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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하마스, 미국에 굴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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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하마스, 미국에 굴종"

중동지역 '반미 대 친미' 대립 격화...중동 내전의 전주곡?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11일 팔레스타인의 현 집권세력이자 급진 정파인 하마스를 맹비난했다. 지난 달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내 유혈분쟁 악화를 막기 위해 파타당과 공동내각을 구성키로 합의한 것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비겁한 행위라는 것이다. 알 자와히리가 압바스 수반 등 미국에 협조적인 중동 지도자들을 비난한 적은 있으나, 하마스에까지 비난의 화살을 돌린 것은 이례적이다.

알카에다는 서방측에는 테러조직으로 각인되어 있지만 스스로는 아랍(이슬람)의 자주권을 되찾기 위한 반미 정치군사조직으로 자임하고 있다. 하마스는 현 팔레스타인 집권세력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등 서방측은 테러조직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 하마스는 명백히 반미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중동의 반미국가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등에 독립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정치군사조직이다. 두 조직은 모두 미국에 의해 중동지역의 급진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도 알카에다가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파타당과의 공동내각 구성 합의가 미국의 긴밀한 맹방인 사우디의 중재에 의한 것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알카에다-하마스 간에도 온도차

알 자와히리는 이날 <알자지라>가 방송한 육성 녹음테이프에서 하마스가 파타당과 공동내각 구성에 합의한 것을 "굴종"으로 규정했다.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 아래 파타당과 합의를 이룬 것은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었다.

2006년 1월 총선에서 하마스가 그동안 팔레스타인의 정치권력을 독점해 왔던 파타당을 이겨 집권세력이 됐지만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 등 서방 국가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하마스 정부에 대한 경제지원을 전격 중단했다.

이어 2006년 3월부터 경제봉쇄 조치에 들어가 원조 의존도가 높은 팔레스타인의 민생고가 가중됐다. 팔레스타인은 국가 예산의 60% 정도를 외국의 원조로 충당하기 때문에 원조가 끊길 경우 정부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후 가자지구에서는 파타당과 하마스 지지자들 간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가 벌어져 최근 두 달 사이에만 9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하마스가 지난 달 사우디의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서방세력에 보다 순종적인 파타당과 각료직 배분에 합의하자 이번엔 같은 저항세력인 알카에다 측에서 "팔레스타인 정부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하마스의 리더십이 유대인들 앞에 굴복했다"는 비난이 나온 것이다.

알 자와히리는 "하마스가 굴복으로 지킨 팔레스타인 정부라니 이스라엘의 허가 없이는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 들어갈 권한조차 없지 않냐"고 비아냥대며 "하마스 정권의 리더십은 소위 국제 합의라는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이슬람 국가의 권위에 손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알 자와히리는 "굴종의 수렁에 빠져 죽어버린 하마스에 애도를 표하게 돼 유감"이라며 하마스에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리기도 했다.

하마스 "굴종 아니다"

알카에다의 이 같은 공격에 하마스는 맞대응을 삼가면서도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서구권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기에 굴종이라는 비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사마 함단 레바논 하마스 대표는 "누구든지 메카 합의에 대한 이의를 표할 수 있으나 그 합의가 마치 비이성적이고 다른 누군가의 지도편달이 필요한 것처럼 얘기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마스가 시온주의자들의 존재를 인정하기만 하면 지난 1년 간 계속됐던 서구권의 봉쇄는 풀릴 테지만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절대 인정치 않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 국민의 권리를 두고 하마스는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동 내전의 서막인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중동지역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이란의 지역내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이란이야말로 이라크전쟁의 최대 승자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중동지역의 패권을 놓고 전쟁까지 벌였던 이라크의 후세인을 미국이 제거해 준 결과였다.

이처럼 이란이 크게 득세하자 사우디, 요르단 등 중동의 친미 국가들은 미국의 이라크점령으로 이제까지 이슬람세계의 소수파였던 이란 등 시아파 세력이 발흥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라크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에서는 하마스가,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가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 두 조직은 모두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되자 최근 미국은 사우디 등 친미 수니파 국가들을 앞세워 이란 및 시아파 세력을 억누르기 위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사우디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내전에 적극 개입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하마스와 파타당이 사우디의 중재 아래 타협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무어 허시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이란 및 시아파 세력의 억제를 위해 반(反) 이란세력을 무차별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의 자금을 알카에다와 연계된 수니파 강경조직에까지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동에서 최대의 적은 이란 및 이란 동조세력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허시 기자는 미국의 이러한 정책이 중동 지역 전체의 내전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알카에다와 하마스의 갈등도 이런 맥락에서 불거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이라크점령 여파로 중동지역은 반미와 친미로 더욱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으며 자칫하면 중동 전체가 현재의 팔레스타인, 레바논과 같은 내전 상태로 돌입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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