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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디는 진정 '승리'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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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디는 진정 '승리'했는가

[분석] 부시 행정부 내 현실주의 '득세'라지만…

2.13합의 이후 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과연 미 부시행정부 외교노선의 변화가 어디까지냐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외의 많은 분석가들은 적어도 북핵문제에서만큼은 부시행정부내 현실주의 세력이 네오콘을 압도했으며, 잘하면 부시행정부 임기 내에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과 부시행정부 내 현실주의자 그룹이 승전보를 울리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독립 통신사인 인터프레스서비스(IPS)의 워싱턴 지국장 짐 로브는 최근 한 분석기사를 통해 "현상적으로 현실주의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실주의자들이 행정부를 장악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로브는 특히 대북문제에서 부시행정부의 정책 선회는 비교적 확실한 반면 이란 핵개발 등 중동문제에서의 정책변화는 아직 분명치 않다면서 네오콘 대 현실주의 투쟁의 결말은 아직 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북한과 단 둘이 테이블에 앉은 미국이 양국 관계 정상화를 조건으로 북한의 핵불능화 약속을 이끌어 내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부시 행정부 내 권력구도 변화에 주목하고 나섰다.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단 한번도 북한과의 양자협상에 응하지 않았던 미국이 먼저 북한측에 양자협상을 제안한 것은(1월의 베를린 협상) 부시행정부 외교노선의 중대한 변화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미국이 개최하는 이라크 안정화 대책 회의에 이란과 시리아를 초청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팔레스타인 내전 중재를 받아들이는 등 국무부의 연이은 '파격 행보'는 이 같은 전망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란과의 대화를 천명한 것은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야 한다"던 네오콘의 주장이 무색케 했고, 아랍 주도의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노력을 미국 정부가 용인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유대인 중심의 네오콘 전체를 격노케 할 만한 일이었다.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네오콘들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한번도 아랍국가들에 허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네오콘들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주도권은 미국이 이끄는 이른바 쿼르텟(미국, 유엔, 유럽연합, 러시아)이 가져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었다. 사우디, 이집트와 같은 친미 아랍국가에게도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허용한 적이 없다. 그런데 라이스가 이끄는 국무부는 지난 2월 사우디 주도의 메카협약(하마스와 파타의 팔레스타인 연립내각 구성)을 허용한 것이다.

"부시의 남은 임기는 '현실주의'가 잡는다."(USA 투데이)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미국언론들이 딕 체니 부통령 주도의 네오콘이 퇴조하고 라이스 장관이 이끄는 현실주의자가 득세했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 부시 행정부 내 네오콘과 현실주의자 그룹 간 세싸움이 치열하다. 왼쪽부터 네오콘의 상징 딕 체니 부통령, 부시 대통령, 현실주의자의 대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로이터=뉴시스

콘디, '머릿수'에선 밀리지 않는다


딕 체니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네오콘 그룹의 퇴진은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고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사임하면서부터 예견돼 왔던 일이다. 이라크 전쟁을 실패로 규정한 여론은 이를 기획한 네오콘에도 낙제점을 매겼고 부시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렘스펠드 장관을 내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달 초 체니 부통령의 최측근인 루이스 리비가 '리크게이트'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음으로써 네오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전직 이라크 주재 대사가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무기 구매 사실이 거짓이라는 것을 폭로하자 부통령 측근이 나서서 대사의 부인이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이라는 국가기밀을 언론에 흘려 보복을 한 사건은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가 허구였다는 사실과 함께 네오콘의 비도덕성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네오콘의 기세가 누그러지는 틈을 타 라이스 장관을 필두로 한 부시 행정부 내 현실주의자들이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라이스 장관이 행정부를 장악한 탓에 체니 부통령이 구석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 놨고, <뉴욕타임스> 역시 "북한과 이란, 시리아 등 소위 '악의 축'에 대해 라이스 장관이 주도하는 '관여정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등 현실주의자들의 득세 경향에 대한 미 언론들의 분석도 일치한다.

이제 더 이상 '머릿수 싸움'에서도 현실주의자들이 네오콘에 밀리지 않는다.

럼스펠드 장관이 '네오콘 퇴진' 신호탄을 올리며 물러난 자리는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 차지했다. 게이츠 장관은 국방장관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이라크 연구 그룹(ISG)'의 일원이었다. ISG는 지난 연말 부시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 시리아와 대화하고 팔레스타인 문제에 직접 뛰어들 것을 조언했다.

정보계통은 라이스 장관의 스승인 '브렌트 스코우크로프트 사단'으로 꾸려졌다. 마이크 맥코넬 국가정보국(NI) 국장과 마이클 해이든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각각 아버지 부시 정부에서 백악관 NSC 국장과 부국장을 지냈고, 당시 NSC 안보보좌관이 스코우크로프트였다. 스코우크로프트는 공화당 내 대표적인 현실주의 이론가로 현직에 있을 때 네오콘들이 질색할 만한 중동정책들을 입안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콘디 對 체니, 북한문제는 '스파링 게임'

이처럼 부시 행정부는 인물과 정책 모든 면에서 네오콘식의 근본주의에서 탈피해 현실주의 혹은 실용주의로 돌아서려는 경향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곧 '네오콘 정부'로 인식될 정도로 지난 7년 간 정부를 좌지우지 해 왔던 네오콘이 한 순간에 무너질 리는 만무하다.

2.13 합의가 나오자마자 존 볼튼 전 유엔주재대사가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주장한 것이나, BDA 자금 전액 반환 조치에 대해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선임관이 "미국은 돈줄이 묶여 있는 굶주린 짐승 격인 북한에게 다시 먹이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반발한 것에서 북미간 협상 기류를 인정치 않으려드는 네오콘의 결기를 느낄 수 있다.

그나마 중동정책은 라이스의 비호 아래 협상파인 크리스토퍼 힐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경우와 또 다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중동문제 기저에는 이라크, 이란, 이스라엘, 시리아, 레바논 등 다수의 나라와의 다층적인 이해관계가 깔려 있는 만큼 네오콘이 쉽사리 고삐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동정책을 입안하는 자리에도 여전히 잭 크라우치 NSC 부보좌관과 엘리어트 에이브럼스 NSC 보좌관이 앉아 있다. 에이브럼스 보좌관은 지난 연말 <뉴스위크>가 네오콘의 '마지막 희망'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당시 네오콘 이론가인 윌리엄 크리스톨 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은 "에이브럼스가 파편화된 네오콘의 힘을 다시 모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스에게 '아직 안 죽은' 네오콘과 일전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현실주의자들의 세를 조심스레 불려가고 있는 라이스가 주도권 싸움에서는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클라호마 대학 중동정책 전문가인 조슈아 랜디스 교수는 "라이스는 자신의 목줄이 짧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이 좁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라이스의 '소심함'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엘리어트 코언 존스홉킨스 대 교수를 자문관으로 불러들인 일이다. '마지막 네오콘' 중 하나로 꼽혔던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물러나자마자 더 '네오콘 원조'를 불러들인 라이스는 "두 발 전진하고 한 발 후퇴한다"는 비아냥을 샀다.

'최고 결정권자'를 자임한 부시 대통령 본인의 변화의지에는 더 큰 물음표가 찍힌다. 네오콘들과 마찬가지로 부시 대통령 역시 북한 문제에 관해 라이스에게 재량을 주었듯 중동문제 열쇠까지 맡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문학계 오찬'을 베풀며 불러들인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더더욱 부시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키란 난망하리란 예감을 갖게 된다.

네오콘 이론의 창시자로 꼽히는 노먼 포드레츠, <월스트리트저널> 논설위원인 폴 지고, 네오콘 싱크탱크인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인 마이클 노바크 등이 함께한 자리에 가장 부각된 인사는 '1900년대 이후 영어권 인류의 역사'를 쓴 앤드류 로버츠였다.

로버츠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부시에게 "급진 이슬람에 최후 승리를 거둘 때까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울 것을 주문했고 이날 오찬에서도 "중동의 핵무장을 막아내는지 여부를 두고 역사는 대통령을 평가할 것"이라며 이란 선제공격을 촉구했다. 중동을 외교의 대상이 아닌 이교도로 규정하고 이교도와는 타협할 수 없다는 식의 이 같은 주장은 근본주의적 기독교 세계관의 전형으로 네오콘 그룹의 다수의 시각이기도 하다.

라이스 장관의 파격 외교가 돋보이는 가운데서도 최근 미국 국제정치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에서 "2008년 9월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은 60%"란 전망을 내놓는 등 이란 공격설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도 이 같은 맥락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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