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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세계은행,WTO는 사악한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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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세계은행,WTO는 사악한 삼총사"

[화제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신간 <나쁜 사마리아인들>(이순희 옮김. 부키 간)이 국내 출간됐다.

출판사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는 "노무현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신자유주의가 왜 나쁜가를 알려면 꼭 한 번 읽어볼 책", "성장과 세계화와 관련해 모든 나라가 따라야 할 정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치명적인 일격을 받을 것"이라고 돼 있다.

실제로 이 책은 이러한 소개 글에 대한 보증서라고 할 만한 세계적 지성들의 추천사도 첨부돼 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대해 통찰력 있는 비판의 칼날을 세우기로 정평이 나 있는 놈 촘스키와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추천사는 이 책의 본문에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하는 신랄함이 넘친다.

촘스키 "장하준의 경고는 오싹하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무시무시한 책은 '현실로서의 경제학'으로 명명돼야 할 것이다. 흔히 통용되는 '경제발전의 원리'라는 것이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전개된 역사에 비춰볼 때 얼마나 황당한 교리인지를 폭로한다...만일 오늘날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장하준의 경고는 오싹하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놈 촘스키)

"명석하면서도 생생하고, 호소력까지 갖추었다. 세계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절로 새롭게 만드는 책이다."(조지프 스티글리츠)

장하준 교수는 개발도상국들이 세계 경제에 통합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적 교훈을 살펴볼 때 개도국은 자국의 조건에 적합한 세계화를 따라야 한다는 지론을 펴왔다.

이 책은 바로 그 역사적 교훈을 통해 이른바 정통경제이론에 입각한 처방이 특히 가장 취약하고 무방비 상태의 나라들에 어떻게 해를 끼쳐왔으며, 앞으로 얼마나 해를 끼치게 될 것인지 보여주면서, 특유의 대중적 필치로 신자유주의 비판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책 제목 '나쁜 사마리아인들' 자체가 신자유주의 옹호자들을 겨냥한 비유인 것에서 보듯 이 책은 핵심을 찌르는 비유들이 속도감 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부자 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가난한 나라의 시장을 장악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경쟁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을 설교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저자는 이들을 가리켜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면서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IMF, 돈 빌려주고 외국자본에 유리한 조건 조성"

특히 저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는 '사악한 삼총사'로 지목해 이들의 추악한 실상을 낱낱이 해부해 보여준다.

저자는 특히 IMF와 WB를 금융위기에 처한 나라들에게 긴급자금을 융자해주는 조건으로 채무의 변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영역까지 개입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예를 들어 1997년 한국에 대해 '민간 부문' 회사들의 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 한국 금융위기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논리로 이 회사들의 부채 규모를 놓고 조건을 걸었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 자본이 한국 기업들을 적대적 인수합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의 선진국들은 거의 대부분 신자유주의 경제학에 배치되는 정책 처방을 토대로 해서 부자 나라가 된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일단 부자가 된 뒤에는 소위 '사다리 걷어차기'로 부자가 되는 길을 차단하고, 신자유주의라는 미명 하에 개도국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개도국이 가야할 길은 최근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공 사례에서 보듯, 무조건적이 아니라 민족주의적 입장에 기반하여 전략적으로 세계화 경제에 통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론에 맞춰 역사 왜곡한 신자유주의론자들"

반면에 저자는 선진국의 신자유주의론자들은 자기들의 이론과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예를 들어 저자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여 '남미의 일본'으로 불릴 정도로 성장한 칠레 역시 실상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칠레는 19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의 쿠데타 이래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서 신자유주의 전략을 채택했다. 칠레가 훌륭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 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칠레의 실상은 정통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칠레의 초기 신자유주의 실험은 이른바 '시카고 군단'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그 결과는 끔찍했다.

이 실험은 1982년 전체 은행 부문에 대한 국유화하는 방법으로 해결하지 않을 수 없었을 만큼 극심한 금융위기로 막을 내렸으며, 칠레는 198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피노체트 집권 이전의 소득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실용적인 발향으로 선회하자 비로소 칠레의 경제성장이 순조로워졌다. 예컨대 칠레 정부는 수출업자들에게 해외 마케팅 연구개발 분야에서 많은 지원을 하는 식이었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자본 통제를 발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1990년대에는 자본 통제를 시행해 단기적인 투기성 자금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줄인 적도 있다.

"신자유주의 성공 모델이라는 칠레, 실상은 다르다"

하지만 저자는 "보다 중요한 사실은 칠레 경제의 발전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와 관련해 의문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30년 동안 칠레에서는 많은 제조업체가 무너진 반면 천연자원에 기반을 둔 수출품에 대한 의존은 심화되었다. 실제로 칠레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은 수출 외화수입의 약 80%를 차지하는 구리, 초석, 철광석 등의 광물자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칠레는 생산성이 높은 활동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도달 가능한 번영의 수준에 있어 뚜렷한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1945년 이후의 세계화에 대한 진실은 정사와는 완전히 상반된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1950~1970년대는 국가주의적 정책에 의해 뒷받침되던 통제된 세계화의 시기였다. 반면 지난 25년간은 급격하고 통제되지 않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시기였다. 통제된 세계화의 시기의 세계경제는 최근에 비해 훨씬 빠르게 성장했고, 훨씬 안정적이었으며, 소득분배도 훨씬 균등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개도국들에서 두드러졌다.

그러나 정사는 이 통제된 세계화의 시기를 개도국들의 국가주의적 경제정책이 끔찍한 재앙을 불러온 시기로 그리고 있는데, 이렇게 왜곡된 역사적 기록을 퍼뜨리려는 의도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실패를 감추고자 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재벌개혁론자들은 비판적 태도로 읽을 필요가 있는 책

하지만 이 책은 소액주주들의 힘을 모아 재벌을 개혁하자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비판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장하준 교수는 외국자본에 대해 개방적인 신자유주의를 극구 비판하는 일련의 책들을 써왔는데, 국내 재벌들을 보호하기 위한 논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한 강연에서 "재벌의 경영권을 보호해 복지국가를 건설하자"는 직설적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재벌문제를 도덕성의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변한다. 그는 재벌이 비도덕적인 경영행태를 보인다고 주주들이 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1인1표'의 원리에 기초한 정치권력의 민주화와 달리, 종업원, 지역사회, 하청업체, 국민 전체 등 기업의 주주를 제외한 다른 이해당사자 집단들은 아예 '투표권'이 없는 '1원1표'식 주주자본주의는 진정한 경제민주화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경제권력의 민주화를 '1원1표'의 논리를 앞세운 주주자본주의로 이루려다가는 국내 재벌들이 외국자본의 먹이로 전락해 '민족경제'가 붕괴된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그는 아직 '이해관계자'가 모두 포함된 진정한 경제민주화가 불가능한 단계에서는 오히려 '국내 토종 경제권력'이라고 할 재벌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그룹구조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실용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재벌들이 장기적 시각에서 경영을 할 수 있게 배려해 주고, 2세, 3세의 경영능력을 검증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대신 재벌들이 장기적인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고, 하청기업을 덜 쥐어짜는 것이 구조적으로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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