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오 에너지 붐으로 인해 에탄올을 둘러싸고서도 중동처럼 강대국들의 에너지 강점을 위한 힘겨루기 경연장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이로 인한 곡물파동 등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과거 유럽제국들에 의한 무차별한 자원착취라는 쓰라린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남미 국가들은 자칫 에탄올이 또 다른 착취의 구실을 만들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농업계와 학계도 예외는 아니다. 아르헨티나 국립 라플라타 대학과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등 학계와 아르헨 국립 농업기술연구소(INTA)등 농업계도 브라질의 에탄올 프로젝트의 효율성에 대해 학술세미나를 여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지역적·토양적으로 서로 비슷한 여건을 가지고 있어 만일 에탄올 에너지가 차세대 에너지로 부상한다면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탄올 생산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모든 가능성을 한번 따져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헨 학계와 농업계는 미국과 브라질이 추진하고 있는 에탄올 프로젝트가 차세대 대안에너지가 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중남미 농업개혁을 외치며 대규모 투자를 약속해도 현지의 반응은 미국 정부가 기대했던 것만큼 뜨겁지가 않다. 브라질과 콜롬비아가 적극적인 반면 우루과이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수준이며, 멕시코도 이 프로젝트를 반대는 하지는 않지만 적극적인 참여는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 학계는 에탄올로 인해 제2의 중동사태 같은 혼란이 남미로 옮겨 붙지 않을까 하는 우려부터 표명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미국의 자동차회사들과 석유회사, 식량메이저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에탄올 대량생산이 가져올 농업의 생태학적인 충격과 파괴를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에너지자원의 안정적인 확보에만 눈이 어두운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남미 농업계의 현실을 안중에나 두겠냐는 것이다. 따라서 단일품종의 집단재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남미 서민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 버클리 대학의 교수이자 중남미 농업생태학분야의 권위자인 미겔 알티에리 박사는 미국에서도 에탄올 생산으로 인한 농업생태 파괴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공개했다. 그는 "미국 내 에탄올 대량 생산지인 다코타 지역에서는 가축사료용 옥수수를 구하지 못하여 축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사료용 옥수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티에리 박사는 이어 미국 내에서 에탄올 생산으로 인한 옥수수 품귀현상으로 토르티야(미국과 멕시코, 카나다인들이 즐기는 빵 종류)가격까지 대폭 인상되는 등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위한 연료를 얻기 위해 인간 삶의 기본인 식생활까지 침해 당하는 식량파동 움직임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에탄올로 인해 농업생태가 파괴되어 곡물가격은 물론 가축사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데도 미국 정부는 물론 식량메이저나 자동차회사, 석유기업들은 오히려 이런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바이오 에너지가 무공해라고?
알티에리 박사는 에탄올의 실용성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1리터의 바이오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1.36리터의 화석연료를 태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바이오 에너지가 결코 대체에너지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또 바이오 에너지가 무공해라고 하지만 바이오 디젤은 화석연료보다 한층 더 자연환경과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바이오 디젤이 타면서 발생하는 탄소는 오존층의 파괴를 부추기고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에탄올 역시 '알코올 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인체에 해롭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는 발표도 나왔다. 따라서 아르헨 학계와 농업전문가들은 에탄올보다는 다양한 품종의 식량생산에 전력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아르헨 학계인사들은 미국이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국가들에게 접근하는 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견제하고 남미에서 중국의 식량독점 현상을 막겠다는 의도로 분석하기도 했다.
중남미를 가로지르는 가스관을 통해 에너지 벨트를 구축하고 중남미통합을 앞당기려 했던 차베스의 의지가 에탄올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통합보다는 대립구도로 돌아선 것을 보라는 것이다. 에탄올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차베스가 룰라를 끌어안기 위해 들인 그간의 공을 무력화시키는 데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렸다는 얘기다.
또 미국과 브라질의 에탄올 프로젝트는 중국의 식량자원 독점을 막으려는 시나리오라는 평가도 제기됐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좌파바람이 남미를 휩쓸면서 미국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화됐고 그 자리를 중국이 꿰찬 형국이었다. 중국의 남미자원 싹쓸이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전세계 대두 생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과의 교역으로 짭짭한 재미를 보아 왔다. 더욱이 몇 년 전부터 브라질-아르헨-중국 등 3개국은 미 시카고 곡물시장의 간섭을 받지 않고 유통 가격을 따로 합의하기도 했다. 미 식량메이저들을 향해 일종의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세계 최대의 식용유 생산국인 아르헨티나 정부는 세계 대두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아르헨과 브라질이 더 이상 시카고 곡물시장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면서 연간 1500만 톤 이상의 식용유를 소비하는 중국과 직거래를 튼 것이다.
중국은 연간 2660만 톤 이상의 대두를 소비하며 여기서 얻어지는 콩 비지는 돼지사료로 활용하고 있어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대두 소비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수년 동안 브라질과 아르헨 대두 생산업자들은 시카고 곡물시장의 눈치만 살피면서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싼 가격으로 중국과 간접거래를 해 왔었다. 메이저식량회사들의 가격담합 등의 행포에 피해를 입은 것이다.
미 식량메이저들의 가격담합을 무력화시킨 중국은 연간 1억 톤에 가까운 남미산 대두를 독점해 세계 곡물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였고, 나아가 남미의 전체 곡물시장을 장악해 시카고 시장이 누려온 권위와 특혜를 가로챈 형국이었다.
이런 저간의 상황 아래서 불거져 나온 에탄올 프로젝트는 중국으로 독점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곡물집중 현상을 막고 지난날의 영화를 되찾고자 하는 미 메이저들이 수년에 걸쳐 작성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르헨 학계의 분석이다.
에탄 올프로젝트 발표 이후 미 식량메이저들의 브라질 농경지구매가 급증하고 있는 건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국적의 식량메이저들은 에탄올 프로젝트의 실효성과는 무관하게 대체에너지 생산이라는 명분으로 단시일 내에 브라질의 경작지를 장악해 곡물가격 폭등을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현지 학계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과 브라질의 에탄올 프로젝트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룰라와 부시가 주도하고 있는 에탄올 프로젝트는 그 실효성보다는 미국이 남미에서 잃어버렸던 영향력과 곡물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정치적인 선언이 강하다는 전망이 대세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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