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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인' 세계적 인권운동가 "소수자, 시혜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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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인' 세계적 인권운동가 "소수자, 시혜 대상 아니다"

노벨평화상 받은 과테말라 멘추 여사 방한

199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과테말라의 여성 인권운동가 리고베르타 멘추 여사가 한국을 방문해 다채로운 활동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일 방한한 멘추 여사는 다음날 이화여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후 '제9회 김옥길 기념강좌 - 글로벌 평화와 한반도의 미래'에서 기조 강연을 했다. 멘추는 3일에는 이대 교수 및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가족의 파란만장한 삶과 과테말라 내전의 아픔, 자신의 인권운동 및 정치활동을 진솔하게 밝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과테말라 원주민 출신의 인권운동가인 멘추 여사는 내전 와중에 원주민들의 권리와 문화다양성을 지켜내기 위해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싸운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현재 그는 내전 시기 살해됐거나 행방불명된 수천 명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법정 싸움 등을 계속하고 있다.

▲ 이화여대 간담회 장면 ⓒ이대 평화학연구소 제공

멘추 여사는 간담회에서 내전 당시 자신을 포함해 수천 명이 멕시코로 피난을 갔던 일과 가난하지만 자연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마야 토착민인 그는 자신의 인권운동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노벨상을 받게 된 이야기와, 가족의 삶을 담은 책이 프랑스인에 의해 출판됐지만 자신에게 저작권이 없는 실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멘추는 자신은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고난 속에서 인내하고 자신과 가족, 공동체의 생존과 권리를 위해 스스로 투쟁해온 승리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수 민족 등 약자를 피해자의 시각에서 보는 것을 경계했다.

탈북 청소년 등 소수자들의 사회 정착에 관한 질문을 받은 멘추 여사는 이주자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대하지 말고, 기존 사회 구성원들과 동등한 기회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그들의 자립을 돕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한 오늘날 경제의 세계화는 다국적 기업과 소수 계층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고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성을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중남미와 미국의 문제를 언급했다. 클린턴 정부 시절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과의 관계가 다소 개선되었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악화됐다는 것인데, 오바마 행정부 이후의 관계는 희망적이라면서도, 미국 내 극우주의의 영향력 때문에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멘추 여사는 2007년 과테말라 대선에도 출마한 적이 있다. 당시 8%의 지지 밖에 얻지 못했지만 그는 현재 '위낙(WINAQ)'이라는 정치단체에서 임시 사무총장직을 맡아 마야인들의 지지를 모으고 있다.

그는 2007년 대선에 대해 마야인들이 선거를 의미 없는 서양식 정치제도라고 무시했고, 자신을 인권운동가로만 여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 마야인들의 투표 의사와 '정치인 멘추'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높아졌다며 다음 대선에도 출마할 뜻을 내비쳤다.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와 라모스-호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에 이은 멘추 여사의 이화여대 방문은 평화학연구소(소장: 박경서 이화학술원 석좌교수)가 주관하고 교육부가 지원하는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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