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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도 밀려든 '검은 황금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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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도 밀려든 '검은 황금의 저주'

아프리카 석유와 美 대외정책에 관한 6가지 궁금증

중국의 석유기업이 에티오피아에서 벌이던 유전 탐사 현장에 25일 중무장 괴한이 급습해 중국인 근로자 9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에 대해 영국의 <더 타임스>는 중국 정부의 '아프리카 에너지 외교'가 도전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중국이 아프리카 각국에 차관 등 전폭적인 경제적 원조를 하고 있지만,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반정부 단체나 현지 주민들이 자원을 뺏기는 데 대한 불만이 팽배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석유에 눈독을 들이는 나라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들의 이미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석유 확보에 열을 올려 왔으며, 그 과정에서 석유산지 주변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뺏기는 등 오히려 큰 피해를 입어 왔다. 이라크 등 중동지역이 겪었던 '검은 황금의 저주'가 아프리카에도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출신 언론인이자 에너지 전문가인 니콜라스 샥슨은 미국 월간지 <하퍼스 매거진>의 20일자 기사를 통해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이 지역 독재자들을 후원하고, 석유로 벌어들인 돈을 국민들이 아닌 정치인들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용인하고 있는 미국의 행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샥슨은 아프리카의 석유가 주민들의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6개의 통념을 소개하고, 고질적인 부패 구조로 인해 석유에서 나온 부가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못함은 물론 오히려 빈곤층을 더 늘리고 있는 기막힌 역설을 비판했다.

아프리카 자원을 둘러싼 복마전을 14년간 연구해 온 샥슨은 1993년부터 <파이낸셜타임스> <로이터> <이코노미스트> <아프리카 컨피덴셜> 등에 글을 써 왔고 최근 <독이 든 우물 : 아프리카 석유를 둘러 싼 더러운 정치>란 책을 펴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1. 미국이 새로 발견된 아프리카 석유에 목 매는 까닭은?

앙골라와 나이지리아의 올 한 해 산유량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증산분의 거의 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 두 나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서 수입하는 양에 맞먹는 석유를 사들이고 있다. 서아프리카는 5년 정도 안에 미국 석유 수입량의 4분의 1 가량을 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서 러시아, 이란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석유·가스 생산지에 접근하는 것은 차단됐다. 체니 미 부통령은 이에 대해 "조물주는 미국과 친근한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곳에서만 석유와 가스를 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서아프리카는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에 비해 미국에 대단히 친절한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석유는 자동차 연료로 쓰기에 가장 적당하고 생산량도 점차 늘고 있다. 이 지역이 미국의 발길을 잡아끄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2. 미국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부패와 빈곤을 줄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나?

서아프리카 사람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석유 기업들이 식민지 총독부처럼 행세하는 게 조금 어려워졌다. 우리는 또 풍부한 유전을 찾아낸 나라들이 오히려 더 가난해지고 더 폭력적이 되는 '석유의 저주'가 왜 생기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좀 나아졌나? 필자는 2004년 석유 부국인 적도기니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려다가 붙잡힌 서방 출신 용병들에 대한 기사를 썼었다. 미국, 영국, 스페인 정부는 쿠데타 발생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지만 이상하게도 그걸 막으려는 노력은 그리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석유의 저주에 대해 관심이 새롭게 커졌음에도 석유가 주는 마력은 낡은 버릇과 유혹의 마수를 유지시킬 것이다.

3. 세계은행이 후원하고 엑손모빌 컨소시엄이 주관하는 차드-카메룬 송유관 프로젝트는 훌륭한 에너지 개발의 모델로 각광받았다.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나?

세계은행은 차드-카메룬 송유관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사업이 잘못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까지 취했다. 그것은 "석유로 만들어진 부(富)를 가난한 이들에 대한 혜택으로 직접 돌리기 위한 전례없는 사업 방식"으로 불렸다. 차드인들의 기대감은 컸다. 한 주민은 그 프로젝트에서 받은 보상금에 기뻐하며 욕조에 맥주를 채워 넣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차드에는 더 많은 갈등이 발생했다. 그것은 유전 지대에서 늘 나타나는 패턴이다. 주민들은 보상금과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고 정치인들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을 차지하려고 싸운다. 최근 반군들은 정부군과 싸워 오고 있고 그같은 분쟁은 인접한 석유 부국의 다르푸르 지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상과 얽히고설켜 있다. 지난 1월 나온 독일 의회의 보고서는 차드-카메룬 송유관 프로젝트가 문제를 풀지 못했으며 오히려 "삶의 질을 점차 악화시켜 왔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아프리카인들을 보다 좋은 삶으로 "인도"하겠다는 서구의 계획은 늘 실패한다. 아프리카의 지배자들, 특히 석유 부국의 지배자들은 제 멋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석유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연료 소비를 억제하는 등 국내에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14년간 이 문제를 연구하는 사이 또 하나의 문제가 나타났는데 아프리카의 돈이 부국(富國)의 조세피난처로 유출된다는 것이다. 자금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시도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것이 부패한 아프리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된다. 독재자들의 약탈물들이 흘러 다니는 곳은 세계 최대의 조세피난처인 뉴욕과 런던이다.

4. 서아프리카의 3대 석유 수출국인 나이지리아, 앙골라, 적도기니 세 나라의 정부는 서아프리카의 3대 부패 정부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 나라들에서 에너지 개발은 일반 시민들에게 이익을 줄 것인가?

앙골라 쿠이토라는 폐허 같은 마을에서 한 노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필자는 석유기업 셰브론의 이름을 딴 쿠이토의 해저 유전 개발로 이익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는 내 질문이 가당치 않다는 제스처를 보일 뿐이었다.

미국에서는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원칙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앙골라의 지배자들은 석유 기업에 과세를 할뿐 주민들에게는 하지 않는다. 주민들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것은 지배자들이 얼마든지 부패할 수 있고, 백성들을 억압하거나 무시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들은 여전히 석유로 벌어들인 돈에 중독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석유로 인해 발생한 문제의 가장 핵심이다. 석유 개발 수익금이 모든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그리고 공평하게 분배됐고 석유 기업이 아닌 주민들에게 과세가 이뤄졌다면 쿠이토의 그 노인은 세금에 대한 대가로 주민의 정치적 대표자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할 명분이 생겼을 것이고 주민들은 마을의 처참한 현실에 대해 싸울 필요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알래스카에서는 잘 돌아가는 이 시스템이 아프리카에서는 실현될 수 없을까? 많은 이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 나이지리아 사람들 사이에는 석유가 있는 한 나이지리아는 잘 살게 될 것이라는 공통의 인식이 있다고 미 중앙정보국(CIA)의 한 관리가 필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정말 그런가?

석유로 벌어들일 돈이 포함된 앙골라의 올해 예산은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에게 가는 모든 해외 원조를 합한 것과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유엔에 따르면 앙골라의 영아사망률은 아프가니스탄보다 높은 세계 2위다. 1970년대 석유 시장의 마지막 호황이 시작될 당시 나이지리아의 빈곤층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었다. 그러나 석유·가스 수출을 통해 400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지금은 3분의 2가 빈곤층이다.

사람들은 석유로 번 돈은 여전히 신의 은총이지만 정치인들이 그걸 도둑질해가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이익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식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석유로 인한 부는 일반인들의 혜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이같은 상식밖의 결론에 도달하는 데 필자는 수 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러나 그 사실을 결국 알아냈고 이제는 의심하지 않는다.

6. 당신은 분명 가봉의 오마르 봉고 대통령에게 푹 빠졌을 것이다. 왜 그가 그리 흥미로운가?

봉고 대통령은 아프리카 최대의 비밀을 수십 년 동안 간직했던 수호자(그는 1967년부터 만 40년 집권하고 있으며 현재의 임기가 끝나는 2012년이면 45년 집권하게 된다-편집자)였다. 아프리카의 석유에 의해 마련된, 그리고 조세피난처와 연계된 엄청난 국외 비자금이 바로 그 비밀이다. 비자금은 프랑스의 정보기관과 주요 정당에 유입되어 부패정치를 만들어냈고 프랑스의 외교적·경제적·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자금줄 역할을 했다. 봉고에 반대하는 쿠데타를 막기 위한 수백 명의 프랑스 군인들과, 프랑스 정치에 미쳤던 봉고의 은밀한 영향력은 경이적이었다.

이런 일이 서구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 석유 공급국에게 그 대가로 군사적인 지원을 해주고 국내 정치를 부패시키는 비밀 체제가 생겨날 수 있을까? 미국, 영국, 사우디 정도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부유한 서구의 나라들과, 가난하지만 석유가 많은 나라들 사이에 이같은 관계가 맺어져 있다는 것은 거의 분명하다. 한 가지 차이점은 봉고 대통령은 프랑스와의 관계를 공개했지만 다른 체제는 여전히 수면 아래에 묻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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