북한을 국제금융 체제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또 한 차례의 '빅딜'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낙근 실장은 이어 "북핵 폐기를 궁극적인 목표로 확고히 유지하되 목표의 달성까지 소요될 시간을 감안해 비핵화를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을 조기 개최해 반보(半步) 앞선 현실적 목표치를 제시해 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정 실장은 "정부와 기업은 대북사업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시장 전략과 민족공조 전략을 연동한 대북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경협은 '저들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사업을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협의 주체와 관련해 "과거 자립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한계기업 위주의 경협으로 기업의 정치적 의존성과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킨 측면이 있었다"며 "대기업 위주의 경제사업이 되어야 북한 경제의 재건과 체제 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사회·문화적 교류에 관한 정부 정책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통일부의 민간단체 방북 '자제' 요청 내지 '불허'의 전향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그를 통해 수도 동파를 막기 위해 물을 흘려보내는 최소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진보 진영의 대북 교류협력을 유지하는 한편, 보수 민간단체의 사회·문화적 교류협력도 장려해야 한다"며 "점진적으로 정부 예산의 1%까지 북한의 취약계층에 지원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핵무장 기정사실화 과정"…"냉전 구조 종식이 유일한 해법"
북한 핵문제와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제의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뚜렷이 갈렸다.
외교안보연구원의 윤덕민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은 대외적인 위기국면을 조성해 내부 체제 정비에 활용하겠다는 의도와 함께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는 과정으로 본다"며 "북한의 핵무장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또 "북한은 북미 양자대화를 통해 인도, 파키스탄 같이 미국과 국교도 갖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으려 한다"며 "북한은 6자회담이 자신의 목표를 방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그는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정권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북한이 인식할 수 있는 효과적인 채찍 수단이 수반되지 않는 한, 아무리 큰 당근도 북한에 효과가 없다"며 "신뢰할 수 있는 당근과 채찍을 국제사회가 조율된 목소리로 일관되게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그랜드 바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홍 연구위원은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가 '선(先) 핵포기론'에 입각해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을 펴면서 결국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게 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랜드 바겐은 기본적으로 '선 선포기론'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호의적인 공조를 얻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연구위원은 "그랜드 바겐이 성공하려면 북한이 '선 핵포기'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미국, 중국이 확고한 대북 제재를 계속 시행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미 중국이 상당한 대북 경제 원조를 약속함으로써 이러한 기대는 사실상 깨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증적 요법이 아니라 한반도 냉전구조 종식 및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 하에 북한의 안보 딜레마도 고려해 주는 상호안보 및 상호위협감소 원칙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나아가되 핵 포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