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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대한 맹신이 경제위기의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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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대한 맹신이 경제위기의 주범"

[화제의 책]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

경제학 교과서와 최신의 '경제학적 논쟁'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가 될 경제학 서적이 번역, 출간되었다. 유명 경제사학자인 로버트 하일브로너 교수와 경제평론가 레스터 서로가 쓴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조윤수 옮김, 부키 펴냄).

1982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어 94년 한국어로 번역된 후 서울의 몇몇 대학에서 경제학개론 교재로도 쓰였던 이 책은 그러나 경제학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용어나, 표, 그래프 등이 최소화되어 있는 입문서다.

특히 이번에 나온 책은 원서의 4판을 번역한 것으로 94년 번역본(3판)에서 다루지 않은 주제-세계화와 소득의 양극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어떤 직종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기술혁신의 문제 등을 집중 분석함으로써 사실상 새롭게 탄생했다.

▲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로버트 하일브로너, 레스터 서로 지음, 조윤수 옮김, 부키 펴냄> ⓒ부키
경제학의 '능력과 한계'에 관한 솔직한 고백

이 책은 경제학개론의 외형을 띠고 있다. 1부에서 자본주의의 역사와 그 자본주의를 다르게 해석했던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케인즈라는 세 명의 기수를 설명하고, 2부에서는 거시경제, 3부에서는 미시경제, 4부에서는 현대 경제학이 안고 있는 고민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은 경제학적 모델보다는 '생활'과 '현재'의 문제에 지대한 관심 보이고 있는데, 현재의 경제·금융위기를 가져오게 된 이유에 대한 탐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초 경제학자들과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변동환율제로 말미암아 외환 문제에 지식이 풍부한 외환거래자들이 대거 참여하면 외환시장이 그다지 큰 기복을 보이지 않고 원활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 하지만 결과적으로 외환시장은 통화 가치의 급등락에 따른 단기 차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몰려든 외환 투기꾼들이 지배하게 되었다. 중앙은행들로서는 외환 시장을 안정시키고 질서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었다."(322쪽)

이처럼 저자들은 현재의 금융위기는 정부의 경제 개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지만, 1차적으로는 시장을 맹신한 경제학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시사점 또한 던지고 있다.

이처럼 경제위기의 책임을 경제학자들에게 따짐으로써 이 책은 '정치가나 경제학자들이나 사기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알아야 할 경제지식 편람'이 되었다고 편집자는 소개한다.

경제학은 경제 문제에 관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얘기한 적이 없다. 경제학은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이야기했고, 그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마치 경제학이 경제 문제에 관한 모든 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라는 긴 제목은 바로 경제학의 능력과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붙여진(번역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능력과 한계에 대한 이 책의 태도는 분명하다. 비록 경제 문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두루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장의 기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정부가 개입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진보적 견해'를 견지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혁명성'에 관한 기대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자본주의에는 두 가지 '혁명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나타난 자멸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그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첫 번째 혁명성은 '체제를 확장하고자 하는 에너지'라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사회가 지속적으로 원만하게 작동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않았고 바란 적도 없지만 이따금 위협적이까지 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바로 이 에너지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에는 이러한 위협적인 변화에 대처할 능력 또한 있다는 게 두 번째 '혁명성'이다. 제도를 변경하거나 보완함으로써 위협적인 변화에 따른 부정적인 파장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상당 부분 줄여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번역자인 조윤수 주(駐) 휴스턴 총영사는 이에 대해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 규제를 도입한 것처럼, 그리고 대공황이 초래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공공투자를 정착시킨 것처럼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에 자본주의의 자율 교정능력이 더해지면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 역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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