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교황, 남미서 "차베스 경계" 메시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교황, 남미서 "차베스 경계" 메시지

"신앙은 정치 이념 아니야" 해방신학에 쐐기

바티칸의 적수는 차베스인가.

브라질을 방문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남미 내 가톨릭 부흥책을 모색하기 위해 중남미 주교 169명이 모인 자리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황청 "남미 좌파정부가 가톨릭 역할 방해"

교황은 13일 브라질 아페레시다 교구에서 개최된 중남미·카리브 가톨릭 주교회의 개막식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기독교의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 구식 이데올로기에 집착하고 있다"며 "인기에 영합하는 권위주의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황은 비판의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BBC>는 "한 마디로 우고 차베스를 경계하라는 말"이라고 풀이했다. 암묵적인 기류로 오고 갔던 바티칸과 차베스 정권 간의 묵은 갈등이 교황의 입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 중남미·카리브 가톨릭 주교회의 개막식을 주재하고 있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로이터=뉴시스

양측간 갈등 기류는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기득권층인 가톨릭 지도자들의 이해관계에 상충되는 정책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이에 퇴임한 베네수엘라 추기경이 "차베스 정부는 독재정부"라고 비난하는 등 베네수엘라 교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교황청도 차베스에게 각을 세우고 나선 것이다.

지난 1월 교황의 남미 방문 일정을 공표하면서도 교황청 대변인은 "남미 좌파 정부는 민중을 위해 싸운다고 말을 하지만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고 비판해, 2주간 예정인 주교회에서도 '차베스 대응책'이 강구될 것이란 전망이 일찍부터 제기됐었다.

교황청은 "최근 선거에서 좌파정권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불평등 확대에 따른 불만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차베스를 위시한 남미 좌파벨트의 성과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교황은 또 "신앙은 정치적 이념이나 사회운동이 아니다"고 말해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지역에서 일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해방신학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연초 취임사에서 "예수는 가장 위대한 사회주의자"라며 예수를 빈자와 억압받은 자의 해방자로서 보는 해방신학을 부각시킨 것과는 완벽한 대조를 이룬 것이다.

"교황이 쓸고 간 흔적은 금방 잊힐 것"

교황은 남미에서 가톨릭의 쇠락의 막는 해법으로 "교계는 더 이상 개종 문제에 집착해선 안 된다. 그 대신 사람의 마음을 끄는 일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바티칸의 보수적인 자세가 가톨릭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4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의회가 임신 12주 이내의 산모에게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데 대해 교황이 "낙태를 지지한 사람은 스스로를 파문시킨 셈"이라며 강한 반대를 표한 것이 그 '보수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로 꼽혔다.

교황은 "낙태와 피임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이라며 "각국의 법체계가 피임과 낙태를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혼인이 갖는 소중한 의미를 해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황은 이날 주교회의 개막식을 끝으로 브라질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으며 상파울루 시 인근 과룰료스 국제공항으로 이동해 간단한 출국행사를 가진 뒤 조제 알렌카르 브라질 부통령의 환송을 받으며 로마로 떠났다.

교황은 주교회 행사에 15만 명의 신자들이 몰리는 등 남미 교계가 보여준 뜨거운 환영에 "일반인들이 보여준 열정과 깊은 신앙심이 내 기억 깊은 곳에 새겨질 것"이라고 만족스러워 하며 첫 남미 방문을 마쳤지만, <BBC>는 교황 방문의 성과에 대해 "교황이 회오리처럼 휩쓸고 간 흔적은 또 금방 잊히고 말 것"이라고 촌평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