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민주당은 자민당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야기한 양극화와 고용불안을 극복해야 하는 등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고령화를 극복해야 하는 일본 경제의 숙제를 푸는데 있어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29일자 도쿄발 기사에서 "역사적인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일본을 위협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놀랍도록 적은 관심을 보였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 소득 양극화, 재정건전성 악화, 고령화 등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심각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30일 마지막 유세를 듣고 있는 장면 ⓒ로이터=뉴시스 |
"인기 없는 정책 회피 태도 너무 심했다"
일본의 경제 문제는 실로 심각하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진단이었다. 수출주도형 경제 모델이 몰락한지 20여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일본은 아직도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아 헤매고 있다. 또한 노년층의 급격한 증가는 커다란 골칫거리이며, 국가 부채는 머잖아 전체 경제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10조 달러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취약성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융위기 때문에 더욱 커졌는데,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은 공공 지출을 2700억 달러 확대하는 등 철지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제시한 해법 또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해 일본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민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거나 공공 부채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더 걷는 것과 같이 정치적인 위험 부담이 큰 정책은 내놓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도쿄대에서 경제정책을 강의하는 다카토시 이토 교수는 "민주당이나 자민당 모두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며 "수술을 해야 하는데 반창고만 갖다 붙이는 격이다"라고 비판했다.
어느 나라건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고통을 요구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어렵다. 선거 기간에는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일본의 경우는 너무 심하다는 게 정치 분석가들과 유권자들의 지적이었다.
"이대로 가면 금융의 아마겟돈 상황 펼쳐질 것"
민주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작은정부론'으로부터 거리를 둔 경제 공약을 제시했다.
고이즈미식 해법은 고용안정성을 해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정부 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내놓으며 유권자들을 설득했다.
민주당은 특히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료로 해준다거나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주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놨다. 그 중에서 아이 1명당 매달 270달러를 현금으로 보조하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도 출산장려라는 측면에서 호평을 내놨다.
민주당은 선거구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불필요하게 낭비됐던 예산을 줄이고 기타 낭비되는 지출을 줄임으로써 연간 1770억 달러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 확보 방안이 없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자민당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엄청나게 늘어난 국가 채무는 성장과 지출에 가장 큰 제약요소가 되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러한 문제를 사실상 외면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일본은 15조 달러에 달하는 개인들의 저축액과 풍부한 무역 흑자액을 바탕으로 늘어나는 채무를 감당해왔다. 그러나 국내에 있는 현금이 고갈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에 돈을 꿔주는데 매우 비싼 이자를 요구하거나, 그렇게 해도 돈을 빌려주지 않을 수 있다.
미즈호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이이즈카 나오키는 "그렇게 될 경우 금융의 아마겟돈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 정부의 채권을 휴지조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데 남은 시간은 기껏해야 5년 정도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일본의 인구 구조가 세계 최악이라는 또 다른 적과 싸워야 한다. 일본은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2005년 당시 연금생활자 1명을 부양하는데 납세자 3명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2040년이 되면 1.8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구체제 몰락의 시작, 희망은 있다
경제전문가들이나 정치분석가들은 이런 숙제를 풀 방법이 없진 않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인기가 없다고 말한다.
일본은 장수국가이기 때문에 대기업 은퇴 연령인 60살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인구가 많다. 또한 생산성을 높여서 적은 노동력으로 많은 부를 창출케 할 수도 있다.
특히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일본 경제를 보다 경쟁적인 체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반(反)고이즈미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는 정당들이 그런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일본의 관료제와 기업집단의 힘이 너무 강력해서 새로운 기업 활동에 대한 갈망을 가진 젊은 기업가들의 뜻을 꺾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지난 12년 동안 미국의 경제 규모가 50% 이상 성장한 반면 일본의 경제 규모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그처럼 경직된 경제 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정치에서 큰 변화를 가져온다면 경제적으로도 커다란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자민당의 퇴장은 그들을 떠받쳐주던 기득권이 붕괴했음을 의미하고 새로운 세력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즈호증권의 이이즈카는 "이번 선거는 구체제의 끝이 될 것이고, 일본에 필요한 변화의 기회를 열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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