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국정조사'에서 '여야 6인 협의체'로 주장을 급선회한 민주통합당을 향해서 강도 높은 비판과 호소가 쏟아졌다. 그간 제기된 회계 조작, 기술 유출, 기획 파산, 공권력 무력 진압 의혹 등을 국정조사를 통해 세밀하게 규명함으로써 사태 해결의 시금석을 놓으려던 기대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확약서 배포는 재판 받을 권리 유린하는 위헌 행위"
이날 오전 10시 30분 쌍용차 무급 휴직자 위원회와 김차곤 변호사,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지난달 배포한 임금 청구 소송 취하 확약서를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무급 휴직자 류충현(50) 씨는 "회사 과장, 팀장, 노무팀 직원이 총 동원돼서 휴직자들을 개별 접촉함은 물론, 확약서 양식을 담은 소포가 집으로까지 배달되고 있다"며 "임금 청구 소송을 취하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 따를 거란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가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쌍용차는 무급 휴직자 455명을 오는 3월 1일부로 전원 복직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무급 휴직자 복직은 2009년 8월 도출된 '노사 대타협'에 따라 2010년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예정된 복직 시기가 되자 쌍용차는 '경영 위기'를 내세우며 복직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휴직자 246명은 그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2010년 8월부터 복직 시점까지의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오는 15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는 지난달 19일 복직 대상자들을 상대로 "1월 31일까지 임금 청구 소송을 취하할 것"이라는 문구가 담긴 복직 '확약서'를 배포했다. 3년 6개월간 간절히 기다린 복직 소식이 전해지고 9일 만이었다. (관련 기사 : 쌍용차 무급 휴직자 전원 복직, 실제로는 조건부?)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쌍용차가 국정조사라는 큰 벽에 부닥치자 차일피일 미루던 무급 휴직자 복직을 방패막이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울러 15일로 예정된 임금 청구 소송까지도 이 기회에 피해가려는 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급 휴직자들은 이날 회견에서 "사측은 현재 무급 휴직자 복직 발표와 국정조사 반대 입장을 대대적으로 동시 홍보하고 있다"며 "이는 마치 무급 휴직자 복직과 국정조사 반대가 한 세트로 보이는 착시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복직과 임금 청구 소송은 별개"라며 "우리는 공짜로 지갑을 주운 사람이 아니라, 노사 합의에 따라 당연히 예전에 공장에 돌아갔어야 했던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임금 청구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김차곤 변호사는 "임금 청구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고 불이익을 주는 사측의 행위는 엄연한 부당 노동행위이자 위헌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확약서 사인 강요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유린하는 폭력"이라며 "쌍용차는 확약서 사인을 강요하기 전에 노사 합의를 장기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무급 휴직자 복직을 미루며 내세운 '경영 위기'가 거짓이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 변호사는 "쌍용차는 그간 (임금 청구 소송) 재판에 성의 있게 임하지 않으면서 시간 끌기로 일관하다,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돌연 복직을 발표했다"며 "이 발표를 통해 쌍용차가 시종일관 주장해 온 '무급 휴직자가 복직하면 회사가 파산한다'는 주장은 명백히 허위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쌍용차는 얼마든지 무급 휴직자들을 복직시킬 수 있었음에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이번 무급 휴직자 복직은 엄밀히 말해 복직이 아니라 '복귀'"라며 "쌍용차와 무급 휴직자 사이의 근로 계약 관계가 중단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급 휴직자들은 회견이 열린 4일부터 임금 청구 소송 선고일인 15일까지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 관한 이견을 해소하고 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한 뒤 서명한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신의진 원내대변인,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윤관석 원내대변인.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반노동 공세에 협조 그만하라"
이날 11시 30분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 참가자들은 특히 민주통합당을 상대로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여야 합의체를 즉각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금속노조 양동규 위원장은 "불과 한 달 전, 박기춘 민주당 원내통합당 대표가 대한문 앞 농성장을 찾아와 '2013년도 우리 국회의 첫 번째 임무는 쌍용차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 조사'라고 방명록에 쓰고 사인도 하고 갔다"며 "하지만 2월 임시 국회가 열린 오늘, 민주통합당은 쌍용차 국정조사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몽니' 1인극에 민주통합당이 무릎 꿇은 현 상황은 향후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반노동 공세를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라며 "노사 갈등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부추기는 여야 6인 합의체를 즉각 해소하라"고 주장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변호사)은 "쌍용차가 2009년 단행한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라며 그 근거로 자동차 생산 업체별 자동차 1대당 조립생산성(HPV) 수치를 비교했다.
그는 "삼정 KPMG가 내놓은 쌍용차 경영 정상화 방안 검토 보고서는 쌍용차 HPV 지수가 다른 자동차 업체보다 확연히 높단 점, 다시 말해 쌍용차의 생산성이 확연이 낮단 점을 들어 2646명에 대한 정리해고 필요성을 도출했었다"라며 "그러나 쌍용차의 주력 생산 품목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시간만을 기준으로 다른 자동차 생산 업체들과 쌍용차의 생산성을 재비교하면, 쌍용차 생산성은 어느 곳보다 우수했던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단행된 것"이라며 "근거 없는 해고는 무효이므로 해고 노동자들은 즉각 복직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이렇게 정리해고가 불법이었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데도 민주통합당은 국정 조사를 포기하고 새누리당에 끌려가고 있다'며 "더 이상 쌍용차 노동자들을 기만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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