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원을 현행(299석)대로 유지하되 지역구를 2석 늘이는 대신 비례대표를 2석 줄이는 선거구획정안이 21일 확정됐다. 총 정원이 늘 경우 '제 밥그릇 챙기기'란 비난이 정치권으로 쏟아질 것을 우려해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서라도 정원 맞추기에 애를 쓴 것이다.
그러나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한 획정 결과에서는 지역별 인구편차를 최소화하려는 기본적 노력보다 통폐합 위기에 처한 '텃밭' 지역구를 건지기 위한 각 정당의 절치부심이 두드러졌다.
민주-한나라, 호남-영남 지역구 현행대로 지켜
학계·언론·시민단체 출신들로 구성된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2곳 또는 4곳 늘리는 복수안을 채택하면서, 어떤 경우든 인구가 분구 기준에 미달하는 부산 남구, 대구 달서구, 전남 여수 등 3곳은 선거구 수를 1곳씩 줄이도록 했다.
부산, 대구는 한나라당이, 여수는 민주당이 '민감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지역구다. 이에 정개특위는 "기존에 형성된 선거구는 최대한 유지한다는 점을 교섭단체 간에 합의했다"며 이들 3개 선거구는 현행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영남 62석을, 민주당은 호남 의석을 31석으로 그대로 유지하는 수확을 거뒀다. 호남의 경우 전남에서는 함평·영광, 강진·완도를 인접 지역구와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1석이 줄었지만 광주에서 1석이 늘었다.
양대 정당 편의에 맞춰 선거구를 획정하다보니 '선거구별 인구편차 최소화'란 획정의 본 취지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요컨대, 전남 여수의 경우 인구 29만5439명에 국회의원은 2명이지만 경기 수원 권선은 31만553명, 파주는 30만3831명, 이천·여주는 30만2617명에 국회의원이 1명씩으로 정해진 것이다.
지역구 '밥그릇'을 챙기느라 상대적으로 반발이 적은 비례대표 수를 줄인 것을 두고도 비난이 예상된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반발이 없는 비례의석을 제멋대로 축소하고 지역구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지난 10여 년 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해 온 정치개혁 방향에 전면 역행하는 것"이라며 "획정안의 폐기"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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