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21>은 22일 발간된 6월호 특집기사에서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행사에 김정운이 동행하면서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며 "정운이 지난해 말 후계자로 지명된 후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김정운 후계자설은 <연합뉴스>가 지난 1월 15일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 <연합뉴스>는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월 8일께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고(故) 고영희 씨에게서 난 아들 정운을 후계자로 결정했다는 교시를 하달한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고 정부 당국도 "정보를 갖고 있지 않고 사실 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1997년 황장엽 노동당 비서와 함께 한국으로 망명한 김덕홍 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자료연구실 부실장은 지난 20일 강연에서 북한의 후계자는 차남 정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족21>은 <연합뉴스>가 전한 김정운 후계자 낙점 관련 움직임이 "여러 경로를 통해 사실인 것을 확인됐다"고 전했다.
▲ 김정운 캐리커처 ⓒ연합뉴스 |
북한 내부 상황에 밝은 중국의 한 학자는 <민족21>에 "지난해 말 북의 최고영도층 내부에서 후계자 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엄중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심각한 논의와 고민 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인 김정운으로 최종 결정됐다"라고 말했다.
잡지는 작년 말 김경옥 부부장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승진하고, 최익규 전 내각 문화상이 선전선동부장에 기용된 것도 후계구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하고, 김정운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들어가 군사부문을 맡아보기 시작했다는 설에 대해서는 "후계자로 결정됐음을 시사하는 인사조치였던 셈"이라고 해석했다.
일본의 한 북한 전문가는 "선군노선을 내세우고 있는 북은 현 시국을 '총성 없는 전시상황'이라고 파악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최고수뇌부와 당, 대중의 일심단결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북의 지도층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을 후계자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혼선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철과 김정운이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니는 동안 여러 검증절차를 통해 김정운이 후계자로 더 적합하다는 최종결론을 북 최고지도부가 내렸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정운은 1983년 김정일 위원장과 고영희 씨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나 평양에서 소학교와 중학교를 나오고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들어가기 전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했다는 설도 있고, 중학교 시절 스위스를 비롯해 유럽지역을 여행한 경험이 있다는 증언도 있다.
▲ 1980년 열린 6차 로동당대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차 당대회를 통해 후계자로서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
잡지는 이어 김정운이 현재 군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만은 확실하다며,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참석한 행사에 그의 동행 사실이 일부 확인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2월 한국 방문 직전 북한의 후계문제를 언급하고,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2월 25일 국회에서 '3대 세습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한미 당국간 정보 공유가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잡지는 분석했다.
아울러 잡지는 북한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를 강화하고 인민무력부의 군 장악력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인사 조치를 한 점 등으로 볼 때 "김정일 위원장이 노동당을 중심으로 후계자로 부상했던 것과 달리 새로운 후계자는 군대 내 활동을 주력으로 '후계자의 유일적 관리체제'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정창현 <민족21> 편집주간은 별도의 분석 기사에서 김정운 낙점은 "잠정적"이라면서, 김 위원장과 북한의 '혁명 2세대'들은 후계자가 업적과 공헌을 쌓아 '인민들 속에서 절대적인 권위와 위신'을 확보하게 할 수 있도록 대내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후원하면서 그의 활동을 단계적으로 면밀히 검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창현 주간은 이어 "후계자의 공개 시점은 이 같은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판단이 내려져야 가능할 것"이라며 "1980년 조선로동당 제6차 대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듯이 가장 유력한 시기는 조선로동당 7차 대회가 열리는 시점"이라고 전망했다.
7차 당대회 개최 여부와 관련해 정 주간은 "경제 정상화와 '인민경제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2012년을 당대회를 열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12년 당대회를 열기 위해서는 북미협상을 통한 안보문제 해결, 주민생활의 획기적인 진전 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대내외 정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2012년 구상'이 달성돼야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지만 2012년에 당대회를 개최하려는 목표를 북 당국이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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