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첫날은 예상대로 '솜방망이 질의'와 '여유 있는 답변'으로 일관됐다.
29일 실시된 청문회에서 대부분 의원들은 한미 FTA와 관련 정부의 준비 부족, 국민 설득 작업 부족에 대해 지적했지만 한미FTA에 대한 날카로운 정책 공방은 없었다. 오히려 "한미 FTA를 체결하면 국가 경쟁력이 상승하며 양극화도 해소할 수 있다"는 한 지명자의 입장을 홍보하는 자리로 비쳐졌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서도 한 후보자는 총리가 되면 공급대책만은 전쟁하듯 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대적 공급 확대책을 예고했다.
쇠고기 검역 문제 양보할 수도?
이날 한 지명자는 '쇠고기 검역 문제가 딜 브레이커가 될 수 있나'는 질문에 대해 "미국이 쌀 시장을 지금보다 더 개방하라고 요구하면 협상이 깨지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쇠고기 검역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피해갔다.
한 지명자는 또 '한국의 마지노선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에 대한) 독자적 위험평가를 거쳐 수입 허용 결정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제창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는 (그를 위한)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며 수긍하면서도 "쇠고기 검역 문제가 위장된 수입제한 조치는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지명자는 또 "전남 함평 같은 경우 한우 브랜드가 전국 73개 매장에 납품될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며 "우리 축산업의 경쟁력은 우습게 볼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쌀과 쇠고기를 지키겠다는 이야기는 이외에 다른 것은 다 내주겠다는 주장 아니냐"며 "미국은 이 둘을 지렛대 삼아 다른 것을 얻어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리가 되면 주택 공급은 전쟁하듯 할 것"
한 지명자가 경제부총리로 재직 중 내놓은 '8·31 부동산 대책'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은 "후보자는 경제부총리 재직 중 8·31 대책을 발표, '부동산 투기가 끝났음을 선언한다'고 큰소리쳤지만 얼마 가지 않아 투기광풍이 재현됐다"고 따졌다.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부동산 정책결정의 책임자로서 정책 불신과 시장혼란, 집값 폭등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통합신당추진모임의 우제창 의원은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정책적 혼란으로 시장의 내성을 키워 투기세력을 막지 못한 근원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김명자 열린우리당 의원은 "종부세를 급격히 올리는 것은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를 더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며 부동산 세제정책의 조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 지명자는 "종부세와 양도세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영원한 정책은 없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개정을)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또 "8.31 당시에는 수요를 두고 공급만 늘리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며 "지금은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 총리가 되면 공급대책만은 전쟁하듯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앤장 고문이었지만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몰랐다"
한 지명자가 론스타의 국내 법률 대리인인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있었던 전력도 도마에 올랐다.
진수희 의원은 "한 지명자는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있는 동안 1억 5000만 원이 넘는 거액을 받았다"며 "상식적으로 미루어 볼 때 김앤장에서 상당히 도움이 되는 일을 했던 것 아니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한 지명자는 "직접 관여한 바도 없고 론스타의 매입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일축했다.
한 지명자는 '자신의 재직기간이 론스타가 인수 작업을 벌이는 시간과 겹친다는 점에서 송구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인수 작업에) 관여한 바 없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은 "한 지명자는 지난해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외환은행 인수과정을 헐값 매각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검찰 조사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불법 헐값 매각임이 드러났다"며 "이에 대해 유감 표명이나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으나 이렇다 할 답변을 끌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한나라당 "총리되면 노 대통령 단속하라"
한편 이날 한나라당은 올 연말 대선을 의식해 한 지명자에게 "공정한 선거관리위 내각의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의 후보들의 인격을 폄훼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노 대통령의 행태에 비추어 총리가 내각에서 철저한 중립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 진수희 의원은 "올해 총리와 내각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대선 관리"라며 "한 지명자는 관료로서 살아온 이력 등을 볼 때 노 대통령께 소신발언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총리로서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내정자는 "참여정부의 가장 큰 장점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고 각종 선거에서 확고한 공명선거를 실시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선거 중립만큼은 직을 걸고 지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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