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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니 속죄양', 刑 받기도 전에 사면?

부시, 2008년 위해 '리크게이트' 리비 사면하나

6일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신분 노출 사건(리크게이트)으로 기소된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연방법원의 유죄 평결이 나오기 무섭게 부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백악관은 그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2008년 대선 환경을 공화당에 불리하지 않게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리비에 대한 사면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각 정당과 언론들도 저마다의 이해관계와 입장에 따라 리비의 사면에 대한 치열한 논리싸움을 펼치고 있다.

WSJ "리비를 사면해야 정치투쟁에서 이긴다"

민주당에선 해리 레이드 상원 원내대표가 리비 전 실장에 대한 평결이 떨어지자마자 선수를 치고 나섰다.

레이드 대표는 "리비가 위증으로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이 더러운 사건에 딕 체니 부통령이 모종의 역할을 했음이 드러났다"며 "부시 대통령은 리비를 사면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맹세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성향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사설에서 "리비를 사면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이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가리는 정치적 투쟁이라는 것을 빨리 깨닫고 이기기 위해 리비를 사면하라"며 부시 대통령에게 '호통을 치는' 논조는 네오콘 기관지인 <위클리스탠다드>나 네오콘 웹사이트인 <내셔널리뷰> 등의 논객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보수 진영은 리비에 대한 유죄 평결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라크 전쟁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는 명분 아래 부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200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 불리한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한 계산도 한 자락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LA 타임스>는 "리비 측 변호인단이 항소를 결정할 경우 '정치적 서커스'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크게이트'가 터진 이후 3년 5개월 동안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증언이 나오기만 하면 그 화살은 체니 부통령이나 칼 로브 대통령 정치고문을 향하기 십상이었던 만큼 리비를 사면함으로써 '리크게이트'가 2008년 대선에 미칠 여파를 차단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 '리크게이트'와 관련해 위증 혐의 등에 유죄 판결을 받은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미국 보수 진영의 목소리가 높다. 앞선 체니 부통령을 따라가는 사람이 리비 전 실장ⓒ로이터=뉴시스

'리비 사면'이 선물로 거래되기도


이에 보수 진영에서는 리비의 변호인들이 항소를 해서 다음 재판 일정이 잡히기 전에 즉각 리비를 사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백악관은 사면 가능성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CNN> 스페인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비 평결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내가 언급하기에 적절치 않은 문제"라며 답변을 피해 나갔다. 다만, "개인적인 심경"이란 전제를 달아 "정부에서 일하던 사람이 그렇게 된 데 대해 슬프게 생각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 역시 "법이 정한 절차와 전례에 따라 미국에서 형을 선고받은 누구나 사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데 그쳤다.

사면권을 쥔 백악관이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리비의 사면이 유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네딕트 16세의 교황 선출, 허리케인 카트리나 위기 등을 예측했던 아일랜드 온라인 선물 시장 '인트레이드(Intrade)'에서는 리비 사면에 대한 선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존 델라니 사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거래자들의 23%가 2007년 말까지 리비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 것으로, 63%는 22개월 남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 내에 사면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비에 대한 유죄평결 직후 리비의 변호를 위한 모금 사이트인 '스쿠털리비닷컴(scooterlibby.com)'에는 400만 달러에 달하는 돈이 들어오기도 했다. 모금에 참여한 사람 중 하나인 리차드 칼슨 '민주주의 수호 기금' 의장은 "부시 대통령은 결국 리비를 사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비에 유죄를 판결한 11명의 배심원들 중 한 명도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비가 사면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버지 부시는 '이란 콘트라 사건' 연루자 사면하기도

이 같은 추정이 가능한 이유는 아버지 부시 시절에도 '정치적 사면'을 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부시는 퇴임 직전에 '이란 콘트라 사건'에 연루됐었던 6명의 관료들을 사면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버지 부시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레바논에 억류되어 있는 미국인 인질을 석방시킬 목적으로 비밀리에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고 그 대금의 일부를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에 지원한 데 깊이 관여했던 관료들을 사면하며 밝힌 이유는 세 가지다.

즉, △이들의 공통된 범죄동기가 애국심에 있으며 △이들이 범죄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 바가 없으며 △이들은 나라를 위해 오랫동안 일하며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아버지 부시의 논리대로라면 리비 전 실장 역시 충분히 사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사면했던 억만장자 석유거래업자 마크 리치의 변호를 리비 전 실장이 맡았다는 사실은 민주당의 사면 반대 논리를 약화시킬 소지마저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 후원금 모금 책임자였던 데니시 리치의 남편인 마크 리치를 사면한 것을 두고 클린턴 퇴임 후에도 계속해서 공격을 해 오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부시 행정부에서 일을 시작한 리비를 불러 증언을 듣기도 한 것이다.

다만, 부시 대통령이 일반 사면 요청에 부정적이었기에 리비에 대한 '특별한 호의'를 정당화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사면과 별개로 어두운 부시 정권의 앞날

사면을 둘러싼 논쟁과는 별개로 '리크게이트'에 대한 유죄 평결은 22개월 남은 부시 정권의 남은 임기에 암운을 드리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앤서니 코라도 콜비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평결은 부시 대통령의 의회 내 입지를 축소시킬 것"이라면서 2년 남짓 남은 임기에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지니아대학의 래리 사바토 정치학과 교수도 "부시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이라크"라면서 이번 유죄평결이 부시 대통령의 문제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죄평결은 국민에게 부시 행정부가 '매우 인기 없는 전쟁'(이라크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의 앞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체니 부통령은 여전히 (부시 대통령의) 믿음직한 참모"라고 강조했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부통령 교체에 관한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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