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모두 새빨간 거짓말…내 길 막을 순 없어"

[서울 합동연설회] 박근혜 "음모? 서류 한 장이면 '끝'"

한나라당 대통령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는 끝까지 '네거티브'했다. 17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연설회에서 이명박 후보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음해"와 "공작"으로 몰아붙였고, 박근혜 후보는 지난 경선가도에서 노출된 이 후보 관련 모든 의혹을 총망라하며 이 후보를 "불안한 후보"로 매도했다. 그때마다 관중석의 야유와 환호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명박 "어차피 내가 전국 1위"

▲ 이명박 후보 ⓒ프레시안

이 후보는 "지난 6개월 간 음해와 공작으로 많은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며 "국정원에서 국세청에서 심지어 검찰까지 앞세워 제 2의, 제 3의 김대업을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나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누가 나에게 돌을 던질 수 있습니까."

이 후보는 '정권차원의 공작'을 근거로 스스로가 '필승후보'라고 주장했다.

"나를 경선에서 떨어뜨리려는 세력이 있는 줄 압니다. 왜 이명박을 두려워하겠습니까. 본선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경선에서 떨어뜨려는 공작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끄떡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나의 길을 막을 수 없습니다. 나는 정직하고 당당하게 살았기 때문입니다."

각종 의혹에 대한 이 후보의 해명은 여기서 끝이었다. 연설 중반부터는 "감사"와 "사랑", "보답"과 "화합" 등의 단어만이 즐비했다. 마치 수락연설을 연상케 하는 여유를 부림으로써 승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대화합을 제안하고자 한다"며 "내가 참을 수 없는 고통도 받았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모든 후보가 하나가 돼 정권 창출을 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지가 양분된 관중석을 양쪽을 가리키며 "어느 쪽에 있든지 하나가 돼 포용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 지지층이 두터운 서울시 당원들을 향해 "감사하는 마음을 잊을 수 없다"며 때 이른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수많은 음모와 공작 속에서 늘 지지율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의 당원 동지 여러분이 함께 지켜주셨기 때문"이라며 "이제 많은 사랑에 보답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어차피 전국 1위로 당선될 나를 압도적으로 밀어 달라"고 당부하며 연단에서 내려왔다.

박근혜 "검찰은 만만한 후보 기다리고 있어"

▲ 박근혜 후보 ⓒ프레시안

박 후보의 12분 연설에는 공백이 없었다. "이명박으로는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을 주지시키기 위해 지난 6개월간 터져 나온 이 후보 관련 의혹들을 빠짐없이 열거하느라 '듣기에도 숨이 찬' 연설이었다.

제일 먼저 과거 '설화(舌禍)'를 끄집어내 당원의 심기를 건드렸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보다 열린우리당 노무현 대통령이 낫다고 한 사람을 뽑겠습니까, 한나라당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저 박근혜를 선택하겠습니까."

이 후보는 서울시장이던 2005년 사석에서 '인간적으로는 이회창보다 노무현이 낫다'는 발언을 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박 후보는 도곡동 땅 실소유주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검찰은 누구 땅인지 다 알고 있지만 만만한 상대가 후보로 뽑힐 날을 기다리며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직접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내 땅이 아니다"며 강경하게 부인한데 대해서는 "내 땅이 아니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검찰이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검찰에 동의서만 갖다 주면 된다"며 "지금 피한다고 검찰이 계속 입을 다물고 있겠냐"고 했다. 이 후보 측이 검찰의 수사를 피하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 후보의 BBK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아무리 정치 공작이라고 외쳐 봐도 서류 한 장 나오면 어쩔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경준 씨가 이날 한 신문과의 간접인터뷰에서 "BBK는 100% 이명박 소유"라며 이 후보와의 '비밀 계약서'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것을 적극 활용한 공세다.

박 후보는 "차명 보유에 위장 전입에 위증 교사에 금품 살포에 거짓말까지…이 많은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무슨 수로 막냐"며 이 후보 관련 의혹들을 줄줄이 읊기도 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이 앉은 관중석에서는 "우~"하는 야유가 계속됐다.

박 후보는 이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인 '경제대통령'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살려야 한다는 여러분의 마음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권을 교체해야 나라도 살리고 경제를 살리지 않습니까. 정권부터 가져와야 합니다. 국민은 한나라당이 될 후보를 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박 후보는 "혁명을 이뤄 달라,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는 감동의 대역전의 드라마를 보여달라"고 호소하며 연설을 맺었다. 그러나 "양심의 선택"을 호소하면서도 "여러분 지역의 위원장이 공천 협박을 받고 줄 세우기에 시달리고 뒤로는 금품이 오가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여 끝까지 공세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