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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수파 "굶주린 짐승에게 다시 먹이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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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수파 "굶주린 짐승에게 다시 먹이 주나"

BDA 北자금 반환에 비난…핵폐기 논의 걸림돌 가능성

미국 내 보수파들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됐던 북한 자금 2500만 달러를 전액 반환하기로 발표한 조지 부시 행정부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공격은 BDA 문제 자체를 넘어 '대량살상무기 제조 자금을 풀어줬다'는 논리로까지 번져 향후 북핵 폐기 논의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실수를 범한 외교정책"

BDA 비판의 선봉에 선 것은 과거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에 의해 '대북 금융제재의 입안자'로 지목된 바 있던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선임관이다.

북한의 불법활동 조사팀을 총괄했던 애셔 전 자문관은 20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BDA 자금 전액 반환에 대해 "스스로 자초한 정치적 패배"라고 혹평했다.

애셔 전 자문관은 "미국이 BDA 제재 결정을 통해 지금까지 북한이 저질러 온 불법 활동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활동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로 했다"며 "비유하자면 미국은 돈줄이 묶여 있는 굶주린 짐승 격인 북한에게 다시 먹이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결정은 정치적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관련한 불법활동에 반대하는 미국 정책을 해제하는 것과도 같다"며 "궁극적으로 동북아 지역에 더욱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미 역사상 가장 큰 실수를 범한 외교정책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애셔 전 자문관에 대해 조선신보는 지난달 2일 "미국이 9.19공동성명 발표와 때를 같이해 제재조치를 발동시킨 배경에는 '금융제재의 책정자'로 지목되는 애셔 전 선임자문관이 작성한 '북조선의 국제적 불법행위' 관련자료가 있다"고 지목했었다.

조선신보는 "애셔는 2001년 부시 정권의 발족 직후 등용돼 2005년 6월까지 국무부, 재무부, 중앙정보국(CIA) 관계자들이 망라된 '북조선범죄대책반'을 주도해 온 인물"이라며 "그가 퇴직 후 관련자료를 신보수주의세력(네오콘)에 제공했고, 강경파들은 이를 조선에 압력을 가하는 절호의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전했다.

네오콘 여론전 불씨 되나

미국 공화당의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도 BDA 결정에 대해 북한의 불법활동 저지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부당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로이스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은 주민들의 곤경을 전혀 개의치 않는 체제라며, 달러화 위조 등의 불벌활동을 통해 대부분 벌어들인 2500만 달러를 북한에 돌려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로이스 의원은 "2500만 달러가 김정일의 주머니로 다시 들어가지 않도록 보장하는 어떤 장치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비핵화 진전을 위해 북한의 불법행위를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증언했다면서, 북한의 달러화 위조와 불법행동을 근절하는 게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핵심 재원을 차단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19일 미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키기 위한 6자회담이 더 중요하다고 평가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돈 문제가 걸린 BDA에 대한 원칙적 입장에서 물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지난 주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테러 및 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기자회견에서 BDA가 북한의 돈세탁에 관여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재무부의 북한 자금 동결해제 결정은 미 행정부의 '정책선회'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미 재무부가 몇몇 고위관리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원칙적 입장에서 물러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북핵 해결과 북미 관계정상화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로 볼 때 보수파들의 이같은 반발은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 강공책을 이끌어 온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행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6자회담 논의 과정에서 조그마한 '역행'이라도 감지될 경우 장외로 퇴장한 네오콘들이 BDA 문제를 고리로 적극적인 여론몰이를 시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 경우 대북 정책에 있어 부시 행정부의 운신 폭이 줄어들어 경직된 태도를 보일 우려도 없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백악관·국무부는 "소기 목적 달성"

이에 미 백악관은 BDA 제재를 통해 미국이 국제 금융시스템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방어논리를 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미국의 조치는) 전세계 다른 금융기관들에도 무기확산이나 기타 다른 불법금융 활동을 조장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를 보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미 국무부의 숀 매코맥 대변인도 "북한은 마카오 당국이 반환한 자금을 인도적, 교육적 목적으로 북한 주민을 위해 사용할 것을 6자회담의 맥락에서 약속했다. 그들이 그같은 약속을 지키길 기대한다"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매코맥 대변인은 또 "우리는 분명히 (북한과) 금융과 다른 문제들에 대한 진행 중인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며 북한의 불법자금 문제가 끝나지 않은 사안임을 강조했다.

그는 동결 해제된 북한 자금이 깨끗한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금의 합법성 여부를 결정짓는 구체적인 구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이 자금들은 어차피 영구히 동결될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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