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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 사령관 "병력 증파 없으면 전쟁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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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 사령관 "병력 증파 없으면 전쟁 실패"

오바마 "제대로 된 전략 수립 먼저"…<WP> "대선 승자는 탈레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아프간 주둔 미군의 최고 사령관은 병력을 더 보내지 않으면 전쟁은 실패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언론들은 지난달 실시된 대선에서 승자는 탈레반이라고 평가했다.

유럽 국가들이 오바마의 증파 요청에 딴청만 피우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출범한 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서서히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침략자들은 아프간 역사 공부부터 다시 하라"는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의 19일 성명이 현실이 되는 듯하다.

▲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로이터=뉴시스

"우리 스스로 패퇴의 길로 가고 있다"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이 지난달 말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제출한 전황 평가 보고서는 <워싱턴포스트>에 유출돼 20일 공개됐다.

보고서에서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충분치 않은 자원은 (전쟁) 실패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즉 전쟁의 장기화, 대규모 희생, 전체적인 전쟁비용 증가, 심대한 정치적 지지 상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이는 결국 작전 실패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프간 전황이 미군과 국제안보지원군(ISAF)에 상당히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고 병력 증파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국방부와 군부 관리들은 맥크리스털이 최소 1만에서 최대 4만5000명의 병력을 더 보내달라고 제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총 66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서 맥크리스털은 또 부패가 만연한 아프간 정부의 상황과 연합군의 민간인 지지 확보 실패 등도 전했다.

그는 "정부 기구의 취약성, 권력 브로커들의 해악, 만연한 부패, 관리들의 권력 남용,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실수로 인해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정부를 지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연합군은 우리가 보호하려고 하는 민간인들이 우리와 물리적·정신적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끔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며 "무장세력(탈레반)은 군사적으로 우리를 물리칠 수 없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패퇴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전략은 그를 지지했던 진보파들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안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전투에서 미군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고, 반면 탈레반의 사기는 미군 사령관들마저 놀랄 정도로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런 상황을 의식한 듯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CNN>과 <ABC> 방송 등의 대담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병력 증강 보다는 올바른 전략 수립이 우선"이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첫 번째로 생각해야 할 것은 과연 우리가 (아프간에서)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는지, 올바른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따져 봐야 하는 것"이라며 "병력문제를 전략문제 앞에 놓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애초 아프간에서의 우리 목표는 (9.11 테러로) 미국인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알 카에다를 제거하는 것이었다"면서 "현재 우리 전략이 그런 목표에 어느 정도 부합한다면 우리는 올바른 궤도에 있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목표에서 비켜나기 시작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유효투표의 4분의 1이 재검표 대상

이런 가운데 지난달 20일 치러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선거는 숱한 부정선거 시비 속에 최종 결과 공표가 지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1일 현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최대 승자는 탈레반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이번 부정선거 논란으로 카르자이 정권을 부패정권으로 규정해 온 홍보전에서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게 됐으며, 미국과 유엔 및 유럽 외교관들 사이에 선거 결과 인정과 재선거 실시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카르자이 정권을 외세에 의한 꼭두각시 정권으로 매도해온 탈레반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카불 소재 아프간정책연구소의 하룬 미르 소장은 이번 선거에 대한 신뢰도가 국내외로부터 크게 하락하고 있다면서, 이제 아프간 국민은 정부는 물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에 대한 신뢰도 잃어버린 상태라고 지적했다.

수도 카불의 주민들도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미 국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탈레반의 세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주민은 이번 선거가 탈레반에게는 '금광'과도 같은 것이라면서 정부가 내부 문제 해결에 매달리는 사이 탈레반이 상대적으로 큰 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정선거 규모는 더욱 커져 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1일 당초 10~14%만 재검표하면 될 것으로 추산됐으나,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효투표 4표 중에 1표가 재검표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잠정 투표 결과에서 과반을 득표했던 카르자이 대통령은 결선투표를 치러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결선투표를 치른다는 것은 곧 탈레반에게 또 한 번의 공격 무대를 마련해 주게 되는 것이어서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아프간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양에서 다국적 함대에 대한 급유 지원을 하고 있는 일본은 11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민생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겠다고 제안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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