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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레바논 내전은 '내전'이 아니다"

무늬는 '수니 VS 시아'… 본질은 '미국 VS 이란'

레바논에 내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작년 7월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침공으로 초토화 됐던 남부지역이 회복세에 접어들 겨를도 없이 다시 헤즈볼라는 '친 서방 정권'인 파우드 시니오라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23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아파와 시니오라 정권을 지지하는 수니파 간의 반목의 골은 급기야 지난 25일 학생 3명이 사망하고 340명이 다친 베이루트 아랍대학 내 유혈충돌로 표면화 되기도 했다.

인구는 370만 명에 불과하지만 20여 개의 종파가 제각각의 이념과 정치색을 갖고 있는 레바논은 분쟁 가능성을 항상적으로 안고 있는 나라다. 이에 지난 1975년부터 15년 간 계속된 내전 이후 의회 의석을 종파별로 안배하는 완충장치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작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통해 헤즈볼라의 권력이 커진 상황에서 시아파는 아예 정부 권력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레바논의 내전이 헤즈볼라로 대표되는 시아파와 시니오라 정부가 이끄는 수니파, 그리고 에밀 라후드 대통령을 배출한 기독교계 마론파 간의 갈등에만 그 뿌리를 두고 있다면 해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의회 내 시아파 의석을 늘린다든지, 부통령 자리를 두고 시아파에 영구적으로 안배한다든지 하는 방법 등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레바논의 내전이 우려되는 이유는 단순한 내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쟁이 결국은 레바논 영토에서 이뤄진 미국과 이란 간의 '대리전' 성격이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란 침공을 노리고 있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앞세워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를 미리 한번 쳐본 것이다.

최근의 레바논 상황도 그 연장선상에서 풀이될 수 있다. 헤즈볼라의 나스랄라와 시니오라 총리가 물러설 수 없는 일합을 벌이는 상황의 배후에는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대결이 숨어 있고, 한 발 더 들어가면 사우디아라비아를 움직이는 미국의 손이 보이는 것이다.

다음 글은 시리아 출신 정치전문가 사미 모바이드가 이처럼 복잡다단한 레바논의 구체적인 상황을 현지의 시각에서 분석한 것이다. 이 글은 홍콩의 인터넷 매체인 <아시아타임스> 29일자에 실렸다.


▲헤즈볼라와 시니오라 정부 간의 갈등은 지지자들 간의 유혈충돌로 번졌다. 사진은 지난 25일 그 과정에서 숨진 시아파 대학생의 장례식 장면. 추모객들이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스랄라의 사진을 들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레바논에 스미는 내전의 그림자


민주주의에서 파업은 합법이다. 그러나 '반달리즘(파괴)'은 불법이다. 레바논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정치 상식 중 하나다. 1950년 대 바쉬르 알 커리와 카밀 차문 정권을 넘어뜨린 것도, 1992년과 2005년 두 번이나 오마르 바라메흐 정부가 붕괴된 것도 모두 총파업 때문이었다.

그런데 바라메흐 정부를 두 번이나 넘어뜨렸던 정치세력이 최근 헤즈볼라가 주도한 총파업에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 중 대표적 인사가 드루즈인들의 정치적 지도자 왈리드 줌블라트다. 그의 아버지인 카밀 줌블라트가 1950년대 커리와 차문 정권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유명세를 탔음에도 말이다.

레바논 집권당인 '3.14 그룹' 역시 헤즈볼라와 기독교계 자유애국운동(FPM)이 결성한 레바논 야권 연합 측이 지난 23일 총파업에 돌입한 것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 여파로 25일 아랍 대학교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것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자유애국운동의 미셸 아운 대표,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그리고 레바논 의회 의장 나빈 베리는 모두 친서방적인 푸아드 알-시니오라 총리의 교체를 원한다. 그러나 '3.14 그룹' 측은 현 정부는 법적 정통성을 지녔으며 내각 교체는 모든 정파 간 합의가 이뤄졌을 때, 혹은 헤즈볼라 무장해제 등과 같은 조건을 내건 협상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에도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야당 측에서는 '3.14 그룹'을 의회에서 내쫒기 위한 조기선거를 요구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고 얘기한다. 친 서방 정권이 이미 부패한 데다가 이념적으로는 전체주의적이고 군사적으로는 잘 무장됐으며, 헤즈볼라를 몰아내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를 못 본 척 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권이 경우에 따라서는 서구의 수족 노릇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전체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야당 측은 시니오라 총리가 지난 12월 1일부터 부분적으로 시작됐던 파업의 뜻을 받아 어서 그 자리에서 물러났었더다면 이번 총파업이 유혈사태로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또 레바논 정부와 집권 여당에 충성을 다하는 군부가 야당이 주도한 파업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레바논 시가지에서 공공연하게 사보타주를 했다고 주장했다. 아운 대표는 여당 쪽에 선 '레바논 군단'(LF: 1975년 내전 당시 이스라엘 편에서 싸웠던 팔랑해 민병대가 다른 기독교 세력을 흡수해 만든 정치단체)의 사미르 개가 대표는 아예 헤즈볼라와 자유애국운동연합 회원들을 공격하기 위해 저격수인 양 옥상에서 무장을 한 채 서 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운 대표는 "우리는 사람이나 사유재산을 공격하지는 않았다"며 "우리는 총으로 무장한 채 피를 찾아 돌아다니는 LF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아운 대표는 LF가 '민병대 통치'를 시작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군사력을 쓰지 않고 타이어만 태우겠다는 우리를 어떤 정부가 욕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아운 대표는 오히려 시니오라 정권이 "범죄자 정부"라고 말했다.

파업 첫째 날의 혼돈은 정파를 막론하고 세 명의 사망자와 340 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아운 대표는 24시간 만에 파업 종료를 선언하면서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시니오라 총리는 끝내 사임을 거부했고 자신의 정통성과 시위 세력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레바논 지원 국제회의 참석차 파리로 떠났다.

레바논 사태 해결의 열쇠는 사우디와 이란의 손에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이자 전직 주미대사인 반다르 왕자와 알리 알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과안보회의 의장이 레바논 충돌을 중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1주일 쯤 전, 라리자니 의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과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만난 바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장관은 전화 회의를 통해 "레바논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의 협의는 계속돼야 하고 레바논 야당 연합과 정부 측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중재안에 마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아운 대표와 나스랄라는 마치 이번 폭력사태를 끝낼 수 있는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는 양 했지만 실제로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령 아래 행동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의 '초강국'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대리전이 레바논에서 벌어진 셈이다. '3.14 그룹'을 이끄는 사드 알-하리리가 레바논 내 사우디아라비아 '통'으로 꼽힌다면 나스랄라와 베리는 친 이란 파다. 나스랄라는 한 번도 이 사실을 부정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이란이 없었다면 자신은 헤즈볼라 지휘권을 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할 정도다.

나스랄라는 지난 24일 연설에서는 "두 나라 간 의견 일치가 있을 때만 레바논에 구속력을 지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3.14 그룹'이 장악하고 있는 레바논 정부 구성이 헤즈볼라를 달래고 레바논 내 시아파의 불만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변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들이 베이루트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타렉 미트리 레바논 외무장관은 레바논 문제를 아랍 전체 차원에서 해결토록 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사 총장은 지난 달 레바논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레바논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당시 무사 총리가 내놓은 중재안은 '19+10+1' 안이다. 기존 다수당인 '3.14 그룹'에 19석을, 헤즈볼라와 자유애국운동 측에 10석을 주고, 한 석은 무소속에게 주자는 얘기다. 이렇게 하면 '3.14 그룹'의 의석이 3분의 2를 넘지 않아 집권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3.14 그룹'은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헤즈볼라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란은 시아파와 대결국면을 조성하고 있는 레바논 내 수니파들과 충돌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베이루트를 에워쌌을 때에 이란은 오히려 시아파가 규율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수니파 지역이 베이루트 봉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친여매체들은 레바논에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을 우려한다. '3.14 그룹' 지지자들은 헤즈볼라가 베이루트에 이란식 신정일치체제를 세우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스랄라는 여권의 이 같은 주장이 100%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혼란상황은 종파 간 분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알-마나르 TV>에서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대결구도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살린 알-호스, 오마르 카라메흐 전 총리 등 정적(政敵)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는가 하면 파업에 관한 보도에서도 십자가가 그려진 옷을 입은 기독교인 참가자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수니파 종교지도자들이나 정치인들이 방송에 나와 헤즈볼라를 방어하는 발언을 하게 하기도 했다.

결국 <알-마나르 TV>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시아파의 폭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알-마나르 TV>는 수니파 지도자들의 일대기나 명언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몇 차례 방영하기도 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수니파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과 시니오라 총리 외에도 수니파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려는 것이다.

수니파 재조명한 헤즈볼라 TV에 수니파 격분

<알-마나르 TV>에서 수차례 방영된 수니파 지도자들에 대한 프로그램은 아랍 내 수니파 전체를 격분시키기 충분했다. 2003년 이라크가 미국에 침공당한 후 이라크 내 시아파가 힘을 받으면서, 이라크 내 암살대에 의해 수니파 유명 인사들을 제거당하고 시아파가 수니파 사원들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면서 차근차근 쌓여 왔던 분노였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의 몰락 이후 나스랄라가 새로운 중동의 스타로 급부상했기 때문에 쉽게 표출되지 못했던 분노였다.

그리고 그 분노가 이번 레바논 사태를 통해 터져버린 것이다. '3.14 그룹'은 이 같은 수니파의 민족감정이 함양되길 원하고 있다. 나스랄라의 카리스마와 지난여름 이스라엘과 맞서 싸웠던 헤즈볼라의 영웅적 전적 때문에 아랍 대중들 사이에서 '3.14 그룹'의 인기가 날로 떨어지던 와중에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사실 백악관이 시니오라를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백악관이 밀어주는 힘이 세면 셀수록 헤즈볼라가 시니오라를 비난할 건수도 많아졌다.

영국의 일간 <데일리텔레그라프>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중앙정보국(CIA)도 레바논 내 헤즈볼라에 반격하기 위한 은밀한 조치를 조직해 왔다. 헤즈볼라를 통해 레바논 내 이란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 반대 세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비밀에 부쳐진 이 계획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몇몇의 미국 하원 의원, 그리고 이 계획을 지지하는 일부 사우디아라비아 관료들에게만 공개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IA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랍 세계 내 수니파에 대한 반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공히 하고 있는 것이다. 사담 후세인 제거 후 우리는 종파간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시아파에 우호적인 정책만 펼쳐 왔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화해에 대한 미국의 온화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 문건은 결국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말았다.

결국 션 맥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이 "우리는 시니오라 정부를 넘어서선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니오라 총리가 레바논 내 분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유화 조치를 취한다면 그것은 그 자신의 결정일 뿐 우리가 헤즈볼라와 만나서 협상하는 일은 없다"고 진화작업에 나서야만 했다.

이란-미국 '대리전' 치렀던 작년 7월 전쟁의 연장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레바논 지원 국제회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레바논에서 무책임한 폭력의 분출을 봤다"며 헤즈볼라 공격에 날을 세웠고,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23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극단주의자와 알카에다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극단주의자 간의 세기의 대결"이라며 헤즈볼라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많은 사람들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와 작년 여름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전쟁을 얘기한다.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가설은 미국의 월간 <뉴요커>의 시무어 허쉬 기자가 얘기한 '미국과 이란 간의 대리전 설'이다. 당시 레바논에서 벌어진 전쟁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무기로 미국과 이란이 벌인 전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아파 게릴라 세력의 제거를 강하게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 세력을 일망타진하겠다는 목적은 실패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제거를 원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라크에서 '제2의 헤즈볼라' 탄생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라크에도 헤즈볼라 같은 구성체가 있다. 메흐디 민병대를 생각해 보라. 이들은 젊고 혈기왕성하며 적개심 강하고 종교적으로 경도돼 있는 병사들로만 구성돼 있다. 무크타다 알-사드르를 수장으로 하는 이들에겐 무기조차 풍부하다. 이란을 축으로 하는 헤즈볼라 같은 세력이 이라크에도 또 생겨난 것이다.

미국이 헤즈볼라를 미워했던 또 다른 이유는 미 국무부가 지원하고 보증한 시니오라 정부를 하산 나스랄라가 위협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이 시니오라의 최대 장애물을 하루 속히 해치워주기를 바랐었다. (라이스 장관이 왜 레바논 조기 정전에 반대했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오른쪽에서 세번째)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중앙 흰옷)의 지워을 받고 있다. 사진은 레바논에 76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레바논 지원 국제회의. ⓒ로이터=뉴시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란과의 전쟁을 계획한 미국이 헤즈볼라의 능력을 통해 '이란의 맥박'을 쟤 보려 한 데 있다.

누구의 말을 들어도 이스라엘과 맞서 싸운 헤즈볼라의 파워에 미국 정부가 놀란 것은 분명한 듯하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켰을 경우 이란이 얼마만큼 맞서 싸울 수 있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리전'은 시니오라와 나스랄라가 고집스레 자기 입장을 지키는 연유에 대한 설명이 될 수도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누가 먼저 태도를 바꾸는가를 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각각 나스랄라와 시니오라를 부추기고 있다. 양 측 중 누구도 먼저 포기할 의사는 없어 보이기에 상황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나스랄라는 자신은 물론 야당 측 누구도 기존의 입장을 철회할 뜻이 없다고 분연히 밝혔다.

내전 해결책은 분명한데…

일각에서는 이같은 분열이 계속될 경우 레바논 일부는 시니오라 정부가, 또 다른 일부는 헤즈볼라와 연합한 다른 정부가 통치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시나리오다. 헤즈볼라는 자신들에게 저항했던 정치인들을 몰아낼 수 있고, 시니오라 역시 베이루트 서부에서 여전히 자신의 지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미르 개가 LF 대표가 사임한다면 같은 기독교 단체지만 색깔은 전혀 다른 자유애국운동의 미셸 아운 대표가 기독교계 수장에 오를 수도 있다.

이보다 좀 더 나은 대안은 1896년에 아민 헤마엘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것을 되돌아 볼 수도 있다. 당시 헤마엘 전 대통령은 부통령 자리의 신설하고 이를 영구적으로 시아파의 몫으로 남겨둘 것을 제안했다. 수니파에서 총리직을 맡고 기독교계 마론파에서는 대통령을 맡고 시아파에서는 의회 의장과 부통령직을 맡는 것이다.

시아파의 정치적 지분이 커진 현 상황에서는 꽤 논리적인 제안으로 보이지만 처음 제안됐을 1986년만 해도 현실화가 난망한 얘기였다. 레바논 지평선에 아스라이 깔린 내전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서라면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제안한 '19+10+1' 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제안들도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의심할 바 없는 협조' 약속 아래에서만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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