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는 제대로 가기 어렵다. 그것이 계속 되면 결국 오래 가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의 수명은 언제까지일까?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혹여 제도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사망하게 된다.
게다가 그 신뢰 상실의 이유가 국민을 팔아버린 행위에 있다면 그 정부는 국민의 공적(公敵)이 된다. 분노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주권실종의 현실, 국민건강권 무한침해는 그 분노의 불길을 더욱 뜨겁게 번지게 하고 있다.
쇠고기 수입전면 개방은 미국의 재고시장 확보전략에 입 맞춘 것
이명박 정권은 미국인들도 잘 먹고 있는 쇠고기를 문제 삼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억지고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전면개방으로 들여오려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는 광우병 논란과는 별도로 이미 미국 안에서조차 육질판정에 밀려나, 미국 국내 소비가 되지 못한 채 판로확보를 기다리다가 상대적으로 늙어버린 처치 곤란해진 것들이다.
30개월 이상 된 소가 광우병만이 아니라 기타 질병에, 기운이 넘치는 젊은 소들보다 면역력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며 병이 있을 경우 그 진행상태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일본이 20개월 미만을 고집하는 까닭도 미국 내 소비 육류의 기준에 맞춘 당연한 상식적 대응이다.
따라서 미국 쇠고기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외면 받는 쇠고기를 한국인의 입에다 재고처리를 하겠다는 것에서 이 논의는 출발해야 한다. 미 식품의약국 FDA는 바로 얼마 전인 4월 23일, 광우병 우려를 고려해서 30개월 이상 소의 뇌, 척수 등은 애완동물들의 동물성 사료로도 쓰지 못하게 결정했다. 더 이상의 판로를 구하지 못헤 폐사시킨 나이 든 소의 가공 상품화도 막아버린 것이다. 한국인들은 이렇게 보자면 미국의 애완동물보다 못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처럼 20개월 미만의 육질 좋은 미국 쇠고기는 애초부터 맛을 보지 못하게 되어 있다.
다우너 소 도축에 충격받은 미국
지난 2월 미국은 또 한 차례 광우병 충격을 받는다. 광우병 의혹을 받고 있는, 병으로 걷지 못하는 "다우너 소(downer cow)"의 도축으로 나온 육류가 학교 내 패스트푸드점을 통해 집단급식에 사용되었고 이로써 전량 수거 리콜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미국의 경우 검역기준이 더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이와 함께 문제가 있을 만한 소들은 판로가 막히게 되었다.
이와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의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요구는 결국 재고처리 시장의 확보에 있고, 검역 장치까지 해체시키는 수준으로 받아들인 이명박 정권의 처사는 그런 미국 내의 실정과 상품내역을 속인 거간꾼에 불과해진 것이다. 국민 건강을 일차적으로 지켜야 하는 검역원은 파수꾼으로서의 기능을 자국 정부로부터 정지 당하는 역사에 어떤 선례도 없는 모순에 처했다. 이른바 캠프 데이비드의 정상회담은 이러한 거래가 오고간 현장이 되는 셈이다.
이명박 정권, 매판정권인가?
자기 국민들보다 제국주의 세력의 이익에 봉사함으로써 자본과 권력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매판정권>은 언제나 제국주의 세력의 적극적인 대변인이 된다. 그들이 지금껏 살아온 방식과 현재도 진행되는 추악한 생존전략이다. 그래서 국민의 깨어있는 목소리와 눈은 이들에게 적이다. 토벌대상이다. 이들 매판세력에게 제국은 순결하고 국민은 불순하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은 매판정권일까? 우선 "매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해서 국가적 이익을 팔아버리는 행위다. 권력이 이런 행위를 공식화할 때 우리는 그것을 매판정권이라고 부른다. 매판정권은 그 국가를 제국의 식민지로 만드는 일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나면 책임소재는 "소란을 선동하는 내부세력"에 있다고 결론 내린다.
이 결론은 정치가 된다. 그 정치는 제국을 위한 충성과 봉사요, 이에 저항하는 국민들은 선의를 가진 제국에 항거하는 불순분자와 범죄자로 몰아가는 수순이 펼쳐진다. 미국에서조차 재고로 판로가 막혀버린 쇠고기를 한국 시장에 몽땅 팔아버리겠다는 정책에 반발하는 국민들을 "반미 운운"으로 공격하는 자들이 있는 집단과 세력은 매판동맹 소속이다.
게다가 뼈째 수입해버리는 방식은, 소를 도축하고 뼈를 바르는 공정에 드는 비용까지도 한국에 전가시키는 부당폭리행위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매판 거간꾼들의 후안무치는 끝 간 데를 모른다. 이들이 추진하려는 한-미 FTA는 바로 이런 논리가 작동하는 아사리 판 시장바닥이다. 노무현이 문을 열고 이명박이 쌍수를 들어 타결 지으려는 한-미 FTA는 이 나라의 운명을 이렇게 하나씩 뒤흔들어 놓을 21세기 국가위기의 결정판이다.
어제는 스크린 쿼터 폐쇄로 문화를 말아먹고, 오늘은 광우병 쇠고기로 식탁을 망가뜨려 밥상을 걷어차게 하고 있다. 유전자변형 GMO 옥수수 대량수입으로 우리 안에 어떤 괴물이 자라나게 할지 모르게 하고 있으며, 내일은 의료보험시장의 확대로 국민건강의 사회적 보장체제를 뒤흔들 것이다. 경제정책 자문단은 외국인들로 구성한다고 하니, 이 나라 경제 기밀은 모두 밖으로 유출되고, 국가경제의 진로는 우리 손에 있지 않게 된다. "보이지 않는 식민지"의 비극이다.
광우병 걸린 소에 대한 자세
한마디 덧붙이자. 광우병 걸린 소는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친 소"라고 비난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죄가 있다면 소에게 소를 먹인 인간에게 있지 않은가? 채식동물에게 육류사료를 쏟아 부은 자들의 문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소들은 모두 이 인간의 탐욕으로 희생당한 생명체 아닌가? 이 자들은 소에게 소를 먹이더니 이제 우리에게 소가 걸린 병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1억 명에 한명쯤 걸리는 것을 너무 공포스럽게 여기지 말라고 한다.
소가 넘어갈까? 소가 넘지 않을 걸
그런데도 가만히 있다면 우린 사람이 아니고 소다. 말 못하는 소가 되어 광우병으로 걷지 못한 채 반드시 죽게 되는 소다. 이건 아니지 않은가?
이명박 정권은 "국민들이 소가 넘어 간다"고 여겼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소가 넘어지는 것을 본 국민들은 소가 넘지 않는다." 소가 웃을 일이다. 거대한 국민적 반격 앞에서 이명박 정권은 이제 무얼 하려는가? 올바른 선택에 너무 늦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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