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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몽준 "국회 증원 반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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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몽준 "국회 증원 반대", 왜?

'제 머리 깎기'인가, '의회 통제하기'인가

18대 총선을 목전에 두고 또 다시 국회 증원 논란이 불붙었다.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13일 현행 243곳인 지역구를 적게는 2석에서 많게는 4곳까지 늘려야 한다는 안을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기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역구의 증가를 그대로 반영할 경우 현행 299명인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대에 접어들게 되지만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국회의 비효율 등을 이유로 비례대표 정원을 줄여서라도 총원을 299명에 묶어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참에 의원수를 현실화해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과부하를 해소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앙> "비례대표 줄여서라도 299명 유지해야"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만들었기 때문에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국회의원 숫자를 299명에서 301명으로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우리가 작은 정부를 운운하면서 국회는 힘이 있다고 해서, 또 자기 밥그릇이라고 해서 299명에서 301명이 뭐 대수냐고 한다면 그 역시 국민을 너무 쉽게 보고 하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나경원 대변인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모두 합쳐서 299명이라는 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자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자 <중앙일보> 역시 '국회의원 수 증원 말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국회의원 증원 논의를 "국회의 역주행"이라고 규정했다. 신문은 "한국 국회는 사회의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후진적"이라며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면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의 지역구를 줄이는 방안도 생각해 봄직하다"고도 했다.

"국회의원 줄어들면 '기득권층'이 좋다"
▲ 눈보라 속 국회 의사당 전경.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증원 논란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뉴시스

한나라당의 결정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조직의 몸집을 스스로 제한했다는 점에서 '용기 있는 결단'으로 미화되기 쉽다. 정 최고위원의 주장은 국회의 예산낭비와 의원들의 세비 책정에 대한 비판론이 높은 여론을 적절하게 반영한 소신 어린 목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중앙일보>도 언뜻 권력기관 견제란 언론의 제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 그룹에서는 "'국회의원 증원은 나쁘다'는 여론 자체가 동원된 이념"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국회 증원에 대한 비판은 국민의 진정한 여론으로 보기 어렵다. 국회는 인민대표 기관이니 대표의 수가 많을수록 국민에게 이롭다고 보는 것이 정상 아닌가. 기득권 세력이 개혁에 반대하기 위해, 혹은 민주주의를 공격하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 '일은 안 하는 국회의원들이 숫자만 늘린다'고 비판을 한 것을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는 식이다." <박상훈 박사 (정치학.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박 박사는 의석수 논란이 있을 때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으로 기업을 꼽았다. 이는 한나라당에서도 재벌 출신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또 보수언론 가운데에도 기업의 견해를 충실히 반영하는 <중앙일보>가 증원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과도 맥락이 맞아 떨어진다.

"전경련 정치개혁보고서나 중소기업 정치개혁보고서 등 기업의 이익을 반영한 정치개혁보고서에서는 예외 없이 '국회 축소'를 주장한다. 대기업 혹은 기득권 세력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서 국회는 작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결국 의원수가 감축될 경우 그 피해는 일반 대중의 몫이다."

1948년 200석으로 시작한 제헌국회 이후 60년 간 행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반이 급속도로 팽창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원 수는 99명밖에 늘어나지 않은 상황이 오히려 국회의 비효율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14대 이후 발의되는 법안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당장 17대 국회만 해도 16대와 비교했을 때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이 3배가 넘는다. 회기 내에 처리하지 못해 자동 폐기된 법안 수도 16대 대비 10% 이상 늘어났다. 국회에서 해치워야 할 일의 양이 299명이 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넘어선 지가 오래란 얘기다." <서복경 박사(정치학. 전 국회입법연구원)>

서 박사는 "유권자가 전문화된 의회를 바란다면 인원수 현실화에도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갈등은 폭증하는 상황에서 조정역할을 맡은 의원수를 묶어 두는 것이야말로 의회의 제 기능을 발목 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구 축소'가 진정한 용기

하지만 '국회 증원'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마저 선거구획정원회가 제안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이 선호하고 있는 '지역구 2~4석 증가'에는 비판적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제 밥그릇'을 버리지 못해 의석수를 살금살금 늘려온 관행이 '국회 증원=밥그릇 챙기기'란 여론의 부정적 인식을 만들어 결국 의석수 현실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서 박사는 한나라당에서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의원정수를 맞추자'고 주장하는 데 대해 "선택가능한 안 중 가장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서 박사는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민원 챙기기에 치중할 시간에 비례대표들은 비교적 성실한 의정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비례대표가 하는 일이 없다'는 세간의 인식 역시 왜곡된 것"이라며 "의회의 전문성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비례대표는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박사 역시 "비례대표를 대폭 증원하는 대신 지역구를 광역화해 지역구별 인구편차를 줄이는 게 현실적 해법"이라며 "의회가 지역구를 줄일 수 있을 때 진짜 '제 머리 깎기'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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