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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 손 들어준 오바마, 북미 직접 대화로 '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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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 손 들어준 오바마, 북미 직접 대화로 '터닝'

[한반도 브리핑] 미-중-러-일 최근 행보 큰 그림 읽어야

북한이 지난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발사체가 위성운반 로켓 '은하-2호'인지 '대포동 2호' 미사일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바야흐로 한반도를 관통하는 신냉전 단층선으로 발전하는가.

이미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진 북일관계는 총소리만 나지 않는 '전쟁상태'를 방불케하고 있다. 북미관계도 '동맹의 덫'에 걸린 미국의 강경 조치 이후 싸늘해지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는 남북관계는 북이 21일 개성접촉에서 임금, 토지사용 등 남측에 부여했던 모든 제도적 특혜조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관계 완전단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10여년 '퍼주기'로 열심히 메워 온 남북의 간극이 다시 그 흉한 몰골을 드러내며, 한반도는 2000년 이전의 적대적 대결구도로 퇴행하고 있다.

강력한 충돌 준비 나서는 北

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주도한 국가들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은하 2호' 발사에 대해 군사적 대응이나 경제 제재를 도모한 국가들을 적대세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북은 '은하 2호'를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핵심적 수단인 과학기술 혁명의 총화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를 문제시하는 세력은 '강성대국'이라는 목적 달성을 훼방하려는 것이고, 이는 강성대국을 '주체'의 21세기적 성취로 보는 북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은하 2호'를 '대포동 2호'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한 명칭상의 차이도 아니고, 로켓의 군사적 기능에 대한 평가의 차이가 아니라, 북의 '주체'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는 것이다.

북이 '은하 2호' 발사를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까지 운위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였을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로켓 발사의 전 과정을 참관한 마당에 이 로켓을 군사적으로 타격한다던지 경제제재로 보복하겠다고 하는 것은 북의 체제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보였을 것이다.

따라서 북은 '적대적 세력'에는 강경책으로 대응하며 나름대로 할 일은 차근차근 진척시키려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동결시켰던 영변 핵시설, 그중에서도 재처리시설을 복구함으로써 이미 원자로에서 인출해 냉각까지 마친 연료봉들을 재처리하기 시작할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외부에서 경수로를 2012년까지 제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그동안 공사와 중단이 몇 차례 반복됐던 50MW와 200MW 흑연감속로 공사를 재개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수로 건설을 모색하기 위한 우라늄 농축 시험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물론 미사일 또는 로켓과 관련한 활동들도 계속할 것이다.

북이 설령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하고, 소형 핵탄두 제조에 성공하더라도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균형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조치들은 비확산체제에 중대한 도전이 된다.

특히 50MW 원자로를 완공하면 연간 56kg, 200MW 원자로를 완공하면 연간 약 220kg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안보정책의 주요 골간으로 하는 오바마 정부와 첨예하게 충돌하는 것이다.

美, 북미 직접대화 관련국 동의 받는 중

▲ 좌국방 우국무. 지난 20일 대통령 취임 90일만에 첫 각료회의를 주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왼쪽으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오른쪽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포진해 있다. ⓒ로이터=뉴시스

과연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이 충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대선 때 버락 오바마는 조지 W. 부시가 동맹국의 말을 듣지 않고 일방외교를 해서 동맹을 어렵게 했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은 동맹국의 의견을 잘 듣고 항상 협의해서 일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이 이번 북한 로켓 발사에서 스스로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체코를 방문 중이던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연설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규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위반행위는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고 엄중히 선언하고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응을 촉구했다.

오바마 정부의 '스마트 파워' 전략에 따르는 대응이었지만, 일본과 한국 정부의 입장을 존중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도 대북제재를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선 일본 아소 정부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한 배려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동맹국을 고려한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면 오바마 정부도 정책을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동맹국들이 원하는 대로 해준 이상 오바마 정부가 정책선회를 해도 동맹국들이 불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당신들의 말대로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북은 핵무기와 물질을 더 생산하고, 상황은 악화되고 있으니 어쩌란 말입니까?" 북의 대응 조치들은 한미일 삼국을 이러한 외통수로 몰고 가고 있다.

미국은 이런 와중에도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과 최소한의 대화 통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켓 발사 이전에도 북과의 대화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15일에도 미국을 방문 중인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민주당 부대표와 가진 면담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인내심을 갖고 촉구해 나갈 것이라면서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양자협의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흐름은 관련국들의 최근 행보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17일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을 통해 "일본은 미국과 북한 간의 직접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종전의 강경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도 "미국과 북한 간 관계 개선과 발전을 바라고 있다"며 북미간 직접접촉을 희망해 미국이 대북 직접접촉에 앞서 6자회담 관련국들의 사전 동의를 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에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북과의 관계에 특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된 14일 오후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선 북한과 중국의 고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15일·태양절)을 기념하는 연회가 열려, 천즈리 전인대 부위원장이 "형제적 조선 인민이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돌이 되는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목표를 달성할 것을 충심으로 축원한다"며 중국의 의도에 관한 의혹을 확실히 씻어 주었다.

이어 17일에는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방문한 리진화(李金華)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 "전통적인 중조(북) 친선은 후진타오 총서기와 김정일 동지의 깊은 관심 속에 강화발전되고 있다"고 중국의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던 러시아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다음 주 평양에 파견한다.

북의 로켓발사로 촉발된 한반도 신냉전 단층선은 결국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불행한 것은 한반도 내부의 단층선만이 깊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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