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의원이 보조를 맞췄다. 이들은 8일 한목소리로 16명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을 높게 평가했다. 우리당 탈당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향후 행보가 탈노(脫盧) 혹은 반노(反盧) 연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반면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김혁규 의원 등 친노 진영에선 '참여정부를 계승' 의지를 표방한 대통합이어야만 함께 할 수 있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향후 열린우리당 주력부대의 추가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합의 성격'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정배 "손학규가 민생개혁세력 대표된다고?"
이날 오후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민생정치준비모임이 주최한 '정치와 시민사회, 민생연대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토론회에는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천정배 의원의 인사말에 이어 한명숙 전 총리,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의 축사 순으로 이어져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연설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빼곤 거의 모든 주자들이 참석한 셈이다. 주최 측인 천 의원이 이날 유독 손 전 지사를 맹공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민주당, 중도개혁통합신당의 소통합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천 의원은 "우리가 한나라당에 필적할 수 있는 뚜렷한 후보를 가지지 못하는 사이 진의는 알 수 없으나 한나라당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신 분이 느닷없이 탈당해서 민생개혁세력의 대표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민생개혁세력의 모든 대선주자가 되려는 분들이 모든 동일한 조건에서 힘을 합치고 그 가운데 100% 국민참여 경선을 해본다면 그로써 우리도 충분히 한나라당에 필적하는 능력 있는 후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이어 민주당과 중도신당을 겨냥해선 "특정 세력의 배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 달도 안 남았는데 소통합으로 가려는 움직임도 있다. 또 대통합에 주체적으로 나서지 않고 무임승차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인사나 세력도 있다"며 "이 세 가지 걱정을 우리가 다 떨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에 대해선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께 참으로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 결단을 계기로 우리가 민생개혁세력 전체의 활로를 열어가는 큰 기폭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동영-김근태 "오늘 탈당, 대통합 위한 결단"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도 탈당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힘을 실었다.
정 전 의장은 토론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초·재선 의원들의 탈당은 대통합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으로 본다"며 "대통합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남다른 결단과 행동을 한 의미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당에 남아 있느냐 떠나느냐가 중심 문제는 아니다"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만들어낸 국민의 바람은 대통합에 있다. 제 몫을 하겠다"고 탈당 의사를 굳혔음을 재확인했다.
김근태 전 의장도 "오늘 탈당한 의원들이 고민이 많았을 텐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이러한 고민의 무게가 국민들과 우리 지지자들에게 전해져 대통합신당 결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국민경선추진위원회가 참여를 요청한다면 긍정적으로 답할 것"이라며 탈당 시기와 관련해선 "이미 2.14 전당대회에서 결의한 6월 14일 시한은 사실상 지났고 시기는 비교적 자유롭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전 의장은 축사에서 "이 정권이 제일 잘못한 것이 통합이다. 국민통합이라는 화두를 들고 등장한 통합이었으나 사회경제적 통합에 실패했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시장만능주의 처방으로는 양극화를 극대화할 수밖에 없고 틀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를 치유하기 위해 정치적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기득권 수구세력인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후보들은 거짓 희망과 거짓 예언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사회적 타협이나 연대가 아니라 승자가 독식하는 승자독식주의의 강화라는 시장 만능주의에 기대서 민생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나 명백한 거짓 주장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생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튼튼한 연대가 만들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해찬-한명숙-김혁규 "참여정부 계승하는 대통합이어야"
반면 이해찬, 김혁규, 한명숙 의원 등 소위 친노계 대선주자들은 이날 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추가 탈당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공교롭게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원광대 강연에서 "노무현 때문에 망했으니 우리가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정, 김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 탈당파 의원들을 맹타했다.
김혁규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대통합신당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이르는 민주정부 10년을 계승하는 모든 세력의 대통합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대독한 김종률 의원은 "김혁규 의원과 한명숙 전 총리가 7일 낮에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정리했으며 이해찬 전 총리와도 뜻을 같이했다"며 "다만 연명 형식의 성명은 이 전 총리가 부담스러워해 뺐다"고 밝혔다.
한명숙 전 총리는 민생정치준비모임의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에서 한나라당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독재정권에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10년으로 기억하며 하나로 모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노계가 대통합론과 선을 완전히 그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혁규 의원은 "지도부가 추진하는 대통합 방식과 일정에 동의하고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도 대통합이라는 대전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이화영, 김종률, 백원우 의원 등 10명 가량의 친노 의원들도 연쇄 회동을 통해 입장을 정리키로 해 주목된다. 이들은 지난 6일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률 의원은 "개별 탈당은 맞는 방식이 아니다. 대통합추진 시한인 14일 이전에 나온 게 무슨 지도부와 교감이 있는 탈당이냐"면서도 "오늘 탈당한 의원들은 탈당을 왜 하는지 지향점이 뭔지 참여정부를 계승하는지 등의 내용이 없기 때문에 동의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계승의지'가 반드시 명시돼야만 신당추진 세력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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