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손학규'로 뭉치는 친노 주자들

후보단일화 공감대 형성…손학규 비판 강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출마 선언과 한명숙 전 총리의 후보단일화 제안으로 친노진영의 '반(反)손학규 전선'이 보다 분명해지는 흐름이다.

이해찬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은 7일 한 전 총리의 후보단일화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해 본격적인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이들은 손 전 지사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해 친노 세력의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이해찬 "지지한다", 유시민 "협의해 나가겠다"

이해찬 전 총리는 이날 한 전 총리의 후보단일화 제안에 대해 "정통성 있는 평화민주세력이 당선될 수 있는 후보 단일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해찬, 유시민 의원에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 대통합신당 전남도당 창당대회에서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가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 전 총리는 한 전 총리의 공개 제안 이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대통합신당이 국민 경선을 잘 치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평화민주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한 한 전 총리의 충정으로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총리와 함께 제안을 받은 유시민 전 장관은 유보적이나 가능성은 열어뒀다. 유 전 장관은 보도자료에서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고, 열린우리당에는 비슷한 정책과 노선을 가진 다른 여러 후보들이 있는 만큼 어떤 견해를 명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대통합과 국민경선 과정에서 정당하고 필요한 협력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열린 자세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선거는 지나간 과거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보다는 국가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도모하는 미래비전을 통해 정치인들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가는 경쟁 과정이라고 평소 생각해왔다"며 "한 전 총리의 제안이 국가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하는 깊은 고뇌와 충정의 소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전 총리 측의 백원우 의원은 "한 전 총리가 제안을 내놓기 전에 이 전 총리나 유 전 장관 측과 논의를 해왔다"며 "이 전 총리는 물론 유 전 장관도 '협의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앞으로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해찬-한명숙 "손학규는 한나라당 경선 패잔병"

이러한 친노진영의 연대가 겨냥하고 있는 것은 손학규 전 지사. 한명숙 전 총리도 후보 단일화 제안을 내놓을 때부터 "손학규 후보는 필패의 카드"라며 "한나라당 경선에서 도망나온 패잔병으로는 한나라당 후보를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전 총리는 "손 전 지사의 지지자 중에는 한나라당 지지 세력이 절반 가량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런 사람이 민주개혁진영에 와서 우리 지지자들의 폭발적인 힘을 이끌어 낼 수 없으리라 보고 민주노동당까지 끌어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절한 후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뉴시스

이해찬 전 총리도 이날 광주를 방문해 오찬 기자간담회를 갖고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탈당하지 않고 한나라당 후보경선에서 이기는 게 옳았다"며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나오면 정당정치의 질서가 없어지고 정통성을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손 전 지사를 한나라당에서 나오라고 한 뒤 비판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지만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손 전 지사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말 몇마디로 정체성이 바뀌지 않는다. 말이 아닌 입장으로서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만약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온다고 했다면 당내에서 검증을 했을 것이다. 우리 정치가 어물어물 넘어가선 안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또 손 전 지사가 최근 "광주정신은 광주를 털어버리고 세계를 향해 뻗어갈 때 더 빛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 "민주화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나온 말"이라며 "(광주정신은) 털어낼 게 아니라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반박했다.

영남권 친노 대선주자인 김혁규 의원도 손 전 지사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386 출신 의원들을 비난하며 이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이날 당 사수모임인 '열린우리당 지킴이 연대'가 보낸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386의원들의 행동은)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정치꾼들의 극단적 이기주의와 민주화 선민의식의 변질일 뿐"이라며 "이번 대선은 이들 기회주의 세력과의 내부투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현상은 마치 하루살이가 밝은 전등에 몰려 다음날 떼지어 사망하는 것과 같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마저 부정하면서 손 후보와 과거 80년대 시대정신을 공유하고 있다는 억지 논리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측 "분열주의적 행태 반복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손학규 전 지사 측은 발끈했다. 손 전 지사 측 배종호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선 컷오프까지 다 있는 상황에서 후보단일화 제안은 사실상 손학규를 배제하자는 것"이라며 "분열주의적 행태로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후보 단일화는 국민이 하는 것이지 한명숙 후보가 하는 게 아니다"라며 "한 전 총리는 그냥 선수로 뛰면 되지, 이는 선수가 심판으로까지 나서는 것"이라고 맹공했다.

배 대변인은 손 전 지사에 대한 공세에 대해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줬더니, 보따리까지 내 놓으라는 격"이라며 "신의가 없는 정치고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캠프의 특보를 맡고 있는 정봉주 의원도 "사실 이렇게까지 아프게 할 줄은 몰랐다"며 "판 깔아줬더니, 판 깔아준 사람 빠지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친노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반성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역공했다. 그는 "동지를 훼손해서 살찌우려고 하는 사람은 인정할 수 없다. 분열주의는 승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손 전 지사 지지에는 한나라당이 절반'이라는 한 전 총리의 비판에 대해서는 "역으로 손 전 지사가 가장 막강한 후보라는 것"이라며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흔들어 표를 빼어와야 한다. 그러한 역할에는 손 전 지사가 가장 적임자라는 것"이라고 반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