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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당한 중국-아프리카 '에너지 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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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당한 중국-아프리카 '에너지 밀월'

에티오피아 내 중국 유전 공격받아…74명 사망

중국이 운영하는 에티오피아 동부 오가덴 지역의 한 유전에 24일 무장괴한들이 들이닥쳐 중국인 9명과 현지인 직원 65명 등 최소 74명을 살해했다고 에티오피아 총리실이 발표했다.

사건 직후 반군단체인 '오가덴 민족해방전선(ONLF)'은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며 "지역 자원에 대한 권리를 방어하기 위한 공격"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중국 정부가 공을 들여 온 '에너지 외교'의 성과가 정작 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에게는 증오의 대상이 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 무장세력 200여 명, 중국 운영 유전 기습

총을 든 괴한 200여 명이 중국 중원석유탐사국이 운영해 온 오가덴의 유전을 기습한 것은 이날 오전이었다.

괴한들이 현지 경비를 맡은 에티오피아 군인 100여 명과 약 50분 간 교전을 벌인 뒤 유전을 일시 장악하는 과정에서 사상자의 대부분이 발생했다.

괴한들은 사건 현장을 떠나면서 중국인 7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사건을 주도한 ONLF의 압디라만 매흐디 대변인은 이날 런던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중국 정부와 에티오피아 정부 측에 이 지역을 착취할 권한이 없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해 왔다"고 밝혔다.

"불행하게도 아무도 우리의 경고를 듣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우리 영토 주권 방언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

실제로 정확하게 1년 전 ONLF는 "오가덴 주민들에게도 자기 결정권이란 기본권이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오가덴의 천연 자원에서 나온 모든 이익은 에티오피아 정권이나 외국 회사들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었다.

ONLF 측은 중국인 9명을 죽이고 7명을 납치했다는 에티오피아 정부 측의 발표에 대해서도 7명을 죽이고 5명을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납치된 중국인들을 인질로 삼지는 않을 것이며 곧 적절한 기관으로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주민-中 기업 간 갈등, 전면전으로 비화되나

이날 사건은 중국 정부가 에너지 전쟁을 앞두고 공세적으로 추진해 온 '아프리카 에너지 외교'가 지역의 반발로 도전받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 몇 년간 부채탕감, 차관지원 등 아프리카 정부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중국 정부가 선진국 간의 아프리카 자원 확보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긴 했지만, 그 혜택은 일부 정부 관료들의 배를 불렸을 뿐 눈앞에서 천연자원을 빼앗긴 지역주민들의 박탈감을 채워주진 못했던 것이다.

오가덴 지역만 하더라도 유전 개발권이 중국 정부에 넘어간 뒤 에티오피아 정부와 ONLF 사이에 갈등이 계속돼 왔고 지금까지는 '낮은 수준의 무력 충돌'로 보고돼 왔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더 이상 충돌이 낮은 수준에 머물지 만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BBC>는 오가덴 지역은 에티오피아 군대와 소말리아 내 이슬람 반군이 곧잘 충돌하는 접경지대인 만큼 이번 사건은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간 정치문제와 맞물려서 지역 긴장도를 고조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오가덴 석유 수탈의 역사

미국의 웹진 <살롱>은 24일 중국 유전 습격 사건과 함께 사건이 벌어진 오가덴 지역의 오랜 '수탈의 역사'를 전했다.

지난 1935년, 하일레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는 "에티오피아의 절반을 미·영 대형 정유회사들에 '임차'함으로써 이탈리아의 침공을 막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선언했다. 자원을 내 주고 땅을 지킨 것이다.

이 '임차권'을 토대로 10년 후 미국계 정유회사인 싱클레어는 에티오피아에서 50년 간 토지 사용권을 획득했고 이 사용권은 또 다른 정유회사인 테네코 사(社)에 넘겨졌다. 1974년 테네코 사는 오가덴 지역에서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 유전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마르크스주의자인 멩기추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차례 물갈이 됐다. 미·영 정유회사들의 빈자리는 '소비에트 석유 탐사단'이 메웠다.

소련 정부는 오가덴 영토에 구멍을 뚫고 천연자원을 빼가는 보답으로 멩기추 정권에 막대한 군사 원조를 보냈다. 멩기추 정권은 이 군사력을 이용해 소말리아로부터 오가덴 지역을 방어할 수 있었다.

서구와 소련이 오가덴 자원을 양분해 온 구도는 냉전과 함께 끝이 났고 새로운 '개발자'로 중국이 급부상 중이다.

적어도 지난 70년 동안 오가덴의 땅이 베푼 자원의 혜택이 오가덴 주민들에게 돌아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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