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자신에 대한 민주화 정통성 시비를 정면으로 역공했다. 손 전 지사는 3일 "말로는 미래세력이라면서도 아직도 '80년 광주'에 갇혀 우리 스스로를 묶어두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이제 우리는 생각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광주 무등파크 호텔에서 가진 광주·전남 경영자총협회 초청 금요 조찬연수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70년대, 80년대 생각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야 한다"며 "범여권이 '내 것'을 고집하고 작은 차이를 부각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범여권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에서 나온 손 전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정통성 논란을 비껴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손학규 "호남에서 이명박 지지율이 높은 이유가 뭔가"
손 전 지사는 "호남에서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는 엄연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국민은 경제가 좀 나아지길 원하는데 이명박이 뭘 좀 강력하게 추진하고 경제를 낫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통합신당이 이런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느냐. 우리를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비판하는 것을 그저 보수 언론의 한나라당 집권을 위한 공작이나 범여권 개혁세력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로 봐선 안 된다"며 "새로운 당이 우리 경제를 다시 살릴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5.18 광주 정신에 갇혀있어선 안 된다. 우리는 결코 1980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광주 정신은 광주를 털어버리고 대한민국과 세계를 향해 뻗어갈 때 더 빛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대선에서 광주정신을 실현하는 길은 한마디로 '일자리'"라며 경기지사 시절의 실적을 내세워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자신의 비교우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과연 이명박은 우리 경제를 하루아침에 활활 타오르게 할 메시아인지 따져보자"며 "경기지사 시절 새로 만든 일자리가 74만개였고 그게 전국에서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70%였는데 같은 기간 서울에서 만들어진 일자리는 12만개였다"고 말했다.
정동영, 천정배 "광주를 부정하다니" 격앙
하지만 손 전 지사의 이날 '광주 정신' 발언은 다른 대선주자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렀다.
그간 손 전 지사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자제해왔던 정동영 전 의장은 즉각 논평을 내고 "손 전 지사의 광주발언은 광주정신과 민주개혁 세력을 모독한 것"이라며 "그가 지난 27년 동안 광주를 벗어나 살아왔다는 반증"이라고 맹공했다.
정 전 의장은 "5.18 광주항쟁과 6.10민주항쟁의 정신이 오늘날 지식 정보화, 미래화 사회의 토대가 됐다"며 "광주는 결코 과거가 아닌 미래"라고 주장했다.
그는 "광주정신이 담고 있는 평화, 정의, 인권의 정신은 21세기도 더 발전시켜야 할 과제"라며 "광주를 부정한다면 미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연 손 전 지사는 영화 '화려한 휴가'를 제대로 관람한 사람인지 의심스럽다"고 꼬집기도 했다.
천정배 의원도 "손 전 지사의 발언에 경악한다. 그의 발언은 결국 본심이 들어난 것"이라며 "정말 털어버리고 싶은 것은 지난 14년간 수구 기득권 세력의 하수인이 되어 광주를 공격했던 자신의 과거가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천 의원은 "광주정신은 과거가 아니다"라며 "광주정신은 '인간존엄성에 대한 선언'이자 '인간에 대한 사랑,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고 현재의 지표이며, 우리가 나아갈 미래의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실 우리가 더 우려하고 비판하는 것은 손 지사의 과거보다 그가 제시하는 미래"라며 "손 전 지사의 경제정책은 기회보다 성장을 더 중시하는 등 한나라당 후보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누가 미래 대한민국의 성장과 기회의 선순환을 실현할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토론하자"며 "정식으로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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